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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우리에 대한 논평, 
힘든 길을 함께 가는 당원 동지들에게

대변인의 역할은 보통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내는 것입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사태에 대한 적절한 해석과 우리의 대안이 논평이라는 형식으로 나갑니다. 이를 통해 해당 시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태도가 드러납니다. 물론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이고, 마침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기는 ‘휴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평’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이 선출된 현 대표단과 당직자를 중심으로 해서 지난 몇 개월간 노동당은 분명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헬조선을 탈옥하라!’, ‘민중총궐기’, 노동개악 저지 등의 투쟁을 통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체제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총선을 위해 선거의 취지와 목표를 정하고, 정책과 공약을 마련하고, 어떤 꼴로 우리를 세상에 알릴 것인가를 준비해 왔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중총투본이니 민중단일후보니 하는 낡은 이야기도 새롭게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잠시 포즈 버튼을 누르면, 지나온 시간의 노력에 비해 우리가 참으로 미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세상이 우리를 잘 알아주지 않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지지’ 이전에 ‘인지’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한 것에 비해 알아주지 않는다는 야속함이 들 정도입니다. 대중적인 인지도야 아직 바랄 바 아니지만, 진보를 자처하는 어떤 일간지의 의도적 무시를 보면 심한 모욕감까지 듭니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열심히 한 것을 알아주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볼 때 민주노총이 투쟁의 당사자라서 그럴 수 있을 것이지만,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의제까지 마치 다른 당의 전유물인 것처럼 다루는 것이 그러합니다.

안으로 시선을 돌려도 우리의 미약함은 마찬가지입니다. 대중 정당이자 제도 정당으로서 하나의 조직을 꾸리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을 위해, 지금 있는 당직자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마저 돈 걱정하면서 한두 사람씩 늘려온 게 그렇습니다. 총선에 쓰일 여러 홍보물을 계획하면서도 우선 앞서는 게 돈 걱정입니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입니다.

다음으로 들 것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사람입니다. 전국적인 정당으로서 꼴을 갖추기 위해 여러 단위와 수준에서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 아시는 일입니다. 당협부터 시도당과 부문위까지 사람이 모자랍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희망이 없다고 하면서 당을 버리고 떠나갔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돈도 없고, 사람도 모자라기 때문에, 이것이 전부는 물론 아니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할 우리의 후보가 매우 적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산하면서 짠 계획의 일부가 ‘전략 지역구’ 선정 및 집중이라는 전술일 것입니다. 물론 ‘전략 지역구’ 전술이 소극적인 의미에서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울산 동구에서 우리의 이갑용 후보는 말 그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당의 ‘얼굴’로서 세상에 나가 우리의 대안을 말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 그래서 ‘다 아시는 것처럼’이라는 문구가 환기하는 의미조차 없을 것 같은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도대체 우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지향하는 우리의 의지일까요? 세상에 대한 분노일까요? 그래도 가진 힘을 모을 수 있는 단결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관성의 힘일까요? 여기서 어떤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휴가를 핑계 삼아 약간 비켜서서 돌아보자는 것입니다. 당원 여러분 각자가 가진 소망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세상이 별로 알아주지 않고,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이 있는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마지막 전투를 앞둔 아라곤이 전사들의 눈에서 “공포를 보았노라”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로 공포에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미약함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저 자신도 미약함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용기가 무너지고 우리의 친구를 저버리고 우리를 동료로 묶어주는 모든 끈이 끊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라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날이 오늘은 아니다.” 저도 같은 심정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늑대의 시간이 다가와 방패가 깨지고 인간의 시대가 무너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닙니다.”

오늘이 그날이 아니길 위해 우리는 다시 동료(fellowship)가 되고자 합니다. 서로 생각이 조금씩 다르고, 때론 싸우기도 하지만 동료로서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며 각자가 가진 소망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길을 떠납니다.

2016년 2월 5일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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