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지 않았던 글을 작성하며
지난 12일 월요일
중앙당사에서 윤현식 정책연구위원과 성정치위원회 당원들과 가진 성소수자 정책 간담회를 마치고서 저는 성정치위원회 비대위원장에게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과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우선 글을 쓴다고는 했는데
써도 되는 것인지 이런 식의 글이 위원회 전체의 입장으로 보여지진 않을지 조금은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잘 쓰고 싶은데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들었던 누군가의 말처럼 그래도 쓰는게 좋다 라고 결론 짓게 되었습니다
저는 진보신당 지도부에 조금의 서운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진보신당에 입당한 이후로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의원회관 농성 이외의 곳에서 지도부의 연설이나 발언 속에서 성소수자가 적극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것에 대해서 말하고자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자신이 조금 치사하게 느껴집니다
분명 정당하게 어디에나 존재하는 성소수자인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왜 언급해주지 않으시냐고
묻는 것인데 그게 왜 이런 감정을 가져오게 만드는 것인지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미워해야 하는 것인데 왜 세상은 사람을 향해서
미움을 가지라 말하는 것 같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성소수자로서 진보신당을 지지하는가?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어쩌면 기득권인 남성임에도 그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평범해 보이기 위해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에서 배제 당하지 않기 위해 나를 숨기는 것이 더 인생을 쉽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안에서도 제가 성소수자인 것을 밝히며 함께 하는 것보다는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의구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성소수자의 존재가 동등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성소수자는 불쌍하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방식의 사랑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해한다면서 자기의 자녀는 안된다 말하고 누군가는 이해한다면서 인정은 할 수 없다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정말로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음으로서 하게 되는 변명 입니다.
나는 왜 진보신당을 지지하는가? 라는 이 물음 앞에서 진보신당의 강령이나 지금까지의
모습들이 영향을 준 것도 있겠으나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저와 비슷한 지점에서 분노하고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였던 진보신당 당원 동지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지난 해 명동 마리에서 부산의 희망버스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자 복직 투쟁을 했던 여성 가족부
앞 농성장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발의를 위한 성소수자 운동 진영의 20년 만에 처음 이뤄진 의원회관 점거 농성장에서 차갑게 첫눈을 맞았던 쌍용
자동차 1차 희망텐트에서 지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함께 했던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반값등록금 한미 FTA 반대 등의 집회장에서 나를 나로써
인정해주는 많은 진보신당의 당원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진보신당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적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진보신당의 여러 당원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주었던 계기는 지금은 서울시당의 조직부장인 김예찬 당원이
청년학위에서 진행하던 1인 가구 주거권 관련 헌법소원에 당사자로서 헌법소원에 참여해주길 제안하면서부터 입니다.
물론 그 헌법소원의
결과가 그렇게 좋았다 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 과정에서 헌법소원을 함께 준비하던 과정에 있어 청년과 성소수자의 주거권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하고 성소수자인 나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원 여러분의 커밍아웃을 기다립니다
아마 제목을 보고 많은 분들이 갸우뚱 하셨을 것 같습니다. 커밍아웃이란 사전적 의미로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밝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진보신당 안의 성소수자 당원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라고 권유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자신을 긍정할 권리가 있다면 자신을 지키고 자신에 대해서 계속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제가 당원 여러분에게 바라는 커밍아웃은 성소수자의 존재나 권리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커밍아웃 입니다.
지난 3월 7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성적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대한 패널 토론 22차
회의에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입니다. 당신들에 대한 모든 공격은 유엔과 내가 수호하고 지키기로 맹세한 보편적 가치들에 대한 공격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들의 편에
섭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당신들 편에 함께 서라고 요청합니다.” 라고 연설하였습니다 이 연설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닐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성소수자들의 마음에는 큰 기쁨과 위안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원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저렇게
이야기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마 홍세화 대표님이 연설 혹은 인터뷰 중에서 성소수자의 편이라고 언급한다면 자칭 보수라고 일컫는 매스컴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설 또한 이성애자에게 있어서 그리고 정치적 입장에 있어서의 커밍아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지난 2차 희망버스 때 김진숙 지도위원이 성소수자라고 언급함으로써 희망버스에 함께하였던
성소수자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발의를 위한 의원회관 점거 농성 촛불 문화제에서 재능지부의 유명자 지부장님이 여러분
동지라고 부르겠습니다 라는 그 말 한마디에 저도 눈물을 좀 흘렸습니다. 성소수자들이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답게 사람으로 인정받고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글을 쓴다고 많은 당원 여러분의 마음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고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서 언급해준다면 적어도 성소수자들이 세상에 없는 사람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 받는
경우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이 이야기 하고 많이 언급해주십시오. 세상을 삶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성소수자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할 뿐 틀린 사람들이 아님을 당원 여러분들이 커밍아웃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