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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이라고 주장하는 경총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은 11월 14일에 있었던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해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 운운하면서 꽤나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는 거꾸로 민중총궐기가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삶 자체를 벼랑으로 몰아넣고 있는 ‘헬조선’을 바로 저들이 만들었다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경총은 이번 입장 발표를 통해 아예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다는 비밀까지 누설하였다. 민중총궐기는 “과격 폭력행위가 발생한 도심폭동으로서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이야 저들의 과잉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경영계는 불법 시위를 조장·선동한 자와 불법행위 가담자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는 데 이르면 혹시 대통령이나 경찰총수가 할 말을 잘못 쓴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물론 우리는 저들이 잘못 쓴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들도 우리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노동개악’은 어떻게 해서든 임금 비용을 낮추어 경제 위기를 탈출하려는 대자본의 전략적 방향이며, 자신들이 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저들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엄숙하게 말하지만 항상 희극으로 끝나는 대통령의 언사 또한 과거 유신 시절의 경제 개발 전략에서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상상력 부재를 보여줄 뿐이다. 어쨌거나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사회이고 그 미래이다. 이렇게 대한민국과 ‘헬조선’ 두 개의 나라가 있다.


하나의 나라 안에 있는 ‘두 개의 국민’(two nations)은 원래 보수주의자의 우려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정치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40대 초반인 1845년에 "시빌"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부제가 ‘두 개의 국민’이다. 디즈레일리는 두 사람의 주인공, 즉 시빌과 찰스를 통해 당시 산업혁명을 겪은 영국 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를 드러내고 그 치유책을 찾으려 했다. 그의 치유책은 가난한 여주인공 시빌과 귀족이자 의원인 찰스의 결혼이다. 서로 다른 두 국민이 상호이해 속에서 하나의 국민으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 때문인지 디즈레일리는 ‘낭만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하나의 국민을 만들고자 했던 정치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디즈레일리는 총리로서 노동 조건의 개선과 선거권의 확대라는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총의 입장 표명 그리고 얼마 전 행시 면접에서 나왔던 질문인 “대한민국에서 배제되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등을 보면 보수주의를 자칭하는 한국의 우파와 지배 세력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도 저들에게 개혁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 다만 우리의 대안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뿐이고, 그 속에서 저들에게 적절한 위치를 부여할 뿐이다. 이번 민중총궐기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면, 그 이유는 ‘폭력’에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그 주권이 소수에 의해 농락당할 때 그 주권은 거리를 통해 퍼져나간다는 데 있다. 


이제 싸움은 누가 국민이고, 누구의 대한민국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2015년 11월 15일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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