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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 칼럼] 진보신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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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통합당의 길을 존중하고, 통합진보당의 길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 길을 존중하는 자세가 반드시 그 길들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은 ‘다른 실험’을 그만두고 ‘닥치고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서로 존중한다 말하려면 진보신당의 존속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한국 사회에 이런 정당이 하나는 있어야 하고, 성장해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에, 당면한 과제로 정당명부 3%를 넘어 이 당이 원내정당이 되기를 희망한다.

진보신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

 

 

떠나간 건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만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훼손된 건 진보정당 운동의 참여자로서의 자긍심이었다. 2003년에서 2004년 사이만 해도 민주당/노무현 지지자들은 민주노동당원들의 그 자긍심을 대단히 재수 없어 했다. 당원의 당비로 운영되는 정당, 당원의 의사결정으로 모든 일이 결정되는 유일한 정당이란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

 

 

그것은 우리의 객관적인 능력에 비해 지나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2004년에서 2006년 사이에 벌어진 당내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이들이 있었고, 그 동안에 더는 ‘민주노동당원’임을 자랑스럽게 천명하지 않는 이들이 생겨났다. 2007년 대선에서의 고난과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역시 하나의 결정적인 기점이었다. 진보신당이 창당되면서 민주노동당 내에서 NL과 대립하던 모든 이들이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는 어느 쪽도 택하지 않은 이탈을 결정했고 이때 떨어져나간 정책연구원도 많았다.

 

 

2008년 총선 이후 진보정당 운동의 개략

 

 


그럼에도 초창기 진보신당의 구성원들은 민주노동당의 내용을 채우고 성과를 낸 것은 바로 자신들이란 자부심이 있었다. 2008년 총선 유세에서 이덕우 변호사가 정당명부 투표를 하게 만든 헌법소원은 바로 자신이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진보신당의 정책연구원들은 2007년 대선 때는 ‘코리아 연방제’를 대안이랍시고 내세우던 민주노동당 내 NL들이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자신들이 만들어 놓고 간 정책을 홍보하는 것을 보고 실소했다. “진작 저렇게라도 했으면 분당을 했겠나”라는 탄식도 있었다.

 

 

그 후 오롯이 4년을 보낸 후 다시 맞는 총선이다. 그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총선에서 원내진출에 실패했으나 촛불시위에서 ‘아고라의 여당’으로 불리며 새로운 당원들을 맞았다. 2009년 4월 울산 북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와의 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한 조승수가 의원에 당선되면서 나같은 민주노동당 출신 당원들은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원외정당에서 원내정당이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후 시민사회의 단일화 요구와 백낙청 등 원로들의 기획으로 구상된 ‘5 4회의’의 힘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맹위를 떨쳤다. 여기서 진보신당은 단일화 협상에 참여했다가 이탈을 결정하는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했다. 당이 ‘분열’의 대명사로 낙인찍힌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노회찬은 완주를 선택했지만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심상정은 사퇴를 결정했다. 사퇴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력이 있었지만, ‘당심과 민심이 다를 경우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나 그 후의 행동으로 볼 때 노선변경이었다.

 

 

심상정은 그때부터 국민참여당 세력까지 함께 하는 통합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심의 의중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분열주의’를 비난하는 시민사회의 압력이 강해지고 당의 존속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통합’이 필요하다면, 미리 민주노동당과는 통합을 해야 국민참여당까지 끌어들이자는 이들을 제어하고 ‘진보정당의 정체성’이란 걸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할만 했다. 노회찬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논의에 적극 나설 것을 선언한 상황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일 게다.

 

 

‘통합파’와 ‘독자파’의 논쟁은 2011년 3월 당대회에 이르기까지 1년 여간 전개되었다. 당대회 직전엔 노회찬 심상정과는 다른 입장일 것으로 기대했던 조승수마저 통합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원들에게 촉구했다. 이것은 노선싸움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미운 것은 유시민이다”와 “세상에서 가장 미운 것은 NL이다”라는 정서의 충돌이었다. 통합파는 유시민이 밉기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합쳐야 한다고 말했고, 독자파는 민주노동당이 더 밉기 때문에 그 길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양자모두 그 감정을 ‘진보정당 운동의 수호’라는 대의로 포장했으니, 싸움과 논의에 진척이 없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긴 당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런 싸움에서 상황을 차분히 돌이킬 수 있었겠는가.

 

 

결국 2011년 3월의 당대회는 통합파의 제안이 과반수는 넘겼지만 의결에 필요한 2/3를 넘지 못하여 부결되었다. 통합파는 그 후 진보신당을 이탈하였고 이정희와 유시민의 물밑접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채 8개월이 지나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밉다는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까지 포괄하는 정당의 구성에 합의했다. 비슷한 시기 진보신당은 2010년엔 진보정당에 야권단일화를 촉구한 적도 있었던 지식인 홍세화의 결단으로 4기 대표단을 구성하게 된다(1기는 창당 직후 공동대표단, 2기 노회찬, 3기 조승수).

 

 

희망버스가 성행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이 승리하는 등 정국이 변화하는 시점에 양 세력 모두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후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통합연대의 연합세력이 총선 직전에 ‘통합진보당’으로 재탄생했음은 모두 아는 바요, 진보신당이 나름 10년의 역사를 가진 또 다른 진보정당 사회당과 합당하였음은 어지간히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도 잘 모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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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이 처한 어려움

 

 

현재 진보신당이 느끼는 곤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정책정당’이란 자긍심에 생채기가 난 상황에서 과거 자신들이 부정해왔던 ‘진정성’이란 수사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나온다. 정책대결의 필요성이 적었던 한국 정치의 풍토 탓에,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이미 ‘정책정당’으로서 명성이 높았다. 그리고 다소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던 그 정책들은 두 번의 원내 경험을 거치면서 좀 더 세련되어졌는데, 현재 그 성과를 오롯이 흡수한 것은 진보신당이라기 보단 통합진보당 쪽인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물론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식이나 인적구성 역시 통합진보당을 만들어냈던 흐름에 비해 결코 뒤처지진 않는다. 그러나 통합연대의 이탈 이후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던 정책위가 올해 1월에야 다시 구성된 현실은 이 당의 총선 정책을 돋보이는 수준으로 끌어낼 수 없도록 하는 장애가 된다. 민주통합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고 통합진보당의 노동정책이 진보신당 못지 않게 훌륭한 시대에 이 당이 따로 존속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이에 대해 보통 진보신당원이나 지지자들은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의 유시민이 과거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시절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지적하면서 그들의 변화가 거짓 수사에 불과함을 입증하려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는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보통 좌파들은 인물의 품성보다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중시하자고 말해왔다. 민주통합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야 할 만큼 좌클릭의 압박을 받는 시대라면, 그 인적 구성원이 예전에 신자유주의자였던 도깨비였던 간에 정권교체 후엔 당분간은 좌클릭을 실현할 거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문제는 그들의 ‘개혁’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판단하고, 그 지속을 방해하는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지적하는 것이지, 그들이 애초부터 개혁할 만한 ‘사람’이 아님을 고발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올바른 개혁노선의 방향에 대한 인지와 정책역량의 차원에서 인적 자원을 평가할 수는 있겠으나, 신자유주의 하던 이들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의지’를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진정성’이나 ‘품성’에 대한 평가가 아닌 다른 차원도 있지 않을까? 최근 홍세화 대표는 어느 인터뷰에서 “정치세력의 ‘말’이 아니라 ‘몸’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말’이 강령과 정책, 주의주장 등이라면 ‘몸’은 진정성이나 품성을 파고드는 관심법과는 또 다른 차원일 게다. 이는 그 정당의 권력구성 문제나 특정한 대중조직과의 접점 등을 포괄하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진보신당은 어떤 점에서 구별되며, 지지를 요구할 수 있을까?

 

 

세 가지 정치적 선택에서 추론한 진보신당의 지향

 

 

나는 여기서 진보신당의 ‘이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판단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의 ‘만남강령’이나 총선정책이 이 당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설명하는지는 의문이다. 구성원들의 성향으로 볼 때 이 당에는 중도파부터 극좌파까지 폭넓은 성향의 당원들이 분포한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 통합진보당 다음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일 것이다(나는 통합진보당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중도우파에서 극좌파까지 분포한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보수정당들이 협애한 극우이념에 발을 딛는 한국 사회에서 개혁이나 진보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연합해서 최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무지개 연대’를 꾸릴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에 가지 않는다고 ‘분열주의’라 매도하지만 사실은 진보신당의 구성 자체가 생각이 다른 이들의 연합인 것이다.

 

 

그래서 행동으로만 본다면, 진보신당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통합진보당에 따라가지 않았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사회당과 합당했다는 것. 즉 진보신당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다양하지만, 결국 이 당은 “민주노동당 실험의 해산에 동의했고 통합진보당 실험에 동참하지 않있으며 사회당과 합당한 이들의 정당”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 가지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왜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했는가? 당내에서 NL과의 갈등을 통해 ‘원하는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요, 민주노동당이란 기획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다른 이유다. 그럼 NL 때문에 못한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이것도 ‘행동’의 문제로 따져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십년 전 NL들에게 주사파가 있었다고 해서, 그들을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나는 그들의 사상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다만 북한이 핵개발하거나 미사일을 쏠 때 비판논평을 내지 못하는 정당, 중요한 선거에서 ‘코리아 연방제’가 민생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정당은 진보정당이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2006년에서 2007년까지 벌어진 당내갈등은 NL이 자신들의 이러한 행동지향을 바꿀 생각도 없고 오히려 다수의 힘을 무기로 끈덕지게 관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대중들에게 “우리가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친북이라 여겨질 행동을 하긴 하지만 어쨌든 친북은 아니고 그것과 상관없이 너희의 민생을 신경쓰는 것은 우리 뿐이야”라고 주장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 견해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진보정당 운동하기엔 면구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따로 나왔다. 그것이 진보신당이다.

 

 

민주노동당이란 기획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란 대중조직을 기반에 둔 노동자 정당을 지향했다. 그런데 노동운동가나 진보정당 운동가 모두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의 상층부에서 고립되어 보수화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중년 남성 정규직 노동자를 주로 대변하기 시작한 노동조합 운동은 서민들의 신망을 잃었고, 보수화된 국민파는 민주노동당내 NL세력이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협력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 운동은 민주노총이란 대중조직을 떠나선 기반을 잡을 수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존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진보정당 운동하기엔 면구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따로 나왔다. 민주노총이란 틀을 벗어나거나 넘어서야 만이 계급정치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따로 나왔다. 그것이 진보신당이다.

 

 

‘민주노동당 실험’의 한계에 대한 설명은 그대로 민주통합당의 진보성의 한계를 지적하는데도 유용할 것이다. 노동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미조직화된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의 ‘개혁’은 시혜적이고 하향적인 개혁이란 한계를 지닌다. 보편적 복지 강령을 지지는 할 수 있지만, 선거가 끝난 후 ‘선거 때만 권력자인 시민’ 말고 ‘임기 기간 내내 권력자인 재벌’의 눈치를 본다 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제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이 되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출신의 일부 노동운동가를 포섭하고 있다. 이것도 의미는 있는 작업이라 생각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민주노총-민주노동당 실험’의 잔해의 파편일 뿐이다. 그런 일이 아니라 다른 일도 필요하다고 믿는 이들이 따로 존재하는데, 그것이 진보신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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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아닌 사회당을 선택한 이유

 

 

그러면 통합진보당에 따라가지 않았단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것 역시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진보신당에 남은 사람들은 먼저 NL들의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분당 이후 스타가 된 이정희 대표가 ‘3대세습’에 관한 논평을 거부한 것과 현재 통합진보당 내 비례대표 순번 결정 투표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은 이 추론의 중요한 근거다.

 

 

다른 하나의 근거는, 참여당 쪽 사람들이 군소정당에서 근기있게 운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국민참여당이 신자유주의 세력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연합은 오류라는 민주노총 일각과 진보교연 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시민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위해 노동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 국민참여당은 신자유주의 세력을 벗어났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같았으면 당내논의만 몇 달이 걸렸을 이러한 종류의 노선변경은 이 세력이 그 지지자들의 취향만큼 ‘리버럴’하진 못하다는 걸 암시하지만 이 맥락에서 중요하진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렇게 쉽게 노선을 정리한 만큼 차후 노선변경도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참여당의 명망가들은 집권세력의 일원인 시절을 경험했고 풍찬노숙하는 진보정당 운동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합당을 통해 기대한 만큼의 결실이 나오지 않았을 때, 혹은 지나치게 큰 결실이 나와 독자세력화가 가능했을 때, 그들이 무슨 선택을 할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현재의 맥락에서 가능성이 큰 것은 결실이 나오지 않는 쪽이다. 통합진보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할 경우 총선 이후 이 당은 내홍을 겪게 될 것이다.

 

 

나는 이왕에 시작된 ‘통합진보당 실험’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NL은 자신의 이념과 탐욕을 다소 꺾고, 노심조나 국민참여당 계열들도 만족할만큼 충분한 의석을 받아 이 실험이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진보신당 내에선 이념적으로 상당히 오른쪽인 나같은 사람도 그 당의 입당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사항’이 그대로 ‘현실’이라고 우길 수는 없다. 진보신당은 ‘통합진보당 실험’의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이들의 정당이다. 그 길을 존중은 하지만, 스스로 그 길을 갈 수는 없었던 남은 이들의 정당이다.

 

 

그렇다면 사회당과의 통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앞서 내가 말했던 연대의 이념과 포개진다. 진보신당은 한국 사회에서 NL과 연합을 해서는, 그리고 민주노총이란 대중조직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진보정당 운동이 힘들다고 믿는 이들의 정당인데, 그 진보정당 운동을 하나의 이념이나 정파로 환원시키는 것에는 반대한다. 진보신당은 이 사회에서 진보적 지향의 확대를 바라는 모든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보신당의 ‘정치적 행동’이 보여주는 지향이다.

 

 

청소노동자 김순자 여사 비례 1번은 우연 아냐

 

 

이렇게 본다면 청소노동자 김순자 여사가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배정받은 것은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김순자 여사를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배정할 수 있는 정당은 지금 이 순간 진보신당 밖에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진보신당의 행위를 통해 살펴본 이 당의 지향에 합당한 일이며, 이 당의 존립의의는 그런 지향을 가진 이가 오직 진보신당 밖에 없다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통합당의 길을 존중하고, 통합진보당의 길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 길을 존중하는 자세가 반드시 그 길들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은 ‘다른 실험’을 그만두고 ‘닥치고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서로 존중한다 말하려면 진보신당의 존속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한국 사회에 이런 정당이 하나는 있어야 하고, 성장해야만 한다고 믿기 때문에, 당면한 과제로 정당명부 3%를 넘어 이 당이 원내정당이 되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 그리고 2009년에 이룩했던 성취를 무로 되돌리고 세 번째로 도전하는 것이다. 진보신당에는 나같은 경험을 경험을 가진 이들이 꽤 많다. 1만 당원이 70만표의 유치를 희망한다. 소외된 자들이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언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적어도 100만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 한윤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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