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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재와 수능의 ‘70% 연계’, 제대로 될까?

교육과정평가원이 연계 방안과 예시까지 제시했지만, 그래도 아리송


송경원(진보신당/ 교육), 20100328



지난 25일 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EBS 교재와 수능의 70% 연계방안”을 발표합니다. 10일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EBS 강의의 수능 연계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고 하였는데,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한 겁니다.

평가원에 따르면, EBS 교재의 문제가 수능에 그대로 출제되지 않습니다. 하긴 그러면 ‘연계’가 아니라 ‘문제 유출 비리’에 해당합니다. 정부가 밝힌 연계란, “EBS 수능교재의 개념과 원리 등을 이해하면 수능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개념 및 원리 활용, ▲지문 및 자료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 활용, ▲문항의 변형 또는 재구성 등 4가지 유형을 제시합니다. 각각의 유형에 따른 예시도 보여줍니다.


연계? 직접연계? 이게 뭔지?

한동안 ‘70% 연계’가 직접연계라고 회자되었습니다. 안병만 장관의 발언도 직접연계율 확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직접연계가 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EBS 교재에 있는 지문이나 보기가 그대로 수능에 나온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이건 ‘수능 문제의 사전 유출’ 아닌가요? 일각에서는 EBS 교재의 내용과 비슷하거나 일부만 변형한 문제가 수능에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비슷하거나 일부만 변형’은 또 무슨 말일까요? EBS 교재에 “2+3=?”라는 문제가 있는데, 숫자만 바꾼 “6+7=?”가 수능에 나온다는 뜻일까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처음에 ‘연계’라는 말을 꺼낸 정부가 시원하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평가원은 연계의 의미를 “EBS 수능교재의 개념과 원리 등을 이해하면 수능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라고 밝힙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교과서만 열심히 파면 수능을 잘 풀 수 있다”와 뭐가 다를까요. 또는 웬만한 참고서나 문제집에서 적중률 몇%라고 홍보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 걸까요.

더구나 평가원은 직접연계나 간접연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연계’라고 말합니다. 안병만 장관의 10일 발언 이후 보름 동안 직접연계나 간접연계라는 단어가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이제 와서는 ‘연계’라고만 언급합니다.

그리고 연계의 네 가지 유형은 문제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개념과 원리 활용’에 대해 평가원은 예시로 “화산종류 설명 → 여러 가지 화산의 특성을 비교하는 문항”을 제시합니다. 수능 시험지에 EBS 교재의 문제만 변형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재 상의 특정 설명도 나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 말을 믿는다면, EBS 강의나 교재에서 문제만 보면 안됩니다.


중요한 건 체감 또는 반응

그래서 일단 경험해봐야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평가원은 EBS 교재와의 연계율을 6월 모의수능 50%, 9월 모의수능 60%, 11월 본수능 70%로 단계적으로 높힌다고 밝힙니다. 그러니 일단 6월 모의수능을 치러봐야 합니다.

하지만 평가가 엇갈릴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최근에 EBS 수능강의가 떠들썩했던 건 지금부터 6년 전인 2004년입니다. 이 때도 당시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상당부분 연계하겠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후 EBS는 수능에 84.6%가 반영되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의 교육부 정책연구 <e-learning 활성화를 위한 EBS 수능강의 사업의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3 학생은 평균 31.6%, 고3 담당교사는 41.1% 반영되었다고 답합니다. 정부는 80% 넘게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시험을 본 학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이러한 현상이 올해 또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시각차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연계라고 하지만, EBS 문제가 그대로 수능에 나오는 게 아닙니다. ‘변형’되어 출제됩니다. 문제는 변형의 정도에 대한 시각 차이입니다. 평가원이나 EBS는 이 정도면 ‘사실상 같은 문제’라고 평가하지만, 학생이나 교사는 그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의 체감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반응은 다른 곳에서도 살필 수 있습니다. 안병만 장관의 70% 연계 발언이 나온 10일, 사교육 대장주인 메가스터디가 10.8% 하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EBS 충격 등 정부 정책의 효과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가스터디 유명 강사들의 이탈이나 매출 증가세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평가원이 EBS 수능과의 구체적인 연계방안을 발표한 25일에는 메가스터디의 주식이 4.8% 오릅니다. 재수생 유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시장은 EBS와 관련지어 반응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주로 외국인이 팔고 사면서 메가의 실적 등에 따라 주가가 움직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MB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체로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취임 첫 해 부활한 일제고사는 10년 만의 일입니다. 즉,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격입니다.

MB의 야심작인 자율형 사립고은 고교 입시를 낳아 1974년의 고교 평준화 이전으로 시계를 되돌립니다. ‘리틀 MB’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추진한 국제중은 1969년의 중학교 무시험 진학으로 사라진 ‘중학 입시’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작년 여름방학 때 발견된 일제고사 대비 초등학교 보충수업은 1950~60년대 이후 실로 50여년 만이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EBS 교재와 수능의 연계’는 6년 전과 거의 흡사합니다. 그래서 많은 양의 교재 중에서 엑기스만 뽑아 강의하는 사교육, EBS 교재 판매량 증가, 다른 학원으로 스카웃되는 EBS 유명 강사들, 사교육비 절감을 외치며 시작했으나 과연 그런지 의심되는 정책, 정부는 많이 반영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반응은 다르고 등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내용이 바뀌면 다른 결과도 나오는 법입니다. 2004년과 달리, 이번에는 평가원과 EBS 간의 협력이 유기적입니다. ▲평가원의 연구원이 EBS 교재를 감수하고, ▲평가원과 EBS가 공동으로 EBS 강사 및 집필자 중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출제 방향 및 기법에 대한 합숙 연수를 하며, ▲수능 검토위원으로 EBS 강사 및 집필자가 참여합니다.

수능을 출제하는 기관과 ‘수능 족집게 과외’으로 발돋움하려는 방송사가 이렇게 동맹을 맺습니다. 그리고 장관이 말한 70% 연계 고지로 향합니다. 하지만 문제 유출과 문제 변환 사이의 줄타기 속에서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수습반이 될 수도 있고, 사고 유발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어딜 가나 윗선을 잘 만나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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