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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서비스법은 "대통령 마음대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황당한 법이다.

3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비스 산업 관련 간담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은 대부분 그 법안의 이름만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활성화”, “발전” 등의 단어로 법안을 포장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도 “발전”이라는 이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포장으로 덮여 있어 어떤 법안인지 알기 어렵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2012년에 발의된 법안이다. 해외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법안인데 발의 때부터 큰 논란이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규제개선” 항목에 있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점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정부의 내용 검토 보고서를 보면 “과제 목록”으로 “의료 남용”, “의료민영화”, “병원 양극화” 등의 규제 완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적혀 있다. 심지어 “정부 차원의 과제”에는 “환자 부담 증가 우려”라는 항목까지 있다. 정부가 스스로 작성한 보고서에 적시된 수많은 우려들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법안 통과만을 대통령이 촉구한 것이다. 정말 무책임한 정부다.

법안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의아한 부분이 많다. 대부분 내용은 추상적인 수준으로 “발전, “활성화”, “촉진” 등으로 서술되어 있다. 추상적인 말들 속에 몇 가지 구체적인 규정을 찾아내서 보면 핵심 내용은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서비스 산업을 정의하는 방법이다. 서비스 산업을 “제조업을 제외한 사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당초에는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으로 정의했지만, 앞의 예시는 모두 빼버렸다.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문제가 논란이 되자 앞의 예시를 아예 빼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결국 서비스 산업을 정의하는 것은 대통령의 직권이 되어 버렸고 대통령이 정하면 어떤 산업이든 이 법안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사실상 법안은 예시를 적시한 것보다 더욱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이 법은 관련 계획, 정책 수립, 실행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규정하고 있는데,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그것이다. 이 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 법안이 적용되는 범위도 대통령이 정하고 이에 대한 실행도 대통령이 정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셋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역할 규정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다고 적혀 있지만, 결론은 “규제 완화”이다. 연구개발과 지원 확대가 추상적인 수준으로 나열되어 있지만, 위원회의 역할을 규정하는 항목 가장 위에 있는 제13조의 제목은 “불합리한 규제 개선”이며 이후 투자 확대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으로 설명되어 있다.

추상적인 말들을 나열한 법안 속에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완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규제 완화를 위해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게 되는 이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다. 법안의 문구들이 수정되어 이제 법안의 어느 항목에서도 “의료”, “교육” 등의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항목만 남았다. 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검토 보고서에서 걱정했듯이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 민영화를 위한 규제 완화부터 시작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월 8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통과를 촉구하며 “일부 기득권층 때문에 의료법이 개정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암시했듯 대통령은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법안의 이름과 추상적 서술 속에 숨겨둔 정부의 의도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의료 체계 및 서비스 산업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법안임을 확인했으며 무책임한 법안을 촉구하는 대통령의 욕심도 함께 확인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법안이다.

2016년 3월 9일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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