[논평]
무서운 말이 아니라 솔직한 말이 필요하다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대해
어제 국회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은 옷차림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하다.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경한 언사를 사용했지만, 그 말을 현실로 옮길 만한 수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거야 핵실험과 로켓 실험을 한 북한을 대상으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원수로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말이다. 그리고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든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까지야 한국 정부가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우리는 적절한 조치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이나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는 말에는 당연히 이런 의문이 따른다. ‘그게 뭔데?’ 이제 한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무서운 말이 아니라 솔직한 말을 원한다. 북한과의 관계가 ‘특수한 면’이 있긴 하지만 엄연히 국제 관계일 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실제로 막을 수단이 무엇인지를 말해야 할 때이다. 군사적인 수단을 통한 실질적인 무력화(無力化)가 아니라면, 더 적극적인 대화, 교류, 협력 이외에 다른 방도가 있는지 알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 시키겠다고 말하지만, 별로 현실성 없는 경제 제재나 국제사회의 공조 이외에 그 어떤 수단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안보 장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회 연설 말미에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악 등을 집어넣은 것은 이런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할 뿐이다.
이 정도라면 대통령도 말한 것처럼 ‘안보 불감증’이 있는 우리가 참아줄 만하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사드 배치는 참기 어려운 일이다. 사드 배치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태평양 아시아 정책의 일부이며, 이로 인해 역내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럴 경우 누가 피해를 볼지 꼭 말로 해야 하나?
냉혹한 국제 정치에서 모든 행위자는 저마다 자기 일을 한다. 고대의 에피소드가 전하는 것처럼 “강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약자는 해야 할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은 역내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데 한몫하는 게 아니라 정반대일 것이다. 이를 위해 솔직해져야 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맑은 눈을 가져야 한다.
2016년 2월 17일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