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 체육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체육계 내 성폭력이 고발되고 있다. 빙상계, 유도계에 이어 태권도계에서도 성폭력 피해 경험자의 발화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 경험 선수는 2018년 한국 사회에서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연대의 목소리가 이어진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 경험자는 그런 피해 경험 선수로 인해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만연하지만 누구도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와 오히려 은폐하기 바빴던 체육계 내 성폭력 문제는 마치 끊임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METOO 해준 분들에게 #WITHYOU로 지지와 연대를 표한다.
2018년 한국 사회에서 발화된 미투 운동으로 우리는 우리 사회 어느 곳도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폭력과 차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음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2018년 검찰 내 성폭력 사건 발화로 모였던 이들은 1년이 지나 체육계 내 성폭력 사건 고발로 또다시 같은 곳에 모였다. 결국 이 문제가 특정한 공간, 특정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해결을 위해서는 그간의 성폭력을 발생하고 은폐해온 시스템을 뒤집어 새로이 바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근본적인 개선을 하지 못했기에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체육계 내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관해서는 대한체육회도 같은 말을 했다. 물론 체육계를 유지해온 악습에 큰 원인이 있다. 폐쇄적이고, 성적만이 우선되고, 오로지 메달만이 그를 증명하게 하는 시스템, 여성 지도자 양성이 되지 않고 있는 가부장적 운동 문화와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으며,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늘 해왔던 면피에만 급급한 “대책이 되지 않는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체육계에서 방관한 채 이어져 온 성차별적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처벌과 이 문제가 계속되지 않도록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체육계로만 가능하지 않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1월 15일 경향신문 칼럼(https://goo.gl/buuevS)에서 “조직 내 위계나 물리적 폭력의 정도에 따라 피해 내용이 다를 뿐, 성폭력의 본질은 위계와 결합된 성별 권력 관계다. 이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은 없다. 나의 생명과 생계 그리고 평생의 경력을 쥐고 있는 상대방과 어떻게 합의가 가능하단 말인가. 본디 합의(consenus)는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끼리도 달성하기 어려운 지속적이고 끈질긴 협상 과정이다. “합의였지?”라는 비난 때문에 피해 여성은 분노 속에 침묵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는 전 사회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간의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해왔고 방치되었던 성폭력을 용인해온 구조, 성차별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뒤엎고 새로운 ‘지금’을 위한 성평등 체계가 처음부터 시도되고, 자리 잡혀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 사회 수많은 미투 운동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외면하는 것을 멈추고, 당장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을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외면할 수 있고, 방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적극적 개입자가 되어 성평등한 ‘지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체육계 성폭력을 발화해준 이들, 그리고 모든 피해 경험자들과 함께. #WITHYOU
(2019.1.16.수,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