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의 향연”
- 정치의 고귀함을 되찾기 위하여-
인간이 추악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도, 인간이 선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데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우리 각자는 지금 어느 지점에 멈춰 있는 것일까요? 어제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우리 안에 이렇게 많은 현실주의자와 공리주의자가 있었던가, 하고 놀라게 됩니다. 주어진 현실로부터 이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보수라면, 끊임없이 현실을 바꿔나가려는 것이 진보라고 배웠던 저는 정치적 이합집산 속에서 현실에 영합하는 행보를 취하면서 그것을 진보라 부르는 현실에 깊은 실망과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진보의 위기는 정신의 추락에서 온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것은
현실적 타산의 향연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인간정신의 향연’만이 오늘의 위기에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 ‘정신의 향연’은 거창하고 그럴듯한 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에게 있는 정신입니다. 전태일 정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향한 그의 사랑, 그의 헌신, 그의 투쟁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금세 마음이 고양되지 않습니까?
묘비명에 ‘인민의 수호자’라는 호칭이 붙여진 프랑스 사회주의자 장 조레스, 누군가는 그를 일러 “다른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휩쓸려갈 때 외로움을 무릅쓰고 왼쪽으로 갔던 사람‘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파리에 머물던 시절 저는 그의 제자인 레옹 불룸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장의 시디에 담긴 <사회주의 목소리 모음집>에서 레옹 블룸은 ”사회주의는 무엇에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회주의는 인간 영혼의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난 것이다. ...사회주의는 비참,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들에 타오르게 하는 공감과 분노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다른 쪽엔 호화,
사치가, 거만한 게으름이 있는, 이 터무니없고도 서글픈 대비에서 사회주의는 태어난 것이다. 사회주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가장 천한 인간의
동기인 시샘의 산물이 아니라, 정의의 산물이며 가난한 자에 대한 공감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 ‘인간 정신의 향연’을
준비합시다. 당의 존망이 여전히 위태로운 시기에 무슨 ‘향연’이고 무슨 ‘정신’이라고 반문하실 분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이 때
‘향연’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현실적 존망에 모든 것을 걸지 맙시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려는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가
이루려는 세상을 닮아야 합니다. 그럴 때 이 땅의 민중을 우리들의 향연에 초대할 수 있습니다. ‘전태일 정신’으로 돌아갑시다. 이것이 2012년
1월1일 당원 동지 여러분들게 드리는 저의 인사입니다.
2012년 1월 1일 진보신당 단배식에서 대표 홍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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