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 성명]
3.8 여성의 날을 넘어, 여성혐오 철폐의 날로!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에서 여성의 직접 선거권 쟁취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항의했던 시위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1911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여성인권과 노동권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집회이자 축제로 진행되어 오고 있으며, 1975년부터 공식적인 세계 여성의 날로 선포되었습니다.
종종 여성의 날에 직장과 학교에서, 단체에서 여성들에게 꽃이나 선물 등을 준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날은 여성임을 축하받고, 격려받는 날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회와 구조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날입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장애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된 것처럼, 3월 8일도 여성의 날이 아니라 여성차별 철폐/여성혐오 철폐의 날로 선포되고 더욱 급진적이고 소란스러운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여성의 날은 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성이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지 않는 세상, 여교사, 여의사, 여성운동가, 여류 작가 등등의 말이 없어지고, 성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개성으로 평가받는 때가 온다면 더 이상 여성의 날은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각종 혐오로 들끓고 있습니다. 혐오는 실체가 아니라 지배의 수단이자 담론입니다. 혐오해서 혐오가 생긴 것이 아니라 혐오하기 위해 혐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렇기에 혐오는 기본적으로 차별과 무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가부장제, 신자유주의, 군사주의, 이성애중심주의 등의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개별 약자들에게 투사되면서 서로를 비난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주의는 개별 남성과 여성의 투쟁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넘어 더 큰 그림에 속해 있는 각자의 위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언컨대 남성중심사회 속에 살아남아야만 했던 남성들의 자기분열과, 자기 스스로를 혐오해야만 했던 여성 자기혐오의 틈새를 좁힐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여성, 남성 혹은 다양한 성별의 경험을 넘어 모두의 경험으로 나누기를 시작할 때, 서로를 구속하던 가부장적 관계를 낯설게 봄으로써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작할 때, 뜨거운 지지가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모두의 변화를 응원합니다. 그리하여, 3월 8일. 우리 함께, 여성의 날을 넘어, "여성혐오 철폐의 날"로 만듭시다.
2016년 3월 4일
노동당 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