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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혐오와 차별의 정치는 이제 가라!

- 아이다호 데이(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를 맞아


29년 전인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다. 동성애는 성적 지향이 아니라 범죄나 질병이라고 규정되어온 역사에서 ‘다른 목소리’가 선언된 날인 것이다. 이 날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IDAHO)’로 지정되어 매년 전 세계에서 평등을 이야기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발언과 폭력 행위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이제는 퀴어문화축제에서 혐오 세력이 방해와 폭력적 언동을 벌이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국가는 군대를 통하여 성소수자 차별을 공고히 하고 있다. 군형법 제 92조 6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를 형사 처별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동성 간의 성행위를 위법 행위로 여기는 조항이며,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이 조항을 근거로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하고 있다. 2017년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성소수자 군인들을 색출해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2018년 말에는 해군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여 조사했다.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서울시의 일부 공무원들은 퀴어문화축제를 서울시가 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퀴어 행사는 그 음란성으로 인해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건전함과 거리가” 멀다며 “접근하기 어려운 실내 체육관에서 여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공무’를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이 혐오세력의 폭력적 행위는 용인하면서 차별에 저항하는 퀴어문화축제는 멋대로 음란하다,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건전’은 무엇이며, ‘시민’은 누구인가. 왜 여전히 성소수자는, 사회정치적 소수자는 시민에서 배제되고 있는가.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데도 이를 변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와 정치의 목소리는 부재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0년이 지나도록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이야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인권위원회 존재를 핑계로 100대 국정 과제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혐오 세력의 폭력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공간에서 존재하는데도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 및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정치가 시작되어야 한다. 보수 기독교계의 눈치를 보는 혐오를 용인하는 정치, 정치적 이득에 편승하여 다양한 가치를 포기하는 차별의 정치는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차별하고 반대하기 위함이 아닌 모두를 위한 평등을 이야기하는 정치가 존재해야 한다. 인간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엄한 존재라는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2016년 이후, 5월 17일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다른 ‘이름’이 생겼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은 여성이란 이유로 벌어진 ‘여성혐오’ 사건이며, 국가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혐오가 누구에 의해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의 안전이 아닌, 폭력과 배제를 용인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강한 혐오•차별을 지속시킬 뿐이다.


더 이상 ‘나중에’가 아닌, ‘지금 당장’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사회정치적 소수자의 평등에는 예외를 갖는 기존의 차별적인 사회 시스템을 변화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 시작이 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와 정부는 더는 미루지 말고 지금 응답하라!



2019년 5월 17일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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