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 5.18 당시 광주에 있었다면 총을 들었겠느냐는 국가에 답한다

by 대변인실 posted May 15, 2019 Views 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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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5.18 당시 광주에 있었다면 총을 들었겠느냐는 국가에 답한다.

-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작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의 실현으로 인정했다. 헌재는 병역거부자에게 형사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제가 주어져야 함에도 이를 보장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2019년 12월 31일까지 이를 보완할 대체복무제 도입을 명령했다. 대법원 또한 2018년 11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현역입영을 거부한 이들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후 2019년 2월 28일 마지막 수감자를 가석방함으로써 교도소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이의 숫자는 0이 되었다.


하지만, 올해 1월 4일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안을 확정한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종교적 신념만을 ‘정당한 입영 거부 사유’로 인정하고 비종교적 신념은 국가가 나서서 이를 검증하고 재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개인의 신념이 존중받을만한 것인지 아닌지 검증하려는 질문들이 법정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하지만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에 대해서는 아직 무죄선고가 없다. 노동당 당원이자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여 내일인 1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오경택 당원 또한 그중 한 사람이다.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이 집총한 것은 피고의 양심에 부합하는가?”


 5.18 광주민중항쟁을 비롯한 한국의 공권력이 폭력으로 민중들의 평화를 앗아갔던 역사를 병역거부 결심의 계기 중 하나로 꼽은 오경택 당원에게 검찰이 던진 질문이었다. 또한 검찰은 오경택 당원이 ‘양심의 증거’로 제시한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참가 등에 대해서도 ‘폭력집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신념이 진실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광주민중을 학살 했던 공권력에 대한 평가 없이 폭력과 비폭력의 이분법으로 광주 민중들의 저항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 또한 헌법불합치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여실히 느낀다. 또한 사법부는 시민의 정당한 저항에 대한 몰이해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신념과 사상의 내용을 파헤쳐서 검증하고 재단하려 한다. 


사법부 스스로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야한다고 선언했지만, 막상 어떻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빈약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가진 사법부는 타인의 ‘양심의 자유’를 판단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가진 빈약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먼저 성찰하라.


내일,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오경택 당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을 예정이다.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판결과 대법원에서 무죄취지 파기환송이 된 이후,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받는 첫 선고이다.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는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반드시 무죄를 선고하라. 


죄가 있다면 그것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양심을 감옥에 가둔 정부에 있을 것이다.


2019년 5월 15일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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