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일자리 확대’ 중심의 담론을 넘지 않는 한 대안은 없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함께 지난 5월 7일 ‘2년의 변화, 3년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정책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컨퍼런스의 주된 기조는 두 가지로, 취임 후 2년 동안 많은 과제들을 이루어냈지만,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다가가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한 축 그리고 다가올 3년의 기획 속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함과 동시에 미래의 비전을 위한 정책기획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또 다른 한 축이다.
잇따른 경제지표 악화와 고용 악화 위기 속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컨퍼런스에서 나온 논의 속 주된 목표는 혁신적 ‘성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사회안전망-혁신성장-일자리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3년의 희망’으로 일컫는 이후 계획의 주된 목표다.
하지만 일자리중심의 경제정책, 고용안전망과 재고용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정책은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의 확대로 산업구조의 대규모 변화와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2018년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매장 판매직 23만 2천명, 운송관련직 14만 9천명, 청소경비단순노무 10만 4천명 등 대규모의 일자리가 로봇/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또, 한국의 제조업 분야에서 노동자 1만 명 당 대체가능한 로봇수가 531대이며, 이는 세계최고수준의 대체예상비율이라고 밝힌바 있다.
일자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산업구조 속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란 뚜렷한 것이 없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사용자 저항권 등 사용자에게 유리한 노동개악을 통해 각종 중소기업에 고용지원금을 주거나, 고용촉진장려금 등 공적 부조 이전 형태로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할 것을 ‘기대’하는 방법 밖에 없다. 변화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재고용을 중심으로 한 고용안전망위주의 사회정책들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자와 탈락하는 자 사이의 양극화만 심화 시킬 것이다. 일자리 확대 중심의 경제/사회정책의 실패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의 몫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래비전을 위해 지금은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노동법 개악을 ‘민생법안’이라 밀어 붙이고, 여전히 심사와 평가를 통한 공급자 중심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삶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순히 국민적 ‘체감’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정부에게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다. 일자리 확대 중심의 경제 담론과 반드시 노동을 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서비스 담론에 ‘혁신 성장’이라고 이름 붙인다 하더라도 새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설령 ‘혁신 성장’으로 인해 디지털 플랫폼 부문에서 성장한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독과점의 플랫폼 시장과 줄어든 일자리,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한층 더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려 무거워질 삶의 무게뿐 일 것이다.
예측 가능한 실패에 ‘희망’이라고 일컫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오히려 희망은 익숙한 일자리확대 중심의 담론을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상상할 때 가능하다.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감소되는 일자리가 예측되는 가운데 이제는 ‘일자리 확대’에 방점이 찍힌 경제/사회 패러다임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만이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만들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노동여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줄 기본소득 도입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혁신성장’이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좌충우돌 하는 문재인 정부를 넘어 노동당은 4차 산업혁명시기의 대규모 디지털 전환과 그에 동반한 새로운 산업/사회 구조에 대응하여 기본소득이라는 현실적 패러다임으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이다.
2019. 05. 10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