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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성명]
긴급한 것은 늘 따로 있다
- 12월 23일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의 노동개악 논의를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악안을 연내 처리하기 위하여 긴급명령이니 직권상정이니 하면서 압박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5일째이다. 21일에는 경제5단체가 국회의장을 만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국회 환노위는 22일 오전 노동관련 5대 입법 공청회를 진행했다. 23일 오전 10시 환노위는 법안소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환노위가 5대 입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든 노동자들과 전 국민이 불안에 떨며 지켜보고 있다.

노동관련 5대 입법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반드시 덧붙이는 말이 있다. 절박하다는 말이다.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이대로 두면 대량해고와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5대 노동입법을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동당도 절박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전적인 동의를 표한다. 절박하다. 이대로 두면 산업화 이래로의 경제기반이 무너질 정도로 절박하다. 그런데 사실 1998년 외환위기와 비정규직 1000만 시대의 개막 이래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은 늘 절박했다. 재벌은 세계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를 보였지만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전혀 없었다.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갔고 소비를 지탱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임금소득 때문에 가계부채만 늘어갔다. 이제 그 누구도 부자가 부유해져야 가난한 자도 덕을 본다는 낙수효과 경제학을 믿지 않는다. 실제로 OECD나 IMF 같은 글로벌 자본기관도 낙수효과 경제학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고, 더 많이 분배해야 성장한다고 권고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입법에 대하여 절박하다고 말하는 맥락은 전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사실 이대로 가면 수출이 어려워지고 수출이 어려워지면 재벌이 절박해진다는 뜻이다. 최소한 1998년 이후로는 재벌이 잘 되어도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더라는 말은 그만 하기로 하자. 5대 노동입법으로 임금과 고용을 유연화하고 노동시간은 늘리고 지금도 벼랑 끝인 노동자의 삶을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면 정작 수출은 잘 될 것인가? 노동개악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면 내년에 몰아닥칠 세계경제의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계획, 어림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수출주도성장은 어차피 한계에 몰렸다. 수출도 안 될 터에 노동자의 삶을 파괴시켜서 내수기반마저 깡그리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면 아예 경제기반자체를 파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상황은 절박하다. 그래서 개혁이 긴급히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긴급한 것은 박근혜 식 노동개악이 아니라 정반대의 노동정책, 정반대의 경제정책, 정반대의 사회정책이다. 우선 노동시간을 줄여라. 그것도 주당 35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여라. 그러면 아무리 전 세계적 불황이고 침체라 해도 일자리는 생긴다. 전 사회적인 노동시간단축이 사실 가장 확실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다. 정부는 노동개악으로 5년 동안 37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는데 불안정노동만 확산될 것이다. 우리 주장대로 주당 35시간 법정노동시간상한제를 실시하고 비정규직을 폐지한다면 즉각 235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긴다. 아울러 노동시간이 줄어들어도 생활할 수 있도록 임금은 올려라. 공공서비스를 늘리고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포괄적인 사회개혁을 실시하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라. 이 모든 비용은 1998년 이후로 경제성장률보다 늘 더 많은 것을 가져갔던 재벌이 부담하라.

이렇게 한다면 저성장과 경제위기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이래로의 경제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개악으로 노동소득을 줄이고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내수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고 가계부채를 키우는 것이며 수출이 막히면 한꺼번에 경제기반이 무너져도 좋다는 모험적인 발상이다. 이러한 모험적인 발상의 핵심은 수출주도성장을 위해 국민의 삶을 판돈으로 건 도박이다. 유로존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신층국 위기가 밀어닥칠 내년의 경제전망은 이와 같은 도박을 허용할 만큼 결코 밝지 않다. 게다가 이러한 도박은 사회를 더 큰 갈등으로 몰고 갈 것이다. 대다수 국민과 노동자들은 재벌과 정부의 도박에 기꺼이 판돈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듭 요구한다. 국회는 지금 당장 노동개악에 대한 모든 논의를 중단하라! 지금 추진하는 노동개악으로는 절박한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오늘 환노위의 법안소위는 노동개악 논의의 재개가 아닌 노동개악 불가를 확인하는 자리여야 할 것이다.

2015년 12월 23일
노동당 대표 구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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