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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썼던 원고입니다. <레디앙>에도 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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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의 학교, 300 대 바르바로이(Barbaroi)

 

송경원(교육), 071224

 

온다. 이명박이 온다.

온다. ‘스파르타’의 고교 300이 온다.

운다. 300에 들지 못하는 바르바로이(Barbaroi, 그리스어로 ‘야만인’)는 운다.

 

문제는 변화의 정도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

 

①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교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②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매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교사 3천명 양성, 영어로 하는 수업 확대, 교육특구 확대 등

③ 3단계 대입자율화: 학생부 및 수능 자율화(1단계), 수능과목 축소(2단계), 완전 자율화(3단계)

④ 기초학력, 바른 인성 책임교육제: 초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 중고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별 성적 및 정보 공개 등

⑤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 교원평가, 교원평가 결과와 교원 연수․자격 연계, 국가교육과정위원회 설치 등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과반수에 육박할 정도의 지지 속에서 다른 후보들을 저 멀리 제치고 당선되었다.

이제 교육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공약(박스)은 하나하나 바꾸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 뿐만 아니라 올 한해 동안의 구도가 ‘혁신 보수 대 수구 개혁’이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뒤돌아보면, 한나라당이나 보수세력이 “3불 안된다. 폐지하자”라고 변화를 이야기할 때, 참여정부와 개혁세력은 ‘3불 유지’를 외쳤다. 고교평준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구도는 대선에서도 여전했다. 그런 만큼 “참여정부 때문에 못 살겠다. 바꿔보자”라는 대중의 열망과 맞아 떨어진 쪽은 이명박이었다. 당연히 학교의 변화는 예정된 수순이다. 오죽 하면 중학교 아이들도 “선생님, 이제 저희 머리 빡빡 깍고 죽도록 공부하고 시험만 봐야 하나요? 이제 국어도 영어로 수업들어야 하나요?”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어느 정도 변화할까. 여기저기에서 예측하는대로 큰 폭일까. 그래서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일이 벌어질까. 글쎄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바뀌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참여정부 5년이나 김대중 정부까지의 지난 10년 간 교육정책과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이 180도 달라야 한다. 하지만 뭐가 다른가. 참여정부가 좌파 교육정책이었고, 이명박 후보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인가. 아니면 참여정부가 교육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하였고, 이명박 후보는 교육시장화를 중심으로 하는가. 노무현 정부가 국공립대 확대를 꾀했고, 이명박 후보는 법인화를 주장했는가. 그렇지 않다. 참여정부나 김대중 정부 모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였고, 그 뿌리는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이었다. 그리고 5․31 교육개혁안을 만든 핵심 인물이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만들었다. 그러니 지난 10년 동안이나 앞으로의 5년은 기조 면에서 커다란 변화는 없다.

물론 10여년 전에 5․31 교육개혁안을 만들었고 이번에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만들었던 당사자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가 취지를 퇴색시켜왔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니 앞으로는 본래 시장주의 패러다임에 맞게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당사자의 관점일 뿐, 다른 사람이 보면 오십보 백보다. 애써 차이를 찾는다고 하면,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교육의 원전에 보다 충실하리라는 점이다.

 

이명박 교육정책은 현재진행형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모두 신자유주의 교육철학인 까닭에 이명박 교육정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가 아니다. 현재진행형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

이래저래 이야기가 많았던 ‘300개 다양한 고등학교’의 경우, 0개에서 300개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자사고와 사립 특목고 합하면 43개다(자사고, 사립 외고, 사립 과학고만 하면 24개). 그러니 목표로 하는 100개 자율형 사립고에는 57개만 있으면 된다. 57개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한나라당은 공약 발표 전에 사전조사를 끝냈다. 그리고 공약 발표 이후에는 희망하는 사학들이 한나라당 당사 앞에 줄을 섰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노무현 정부의 공이 컸다. 지난 3년간 공사립 포함하여 특목고가 12개 신설되었다. 2007년 현재 공사립 외고, 과학고, 국제고, 예고, 체고가 89개교인데, 이 중 12개(13.4%)가 최근 3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2년 대선에서 ‘고교평준화 유지하면서 보완하겠다’고 말한 것을 충실히 지켰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노고를 상당부분 덜어주었다.

전문계 고교(예전, 실업계 고교) 중 50개를 육성한다는 마이스터 고교는 그 후보군이 차고 넘친다. 전체 707개 전문계 고교에서 50개를 추릴 필요가 없다. 전문계 특목고 40개, 전문계 특성화 고교 92개 등 도합 132개 중에서 50개를 추리면 된다. 이 역시 노무현 정부의 공로다. 공립 기숙형 고교 150개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위해 ‘1군 1우수고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선정만 잘 하고, 기숙사 시설 비용만 조달해주면 된다. 물론 이미 기숙사 시설이 완비된 학교도 존재하므로 이런 수고조차 덜 수 있다. 그래서 대안학교의 취지에서 벗어난 자칭 대안학교들의 행보가 자뭇 궁금하다.

3단계 대입자율화라는 거창한 제목의 공약도 그리 어렵지 않다. 입시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이 상당부분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의 입시 자율화는 김대중 정부가 그 기반을 닦아놨다. 그래서 대학은 수시를 얼마나 하고 정시를 얼마나 하고 입학전형의 세부 사항을 어떻게 할지 알아서 결정할 수 있다. 다만, 3불만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3단계 대입자율화는 시간을 봐가면서 언젠가는 3불을 폐지하겠다는 의미다.

3불 폐지는 그렇다 치고, 이명박의 3단계 대입자율화 중 1단계인 ‘학생부 및 수능 자율화’는 당장 내년에도 실시할 수 있다. 올해 내신 반영비율을 놓고 교육부와 주요 대학들이 실랑이를 벌여왔는데, 이걸 정부가 안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창 실랑이 중일 때 정부가 동원했던 수단을 떠올려보자. 법 위반이라고 떠들지 않았다.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하겠다고만 했다. 이는 행재정적 지원만이 정부의 카드라는 의미다. 그런 만큼 정부가 가만히만 있으면 1단계 대입자율화는 그냥 된다. 법? 이미 고등교육법은 대학 총장에게 입시전형의 결정권을 준지 오래다. 입학사정관? 지금 시범실시 중이다.

몇 가지만 더 해보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를 시험보겠다고 한 것도 전국의 16개 교육감들이 시험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고맙게도 교육감의 결정사항이므로 정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해주었다. 그리고 교육특구 확대한다고 했는데, 법과 제도는 완비되어 있다. 그러니 지자체가 신청하면 ‘잘 해라. 밀어주마’라고 하기만 하면 된다. 교원평가? 근무평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수십년간 해왔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성과급 지급을 위해 추가로 평가해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근무평정을 다면평가로 한다고 시범실시 중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다양한 평가를 하나로 통일시키면서 그 결과를 ‘교사 족치기’에 쓰면 된다.

이처럼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은 대부분 현재진행형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가 그 길을 잘 닦아왔다. 그러므로 5․31 교육개혁안의 취지를 퇴색시켜왔다고 불평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상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야 한다.

 

사교육비가 늘기만 할까

이명박 후보의 교육공약은 간명하다. 대학은 자율성을 더 주고, 고등학교는 300개를 중심으로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학교가 시키게 되고, 특목고 진학의 병목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되므로,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특목고나 자사고가 일류대 진학의 지름길이 되면서 특목고 대비 사교육이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므로 300개 특별한 고등학교가 생긴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또한 300개 고교에 발맞추어 특별한 중학교가 생기고 그러다보면 입시와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문제제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교육비가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부분 몇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 한나라당도 입시와 병목현상으로 사교육비를 접근한다. 그래서 현재 자사고, 외고, 과학고가 46개로 전체 일반계 고교의 3.2%인데, 이를 250개로 늘리면 15%가 넘어 병목현상이 완화되면서 입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 접근법 맞다. 그런 만큼, 입시 사교육비 절감의 요인으로 작동한다.

다만 자사고와 특목고가 끝이 아니라 일류대 진학의 관문이기 때문에, 일류대 진학률에 따라 250개 학교 중에서 특특목고, 특특특목고 등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46개 학교가 250개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46개 그대로이거나 적을 수 있다. 그러면 일류고 진학의 병목현상은 완화되지 않는다. 사교육비도 줄어들지 않는다.

둘째, 250개 일류고가 같은 서열이 되던, 그 안에서 다시 서열이 발생하던 간에, 250개라는 숫자는 사람들에게 ‘모 아니면 도’를 강요한다. 현재 자사고, 외고, 과학고는 46개로, 전체 일반계 고교의 3% 수준이다. 그런 만큼 상위권 중학생들 사이의 경쟁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50개로 늘어나 전체 일반계 고교의 15%를 넘으면, 여기에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못하느냐는 모든 중학생들의 죽고 살기가 된다. 그런 만큼 250개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중학생들의 사교육은 증가한다. 그러면서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도 늘어난다. 현재의 사교육비는 고등학생이 가장 많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그 다음인데,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고등학생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셋째, 문제는 사교육비다. 한 가정의 사교육비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가계 소득이 최대치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정부의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서 공식적인 수치를 인용할 수 없지만, 정부 이외 다른 곳에서 발표한 최근의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임계치에 가까워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지난 4월에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가구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원으로 월평균 지출액의 25%, 소득의 19%를 차지한다. 얼마 전에는 한국소비자원이 월평균 과외비가 5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한나라당은 고등학생만 볼 때, 학기 중 43만원, 방학 중 45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그 어떤 수치든 간에 현재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20만원, 지출이 27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해보면 비중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과연 사교육비라는 단일 항목의 임계치가 어느 정도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월 지출액이나 소득의 30%? 절반? 또한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20만원이라고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따름이다. 소득양극화 추세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감안해볼 때, 하위 계층에게는 이미 40만원이든 60만원이든 하는 사교육비가 부담된다. 이 부담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을까. 월 120만원 받는 비정규직이 얼마나 언제까지 사교육비를 쏟아부을 수 있을까.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해법이 부실한데 말이다.

한편으로 사교육비 지출의 양극화를 주도한 쪽은 상위층이었다. 중하위층의 사교육비가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할 때, 상위층이 경쟁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그런데 만약 이명박의 교육정책이 실현되어 고등학교부터 귀족학교 코스가 만들어지면, 상위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어떤 양태를 보일까. 줄어들까. 늘어날까.

넷째, 고등학교 단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어떻게 변화할까. 일단 250개 일류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줄어들 수 있다. 지금도 실업계 고교생의 사교육비는 일반계 고교생의 60% 수준이다.

문제는 250개 일류고 안에서의 사교육비다. 여기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일류대 진학이 남아 있으므로 사교육비는 지출된다. 그리고 현재의 특목고와 자사고를 보면, 평균 사교육비가 일반고 사교육비보다 많다. 그러므로 250개 일류고 안에서의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교육비 지출에 있어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수도권이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이유는 풍부한 학원시장과 관련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는 야자나 보충을 학교에서 함부로 시킬 수 없다. 학교 마치면 바로 학원가야 하기 때문에 학생을 학교에 두겠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난다. 그러나 지방은 다르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아이를 오래 잡아두기를 원한다. 이명박의 250개 학교는 전국에 산재된다. 이들 학교는 일류대 진학률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략은 간단하다. 될성 싶은 떡잎을 골라 오래 잡아두면서 훈련시켜야 한다. 기숙형이면 새벽 1시, 2시까지 재우지 않아야 한다. 온라인 사교육을 제외하고는 사교육비 지출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더구나 250개 일류고의 의미가 ‘다양한 교육’이므로 학교 차원의 차별 교육 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의 차별 교육이 공식 정책이 된다. 그렇다면 250개 고교든, 그 외 고교든 간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우열반 편성이 보다 심해진다. 그러면서 사교육비 지출 요인이 줄어들 수 있다.

다섯째, 사교육비는 아니지만, 100개 자율형 사립고의 학비 규모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의 자사고를 참고해보면, 년 1,000만원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 중에서도 포항제철고등학교와 광양제철고등학교는 년 2~3백만원 수준으로 일반계 고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물론 양대 제철고는 회사 자사고로, 빵빵한 재단의 힘이 크다.

그런데 100개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 튼튼한 재단이 한 군데도 없을까. 서울 뉴타운에 진입하려는 대교처럼 사교육 재벌이나 다른 곳은 없을까. 또한 100개 자율형 사립고 포함 총 250개 일류고가 서로 경쟁해야 하는데, 과연 가격 경쟁을 하려는 학교는 한 군데도 나오지 않을까. “저희 학교는 쌉니다. 하지만 확실히 공부시킵니다. 일류대 진학 책임집니다. 아이를 보내십시오”라고 광고하는 학교가 한 군데도 없을까.

결국 이명박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를 늘린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곤란하다고 본다. 증가 요인도 있지만, 감소 요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학생당 월 45만원에 달하는 일반계 고교의 사교육비(연간 총 7조원)를 절반(총 3조 5천억원)으로 줄이겠습니다”라는 공언이 100% 실현되지 않겠지만, 뻥튀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곧 문제의 지점은 사교육비 예측이 아니라 다른 곳일지 모른다.

 

300과 바르바로이

바르바로이(Barbaroi)는 그리스어다. 원래는 그냥 ‘이방인’ 정도의 중립적인 의미였으나, 페르시아 전쟁 이후 뜻이 바뀌었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를 외치면서 페르시아와 전쟁을 한 후, 바르바로이는 그리스인 이외 사람들을 경멸하는 말이 되었다. ‘천한 이민족 노예’, ‘야만인’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은 300과 바르바로이로 학교를 재편하는 것이다. 학교와 학교 사이에도 300과 바르바로이로 나뉘며, 학교 안에서도 300과 바르바로이로 구분된다. 물론 300개 고교에 대해 이명박 후보 측은 일종의 선도자라고 말해왔다. “이 학교들을 먼저 하고, 그 영향으로 다른 학교들도 바꿔나가겠다. 그리고 나머지 1,859개 학교도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비를 추가 배정하여 지원하겠다”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한번 선도자는 혁신의 영원한 선도자로, 일류의 지위를 계속 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고교평준화는 사실상 붕괴된다. 고교평준화란 획일화가 아니라 지역내 고교 무시험전형 및 추첨배정이다. 따라서 고교평준화의 반대말은 다양성이 아니라 고교별 입시다. 그런데 이명박의 300 중에서 100개 자율형 사립고는 현재의 자사고처럼 고교별 입시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150개 기숙형 공립고 또한 지역의 학생들을 우선 입학시킨다고 했으니, 마찬가지로 고교별 입시가 허용된다. 50개 마이스터고는 전문계 고교로, 전문계 고교는 평준화를 적용받지 않았다.

그러니까 일반계 고교 중 250개 고교에서 입시가 부활한다. 물론 250개 중에는 현재의 특목고나 비평준화 지역의 고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평준화 지역내 학교도 다수 포함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전국의 기초 지자체가 234개인데 일류고가 250개이므로, 1개 기초 지자체에 1개 이상의 일류고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일류고는 평준화를 적용받지 않고 입시를 치루는 학교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학교들이 평준화라고 하더라도 평준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정도 규모라면 현재의 대학입시와 거의 유사하다. 비평준화 체제인 대학이긴 하나, 대학별 입시를 제대로 치루는 학교는 중상위권 학교에 국한된다. 나머지 학교들은 입시를 보기는 하지만, 원서만 쓰면 그냥 합격이거나 학생을 모셔와야 한다. 그러므로 입시를 치루는 250개 고교의 존재는 곧 고교평준화 해체이다.

그러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고등학교의 질서는 서열화로 재편된다. 대학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느 학교가 최상위권 중학생을 싹쓸이할 수 있느냐’가 서열을 매기는 하나의 척도가 되며, ‘어느 학교가 일류대에 많이 진학시키느냐’가 또 다른 척도가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학교들은? 비평준화 지역은 학생을 모셔와야 하고, 평준화 지역은 중위권 이하 학생들을 나누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비평준화 지역에서 발견되는 “교복이 부끄러워요”가 전국적인 현상이 된다. 동시에 250개 일반계 일류고 등 300개 일류고 학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을 ‘바르바로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등장한다. 그리고 300개 일류고가 일류대 진학을 독점한다. 여기에 이명박 후보는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공약만 제시하였기 때문에, 대학서열은 그대로다.

그 결과 학교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재편된다. 물론 프로스포츠처럼 1부 리그 안에서도 경쟁이 벌어지고, 2부 리그 안에서도 경쟁이 있다. 하지만 2부 리그에서 잘 하면 1부 리그로 가끔 올라갈 수 있는 프로야구와는 달리 이명박의 교육리그에서는 고교에서 대학에 진학할 딱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 일종의 연습생 성공 신화로 포장되겠지만 확률적으로는 매우 드물다. 대신 고교 재학 중이거나 대학 재학 중일 때에는 지금의 일반고-실업고처럼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될 수는 있지만, 거꾸로 승격은 없다. 그래서 이명박이 만드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는 프로축구보다 잔인할 수 있다.

 

300에 들지 못하면......

스파르타에서는 태어난 아이가 연약하면 죽인다. 이명박의 교육리그에서는 300에 들지 못하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할 때 상위 15%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단 일류대 진학의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15%에 들지 못하면, 체념, 자기 합리화, ‘분수대로 살자’ 등을 빨리 터득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상위 15%에 들어가고, 누가 그렇지 않을까. 답은 뻔하다. “아빠의 경제력와 엄마의 정보력이 일류대 진학을 결정한다”는 교육양극화 추세를 감안하면, 상위 15%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누구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 결과 중학교와 초등학교 단계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이명박의 1부 리그 고교는 아이쇼핑을 하나 살 수 없는 상품이다. 이렇게 백화점 쇼윈도우를 바라만 보는 사람들은 일단 비정규직의 자녀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한나라당은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맞춤형 장학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도 1부 리그에 진입하는 단계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어릴 때부터 돈으로 영재를 만드는 시대의 해법은 아니다. 그래서 맞춤형 장학지원 시스템 또한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쇼윈도우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이명박 전선? 글쎄

불평등한 교육체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모두들 교육분야에서 반이명박 전선을 예상한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교육정책을 발표하면 교육운동단체가 열화와 같이 일어나 일대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조만간 야당일 될 대통합민주신당까지 포괄한 반이명박 세력이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일단 구도 설정에서 뒤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는 ‘바꾸겠다’라고 하면 소위 반이명박 세력은 ‘안된다’라고 할텐데, 이렇게 되면 자칫 ‘혁신 보수 대 수구 개혁’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번 대선처럼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과 어긋날 지도 모른다.

물론 반이명박 세력 안에서 각각의 정치세력들이 선명성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제까지는 “대학평준화, 말이나 돼?”라고 했던 정치세력이 오늘은 갑자기 “뭐하러 국공립대학부터 평준화해? 하려면 한번에 다 해야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지는 미지수이나,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전개되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반이명박 세력은 구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 첫째, 교육운동판에서 여러 정치세력이 동상이몽을 꿈꿀 여지가 높다. 둘째, 15대 국회의원에서 의원직 상실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지만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점, 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에 밀렸지만 끝내 뒤집은 점, 한 번 1위를 차지하자 이를 놓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이명박은 강하다. 셋째, “전 일머리가 있습니다. 결정하기 전에는 충분히 논의하고 듣고 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힘있게 일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합니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할 때도 제일 먼저 담당 공무원을 바꾸었습니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하니까요. 전 일머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교육정책은 교사, 교수, 교육부 관료들에 대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교수는 최근 KAIST에서 있었던 일을 적용하거나 국립대 법인화나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교사는 교원평가를 들이밀고, 교육부는 해체나 그에 버금가는 구조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 물론 그러면서 교사, 교수, 교육부를 한꺼번에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수구집단’, ‘시대에 거스르는 무조건 반대집단’으로 규정할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당신 아이는 어느 특목고이던가요?’를 도덕성 카드로 꺼낼지도 모른다. 이렇게 반대세력을 다스린 후, 교육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신자유주의 교육의 선진국인 이 나라에서 남은 분야가 교육노동과 고교평준화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교육노동도 유연화하고, 반대세력도 제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시선

이명박 정부의 300은 기본적으로 불평등하다. 하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 또한 불평등했다. 한번도 평등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교육은 공적인 것이다’나 ‘교육은 권리다’라는 생각이 많지 않다. 평등한 교육이 무엇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내 아이의 문제일 때만 교육은 권리다. 다른 나라들은 대학까지 평준화되어 있고, 입시부담이 없고, 학교생활도 우리보다 낫다고 하지만 쉽게 와닿지 않는다. 교육이 불평등했지만,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해왔다. 그렇게 교육받아왔고,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래야지만 그래도 살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불만을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이내 감내하고 체념하고 합리화하고 틈새를 찾을지 모른다. 그런 만큼 불만의 표출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대항마를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항마는 불평등한 교육의 최대 피해자가 누구인지, 보다 평등한 교육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에서 나오지 않을까 한다. 이에 대해 얼핏 생각해보면, 비정규직의 아이들과 대학평준화가 앞으로 가야할 여행의 시작이라고 본다.

‘스파르타’의 300은 끝내 페르시아를 이긴다. 그리스인은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바르바로이라고 경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원전 338년 바르바로이라고 무시해왔던 마케도니아에 멸망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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