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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비용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문제입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 그 정권의 정책적 지향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지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감면 혜택, 개발호재 지역 노려볼 만' 부동산 섹션에 실린 기사 타이틀입니다. 사회면이나 경제면에서는 MB정부의 부동산 양도세/거래세 감면 정책에 대해 욕을 하지만, 부동산 섹션에서는 '양도세 감면 혜택 받으니 호재'라고 말하는 것, 이게 소위 '진보언론'이 주택정책을 바라보는 시야의 양면입니다."

지난 9월 19일, 진보신당 중앙당사에서 "가계부채와 한국 주택문제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당원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사는 진보신당에서 주택, 교통 등 서울시 관련 정책에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인 김상철 서울시당 사무처장입니다. 최근에는 오세훈 전 시장이 벌여놓은 '새빛둥둥섬' 사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상철 처장은 주택정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임대주택 관리방안 개선책, 뉴타운 개발사업 대안 등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주택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택정책, 비용 아니라 이데올로기 문제다 

돈이 없어도 의무교육 과정까지는 무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의료비 부담에 손을 보태는 국가 의료보험제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택'은 어떨까요?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겼지만 이상하게 국민의 절반은 전세를 전전하거나 사글셋방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정책이 부족해서일까요? 

"1976년 영국의 사회주택 예산은 전국민의료보장제도(NHS)와 전체 교육재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배정되고 있었습니다. 이후 대처가 가장 먼저 건드린 것이 주택이죠. 기존의 사회주택을 민간에게 분양해버렸어요. 주택을 공공으로 보급하다보니 너무 비효율적이란 게 그 근거였습니다. 그런데 주택은 비용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문제입니다.

20세기 초반 비엔나에서는 좌파 도시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진적인 주택정책을 펼쳤습니다. 보육시설과 집회장까지 갖춘 대규모 공공주택이 곳곳에 들어섰고, 그 14년동안 집권 이전 주택보급량의 1/3을 지었습니다. 지금도 비엔나는 주정부/비정부기구가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싱가포르에서도 주택을 탈시장화하여 현재 90% 이상의 주택이 공공주택입니다."

20120925202025_0482.jpg ▲ 2006년 비엔나의 사회주택 비율. 주정부 임대주택이 두 번째, 비정부기구가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세 번째로 많다. (비엔나 시 공식 홈페이지)


김상철 처장은 영국과 비엔나,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면서 주택정책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 그 정권의 정책적 지향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지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국 또한 토지 공개념 관련 법안들이 갈수록 축소되어오다가 1998년 구제금융을 맞이하며 신자유주의 구조로 개편되면서 폐지되고 맙니다. 노무현 정권 시기엔 주택가격의 변동에 따라 오늘 부동산 규제정책이 발표되었다간 내일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는 등 난맥을 거듭합니다. 


주택은 투기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다

"토지는 인간이 노력을 통해 생산하는 '상품'이 아니예요. 주택가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 실질적으로 자본주의 구조 내에서 논리적으로 분해가능한 가격은 하나도 없습니다. 인근유사주택가격은 말그대로 심리적인 가격입니다. 원가대로 지었는데 주변아파트 가격이랑 1억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면 1억 더 얹는 겁니다. 부동산 원가 공개하는 거 보셨나요? 주택이 정말 온전한 상품이라면 원가를 공개못할 이유가 없어요. 택지개발비도 마찬가지예요. 상당부분 토지보상비가 차지하는데 이거, 시가죠. 집을 짓는 인부들의 삯 또한 사회적으로 결정된 가격입니다." 

20120925203320_9257.jpg ▲ 주택의 상품화 구조: 금융화 이해의 첫 단계


"이렇게 주택이 상품이 되고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끼는 거품이 '부동산 버블'입니다. 거품이 만들어지기 쉬운, 그것도 빚으로 만들어지는 거품이니 더더욱 금융화하기 좋은 상품인 거죠. 세입자를 깔고 앉아서 상위 몇 프로의 부르주아 계급이 엄청난 이윤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실물경제가 이렇게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능력에도 맞지 않는 주택을 소유하고 싶고, 소유욕구는 굉장히 강한데 맘먹은대로 소유는 안되는, 이러한 모순은 이 사회체제가 유지되는 매커니즘 자체 때문에 벌어집니다."


빚으로 만들어지는 상품? 주택담보대출의 덫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만기가 된다면? 약탈적인 환수조치가 벌어집니다. 내 월급통장에서 임금을 빼가기도 하고, 사람이 멀쩡히 살고 있는 집을 경매에 부치기도 합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고작해야 만기 3년짜리를 5년짜리로, 5년짜리를 10년짜리로 바꿔준다든지 하는 게 골자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제가 로또를 맞아서 돈이 생겼어요. 만기가 다 되기 전에 빚 청산하고 싶다면? 중도상환 이자를 덤으로 내야 합니다. 은행 입장에선 이런 거죠. 내가 너한테 10년동안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던 이자가 있는데 그게 줄어드는 거니까 그걸 갚고 나가라. 우습죠? 근데 이게 주택대출에서 실제로 통용되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그 주택대출 상환/이자를 결정짓는 CD금리조차 금융계 내부의 담합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하우스푸어' 뒤통수친 CD금리 조작 철저히 진상 밝혀야>)

김상철 처장은 주택도 교육과 의료처럼 사회보장체계로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반드시 국가소유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협동조합 방식이건 어떤 방식이건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주택보급률이 100%임에도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대, 진보신당이 내어놓는 해법은 '공공부문이 책임을 회피하여 벌어진 결과라면 공공부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19대 총선에서 주택담보대출 인수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습니다. 


주택대출 상환금/이자 때문에 포기하는 것: 삶의 휴식과 여유

20120925205113_6192.jpg ▲ 주택비용을 사회화하면 가능한 지출규모


"평균 한 집에서 버는 돈 중 1/3이 주택대출 상환금/이자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주택이 공공부문의 책임 하에 제대로 공급된다면 저 돈으로 저축을 할 수도 교육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적어도 은행 이자를 갚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있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역으로, 무엇을 가장 먼저 줄이겠느냐는 물음에는 레저/여가비를 꼽는 사람들이 가장 많습니다. 삶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것이겠지요. 이자를, 빚을 갚기 위해 노동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작 노동의 목적이었던 삶의 의미, 여유,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동영상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인수제도 등 진보신당의 정책대안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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