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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목소리] 당신이 티꺼워 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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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 

청소년도 소수자입니다. 너무 무감각해져서 알 수 없지만, 당신들이 하는 말 한마디, 당신들이 만들어내는 정책에서도 우리는 ‘배제’되었어요. 이젠 너무 당연해져서, 소위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운동은 운동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답니다. 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억압하는 주체가 되는 일도 꽤나 빈번하게 있답니다. 그래서 이야기 하려구요 ‘청소년도 소수자이다’라고요.

서울이나 경기도, 광주, 전북 등등 전국 각지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으로 ‘청소년활동가’라는 우리의 존재가 주목을 받았어요. 사실 그전부터 우리는 청소년운동을 해왔지만,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고 운동사회 내에서 핫이슈가 되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청소년활동가’라고 이야기하면, “아, 무슨 운동을 하시는 거에요?” 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어느 투쟁현장을 가도 ‘청소년활동가’라고 이야기하면 “아~ 얼마 전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했었죠?” 라고 먼저 우리의 운동을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도 많답니다.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의 운동이 주목받는다는 건 너무나도 다행인 일이죠. 우리의 운동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날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생각대로 우리의 운동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우리는 청소년 운동에 대한 운동사회의 무지를 확인해야만 했었어요. ‘충격’을 받고 제대로 마주 해야 했었죠. 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린 매일 운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른 연대단체들과 꼰대들에게 ‘지랄’을 해야만 했었죠. 회의 테이블에서, 투쟁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운동의 ‘적’들에게 ‘지랄’을 해야만 했었는데, 그들은 우리를 ‘어려서, 뭘 모르고 넘치는 혈기가 싸가지인’ 애들로 이해해요. 우리는 그저 우리의 운동을 실천하고 있을 뿐인데…

꼰대 검증법

‘도대체, 우리가 왜 너희들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는거야?’ 라고 의아해 하실 분들을 위한 퀴즈! 이 퀴즈에 이름을 붙이자면 ‘꼰대 검증법’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아무튼 자, 도전!


Q. 다음 중 어색한 것을 고르시오

1. 대견한 청소년들 / 기특한 조합원들
2. 우리 아이들 / 우리 부모들
3. 어린 친구들 / 늙은 친구들
4. 아수나로 친구들 / 민주노총 친구들


1,2,3,4번 모두다 후자가 어색하죠? 전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말이구요. 방금 끄덕하셨나요? 전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신다고요? 이렇게 낚이시면 안돼요! 한번 더 보세요. 전자의 언어들은 청소년을 운동의 주체로 바라보지 않는 언어들인걸요. 이런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면, 당신 역시 “꼰대”입니다. 저런 언어를 사용해서 주변의 청소년들이 불편해한 적은 없는지, 한번 고민해 보세요.


“꼰대”로 판명된, 당신을 위한 해설집
 
1. 우리에게 사람들은 나이도 어린데 이런 투쟁현장에 나오는게 너무나 ‘대견’하대요. 그 말에는 자연스럽게 ‘나이 어린 사람들은 대견한 짓을 할 리 없는 미성숙한 사람이다’ 라는 전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기특’해하는 시선은 집회발언 속에서 자주 등장해요. 학교 갈 시간에 학교 안가고 집회 나와서 뭐하는 짓이냐’라고 꾸지람 주는 사람들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위로해보려 하지만, 그거나 저거나 우리에겐 참을 수 없는 ‘억압’입니다. 나이는 절대로 성숙한 정도를 재는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어요. 맘대로 우리가 어리다는 이유로 ‘미성숙한’ 사람으로 규정짓고 기특해하고 대견해 하지 마세요. 그런 당신들이야 말로 ‘미성숙한’ 어른이니까요.


2. 또 우리는 ‘청소년’이라는 말보다 누군가의 ‘아이들’, ‘자식’으로 대상화 되어요. 가족주의 안에서  우리는 무언가 나서서 하지 말고 어른들이 해주는 대로 고분고분 보호받는 ‘자식’이 되어야 해요. 그런데 문제는 빌어먹을 가족주의가 한국에서는 가장 잘 팔리는 마케팅이라는 거에요. 소위 ‘진보’라는 정치인들마저도 ‘보호받아야 하는’ 우리의 이미지를 팔아먹어서 학생인권, 무상급식을 이야기해요. ‘우리 아이들이 무슨 죄라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MB교육에 희생된 우리 아이들’ 이란 표현 역시 우리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우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우리에게 보호받는 존재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야 말로 ‘억압’인걸요. 당신들이 말하는 보호와 우리의 억압은 별로 다르지 않아요. 선거권이 없는 우리는 또 이렇게 진보정치판에서도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답니다.


3. 또 사람들은 우리의 나이에 주목을 해요. 아니, 정확히는 ‘어린’ 나이에 주목을 하는 거겠죠. 나이가 어리고 많은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고, 주목 받을 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주목을 받아요. 많고 많은 호칭들 중에 “거기, 어린 친구!”라는 호칭으로 불려지는 건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요. 제 이름까지 소개했는데 “00씨”, “00님”도 아니고 “거기, 어린 친구!”라고 부르는 건, 내가 당신에겐 그저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 각인되어있기 때문이겠죠? 나이가 어리다는 나의 특성이 당신에게 너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당신은 내가 실수를 해도 ’어린’ 사람이 실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서는 “역시 나이 어린 애들은 안돼”라는 말을 하겠죠?


4. 우리는 종종 처음 보는, 전혀 친분이 없는 누군가에게 “어휴, 우리 아수나로 친구들”, “어휴, 우리 청소년 친구들”이란 말을 듣는답니다. 뭐, 정말로 동등한 친구로 우리를 인식하는 거라면 초면이지만 불쾌하지 않을 거에요. 그렇지만 제가 만약 “우리, 민주노총 친구들”, “우리, 진보신당 친구들”이라고 하면 당신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우리를 버릇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겠죠? 우린 동등하지도 않은 당신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요. 딱히 당신들이 “우리, 청소년 친구들”이라고 표현해도, 딱히 친구인 것도 아니지만 (…)


해설집을 이해한 ‘덜꼰대’에게 내는 연습문제!


어때요? 해설집이 이해가 가나요? 사실 이 해설조차도 이해하지 못할(사실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상꼰대’들이 진보신당에는 꽤 있다고 알고 있어서,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후폭풍이 조금은 두려워요. 글쓰기 공포증이 있는 제가 필진섭외에 응한 까닭도 그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해설집도 친절하게 달아드렸으니 이번에 조금 달라진 인권감수성으로 연습문제를 도전해보세요!


얼마 전 진보신당의 모 부대표가 FTA반대 집회에서 이런 발언을 했더군요. ‘FTA는 담배처럼 청소년에게 해롭다. 담배의 유해성을 알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 처럼, FTA의 유해성도 알려야 한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말이죠. 그 자리에 제가 직접 없었고, 몇몇 청소년활동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알게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확히 그 발언을 옮겨서 적을 순 없어요. 그렇지만 정확한 건 부대표의 의도가 어떠하든, 청소년운동에 대한 이해 없이,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 했다는 사실인 거죠. 어떤 맥락에서 청소년 활동가들은 부대표의 그 발언을 불쾌해 했을까요? 

오해하실 수도 있으니 미리 말하자면, 저는 지금 담배가 청소년에게 안 해롭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FTA가 청소년에게 안 해롭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청소년에게’만’ 해롭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에요. 저는 지금 그것이 해롭던 안 해롭던 그것을 판단하는 건 청소년 자신들이 주체라고 얘기하는 거에요. 청소년들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에요. 청소년들도 FTA가 어떤지, 담배가 어떤지 알 수 있고, 그 정보를 혼자서 취하고 판단 할 수 있어요. ‘미성숙한 존재 이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를 더 챙겨서 알려주어야 한다’라는 생각 역시 보호주의적 입장이기 때문에, 부대표의 발언은 매우 불쾌했던 발언이에요.  

진보정당의 부대표 마저도 이런 발언을 공식적으로 서슴지 않게 할 수 있는데, 운동사회 안에서 청소년 활동가들은 얼마나 깨지고 깨지며 ‘지랄’을 해야 할까요? 우리의 꼰대투쟁사는 책으로 엮어도 될 것 같다는 농담을 청소년활동가들끼리 자주 하곤 한답니다. 그만큼 무수히 많고, 충격적이기 때문이죠.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듣기는 일쑤, 우리를 가르치려 하는 미성숙한 어른들에게 가르치려 했다가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기도 일쑤, 연대체 담당자로 회의갔다가 “거기 학생은 누구따라 왔어요?”라는 말 듣는 것도 일쑤, 아랫것들의 '동지'라는 표현에 불쾌해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도 일쑤인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투쟁하려고 해요. 어떤 식으로든지 운동사회 안에서 나이주의도 타파하고 싶고, 우리를 무슨 ‘화사한 꽃’ 취급하며 대상화하는 당신들의 꼰대질도, 새싹이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당신들의 꼰대질도, 공부해서 대학가고 어른이 된 다음에나 운동하라는 당신들의 꼰대질도 엿먹이고 싶어요. 그래야 우리가 사니까요. 우리를 억압하려는 당신들을 향해서 앞으로 계속 꼰대질 그만하라고 말 할 거에요. 당신들이 갖지 못한 감수성으로 발칙하게 ‘지랄’하는 우리의 운동을, 당신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연습문제를 드릴께요.


Q.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답은 1개)

1. 운동사회 내 꼰대, 나이주의 타파에 함께 동참한다.
2. 운동사회 내의 상꼰대가 된다
3. 나는 꼰대가 아닐꺼라 믿는다
4. 청소년활동가들의 싸가지 없음을 그들의 예민함으로 치부한다.


민다영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

 

[ 민다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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