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번 선거구 확정은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결국 선거구 획정 문제는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것으로 끝났다. 오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후보를 7석 늘린 253석으로 하고, 비례대표 후보는 46석으로 줄이는 안에 합의했다. 대인은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세부 사항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로써 기존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시작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열망이 꺾이고, 도리어 더 나쁜 결과가 나왔다.
대의제를 실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도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작은 선거구와 큰 선거구 사이의 인구 비율이 너무 크다는 것 때문에 나온 판결이었다. 하지만 현행 선거 제도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현행 선거 제도의 골간인 소선거구제에 있다. 승자독식의 결과를 가져오는 소선거구제는 이른바 사표 발생을 통해 민의를 왜곡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또한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기능한다.
이런 부정적인 효과 때문에 이번 선거구 획정을 계기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던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석패율 제도 같은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제도가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면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만 민의를 골고루 반영하여 대의제 자체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의원의 특권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불신하고 경원하는 것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통사람과 달리 특권을 누리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국민과 같은 땅에 발을 딛고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정치가는 진정으로 민의의 대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민의의 대변자가 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利)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2016년 2월 23일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