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의 실패가 국민의 고통분담으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 정부의 가스요금 인상계획과 관련하여
2008. 07 18 정책연구위원 강은주
정부는 17일 2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하반기 전기요금과 전기요금 인상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다음달부터 3개월에 걸쳐 가정용은 30%, 산업용은 50%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하였으며, 전기요금 역시 다음달에 5%정도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이러한 요금 인상에 대해 정부는 80~90%가 국제유가와 연동되어 있는 국제 가스 가격의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전기요금까지 5%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원가 상승을 통해 지하철, 버스 등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요금인상과 여타 분야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 4.5%는 수정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정부는 당초 잡았던 물가목표 3.3%를 상향조정한 바 있다. 이명박 지지율과 월급을 제외하고 전부 인상된다는 시기에 정부 발 공공요금 인상은 정부가 물가를 잡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가스는 정부가 민영화되어있는 소매요금까지 강제하기 어려워 실제 상승률은 더 클 가능성이 존재한다.
가스요금 인상은 정부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을 들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가스요금의 인상원인은 명확한 정부정책의 실패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LNG시장은 유례없는 저가공급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산업자원부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및 경쟁도입 등의 정책 미확정을 이유로 가스공사에 대한 신규장기도입 계약을 중지했다. 최적의 조건에서 LNG를 도입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린 후 현물구입과 가격상승 후 구입으로 인한 손해는 무려 6조4182억원에 달한다. 대책없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손실 및 수급대란의 원인을 자초한 정부가 바로 요금 인상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실패는 이뿐이 아니다. 정부가 발전회사에게 직접 가스를 수입하도록 허가해준 ‘직도입’제도 역시 대표적 실패 사례다. 직도입 허가를 받은 GS사는 직도입에 실패했고, GS가 사지 못한 물량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구매해주면서 연간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되었다. 또한 포항 포스코 공장의 직도입 허가로 지역도시가스회사의 판매량이 줄자 포항지역 가정용 가스요금을 23%나 올렸다. 정부정책 실패의 결과물을 국제원가 상승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위선이다.
더욱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가스공사에 상반기요금 동결에 따른 적자분의 절반을 예산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가스공사가 지난 4년간 흑자를 기록했으며, 추경예산으로 절반 보전하면 나머지 50%는 가격에 반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가스공사 주주들은 원료비 상승으로 인한 손실분을 전혀분담하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재정지원의 법적 지원 근거가 미약하다고 발표했다. 2007년 가스 공사의 주주배당금액은 1,000억 원이었다.
지금정부가 해야할 일은 반성과 새출발
가스는 약 60%가 가정용 난방용이다. 하반기에 살인적인 가스요금 인상이 이루어지고, 전기요금 인상계획과 맞물려 공공서비스 요금이 줄줄이 인상된다면 가계부담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은 결국 전국민의 동절기 난방 자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임금 인상없는 공공요금의 연쇄적 인상은 또 다른 빈곤층을 양산할 뿐이다. 더욱이 에너지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공공재이다. 이러한 공공재의 요금인상은 저소득층은 물론 전 국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책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에너지 빈국으로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계획과 가격조절, 장기적인 안목의 지속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스공사와 한전의 민영화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민영화 방침의 철회는 반가운 일이나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미시적 조정을 통한 경영효율화’라는 단어는 재고되어야 한다. 공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시정하되, 공기업의 ‘효율성’이라는 단어는 ‘기업으로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충분히’ 공급하는 것으로 재정의되고 또한 평가되어야 한다.
현 시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에게 살인적인 요금 인상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간 정부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안정적 에너지 수급계획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재생가능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