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혐오시설은 다름아닌 은평구의회와 이선복 구의원이다
지역 민의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 은평구의회에서 임시회 첫날인 지난 2월 21일, 새누리당 소속의 이선복 구의원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서울시의 혐오시설인 정신병원, 결핵요양환자 수용시설, 소년원, 갱생원, 장애인아동보호시설 등을 받아 온 은평구는 경제적 문화적 자신이 없는 무능력하고 어두컴컴한 죽은 도시로 전락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임시회에 참석한 어느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구의원 개인의 자질 차원을 넘어 수구, 보수 인사 일색으로 지방의회가 구성될 경우 그 의식수준이 얼마나 저열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인권의 시대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군사적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인권의식은 군사정권 시절의 그것과 다르다. 또한 정치권력이 아무리 과거를 지향한다 해도 인권의식은 절대 퇴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발언이 횡행하고, 그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는 집단이라면 그것은 그 집단이 그만큼 무지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이 권력을 가진 지방의회라 한다면, 그 위험성은 어린아이에게 식칼을 쥐어준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이들 중에 제대로 된 인권의식을 가진 의원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이선복 의원의 저런 수준 이하의 발언은 곧바로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의회 구성원 전체가 인권을 기준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검증하고, 해당 주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저런 몰상식한 발언을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 의회권력의 부패와 반인권적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권과 보편적 평등을 중요 가치로 삼고 있는 진보좌파 정당의 의원 하나가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할 수 있다.
이 의원이 이야기한 ‘은평구를 경제적, 문화적 자신이 없는 무능력하고 어두컴컴한 죽은 도시로 전락시키는 혐오시설’은 그가 열거한 복지시설들이 아니라 그들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제거해야 할 해충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은평구의회 스스로임을 이 의원과 의회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의원과 은평구의회는 자신들의 인권의식 부재를 인정하고 상처받은 해당 주민들과 그와 관련된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 또한 이 같은 반인권적 언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원 전원에 대한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의무화하라. 그리하여 은평구의회가 하루 빨리 ‘혐오시설’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기 바란다.
2013년 3월 5일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