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노동자들의 소원인 세상
-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작업하다가 사망하는 죽음의 행렬이 잠시 멈춘 듯 하더니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금)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인 (주)원양에서 가스탱크의 기압헤드(캡) 제거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18톤 규모의 기압헤드가 탱크에서 이탈되는 바람에 목이 끼어서 처참하게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의 시신은 헤드에 깔려 사고가 난지 5시간이나 되어서야 수습이 되었다. 조선소에서는 이번처럼 시신을 온전하게 수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18톤 규모의 기압헤드가 추락, 튕김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았지만, 노동자를 위한 안전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중공업의 하청업체인 (주)원양에서 작성했다는 <표준작업지도서>에 따르면 기압헤드 하부에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상부를 크레인으로 고정하고, 안전감시자를 배치하여야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지 않았다. 이 작업은 2018년부터 벌써 15번째 이루어지는 중이었는데, <표준작업지도서>는 올 3월에야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오늘(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외주화 금지와 살인기업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노동자 안전조처를 개악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였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안이 문재인 정부의 약속과 달리 산업안전법 개정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책안은 서류더미에서 잠자고 있다. 2017년 삼성중공업과 STX조선 사망참사 이후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시한 대책의 핵심은 위험의 위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가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문재인 대통령이 고 김용군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님의 호소에 응답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2017년 5월 312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의 책임자인 삼성중공업 원청은 고작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파기 뿐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의 생명을 다루는 노동안전 분야에서 개악을 일삼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전면 작업중지를 하도록 했지만, 지난 5월 노동부는 일방적으로 해당 지침을 개악해서 작업중지 범위를 축소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해당 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 5시간 30분이나 지체되어 내려졌을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내에 비슷한 작업공정이 여러 곳에 있지만 해당 작업장에만 작업중지명령이 발동되었고 나머지 작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작업이 그대로 진행 중이다.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 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외주화 전에는 기압헤드에 지지대나 크레인을 설치하고, 위험감시자도 배치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었다. 노조에 따르면, 위험한 작업공정을 외주화한 이후 2017년 한 해에만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맡긴 현대중공업에 일차적 책임이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게을리 한 정부도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해마다 32명, 달마다 2.7명이 죽어나가는 게 대한민국 조선소의 현실이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노동자들의 소원인 세상이다. 생명과 안전이 짓밟히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현대중공업과 정부는 자기 책임을 다하라. 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현대중공업 원·하청 책임자를 당장 처벌하라.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을 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개악된 중대재해시 작업중지 지침을 전면 재개정하고 정부는 사과하라.
2019.09.23.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