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진정 새로운 길은 무엇인가?
- 남, 북, 미의 대담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끝난 이후 긴장감이 조성되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이 되고 있다.
11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에서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촉진자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회귀하여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름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어떠한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거듭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영변핵시설의 폐기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지만, 그 이상의 로드맵과 최종 목표에 대해서 합의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조야의 반응은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강경입장이 압도적으로 득세하고 있다.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인도하라는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등을 언급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름 없으며, 변형된 북한 붕괴론이다. 핵무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패전국가에나 요구할 만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억지로만 볼 수 없다. 핵을 뛰어넘는 대량살상무기를 언급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군축회담을 의제로 들고 나오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인권문제는 국교수립 단계에서 미 의회를 설득할 문제이지 지금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에서 다룰 주제가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하노이에서 미국이 일부러 판을 깼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에서는 4월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첫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9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언급했던 ‘새로운 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아쉬움이 많다.
톱다운 방식의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국면은 사실 북한이 변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변해서 조성된 한반도의 정치지형이다. 북한은 동시적 단계적 이행이라는 그들의 전통적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언급'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언급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노이에서 북미는 서로의 패를 모두 보여주었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은 본격적인 본게임을 비로소 시작한 셈이다. 자칫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장기전의 양상으로 흐를 소지도 많다. 남,북,미의 대담하고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온갖 억지와 거짓으로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는 대결주의자들을 상대로 한 세심한 접근 역시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에 평화의 새 국면이 열릴 수 있는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2019년 4월 11일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