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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논란] 무엇이 환자를 위한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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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도가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데 비하여, 과잉진료가 의료서비스 질을 낮춘다는 점은 명확하다. 환자를 불필요하게 방사선에 노출시키는 과잉검사, 의학적으로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 감기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 효과는 차이가 없지만 부작용은 더 커지는 2종 이상의 진통제 투약 등은 행위별 수가제도 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의사협회 반발에도 불구,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 시행

포괄수가제를 둘러 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며 건강보험과 관련한 정책들을 최종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탈퇴(회의 참석 거부)했고, 시민사회단체와 가입자 단체는 의사협회의 반대를 직능이기주의로 비판하고 있으며, 정부는 의협과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사들에 대한 비용 보상(수가 2.7% 인상)까지 끝났기 때문에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적용한 병의원 서비스에 대한 보상방식이다. 이 방식은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 환자가 받은 병의원 서비스를 다 따로 따로 가격을 매겨놓고 거기에 횟수 등을 곱하여 최종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시장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구입한 만큼만 물건 값을 지불하는 것처럼 환자가 받은 의료 서비스만큼 계산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익숙하고 타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행위별 수가제가 나름 합리적이고 환자들에게도 익숙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OECD 국가에서 굳이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이유는 행위별 수가제에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환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또 그 서비스를 얼마만큼  이용해야 하는 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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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 환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 서비스를 얼마만큼 이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의료서비스 구매 여부, 일반인 환자가 판단하기란 불가능

장을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지름신이 강림하는 충동구매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언제 얼마만큼의 물품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주머니 사정에 맞춰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구매)할 때도 이런 판단이 가능할까? 병의원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분들은 환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하지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가 충족된다면 행위별 수가제도는 별 문제 없이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는 성인군자가 아니고 생계와 가족 부양 등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생활인이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게 서비스 제공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자신의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진료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자원낭비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예정된 순서일 뿐이다. 당연히 환자나 가족의 호주머니로부터 돈이 더 많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질’ 문제는 어떨까? 더 많은 의료서비스, 더 비싼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환자가 더 빨리 낳거나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는 것 아닐까? 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돈이 좀 더 드는 게 큰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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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7개 질병군의 진료비 감소비율 (출처: 한겨레)



전체 의료기관 중 70% 이상이 이미 포괄수가제 참여

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가 획일적인 진료와 치료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더 싼 재료를 쓰게 만들고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의사협회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환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포괄수가제보다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포괄수가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협회의 주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한다. 갑작스런 논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지만, 포괄수가제는 1997년 2월부터 5년간 시범사업을 했고, 2002년부터는 참여하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10년간 운영해 온 제도이다. 2011년 말을 기준으로 2,347개 의료기관(총 3,282개 의료기관 중 71.5%, 의원도 전체 의원의 83.5%인 2,096개)이 이미 포괄수가제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포괄수가제도는 애초부터 질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7개 질병군이 그 적용대상이다. 의사들 사이에서 치료 방식에 큰 차이가 없는 제왕절개분만·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산부인과), 백내장수술(안과), 맹장염수술·치질수술·서혜 및 대퇴부 탈장수술(일반외과),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이비인후과) 등 빈도가 높은 외과수술이 대부분이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시 52개로 나누어서 비용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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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괄수가제도가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 데 비하여, 과잉진료가 의료서비스 질을 낮춘다는 점은 명확하다.



환자의 만족도 높은 반면 재입원율 차이는 거의 없어


둘째, 포괄수가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더 높은 만족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포괄수가제 대상 7개 질병군 진료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위별수가제 병원과 포괄수가제 병원의 재입원율 차이는 거의 없었다.

포괄수가제도가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데 비하여, 과잉진료가 의료서비스 질을 낮춘다는 점은 명확하다. 환자를 불필요하게 방사선에 노출시키는 과잉검사, 의학적으로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 감기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 효과는 차이가 없지만 부작용은 더 커지는 2종 이상의 진통제 투약 등은 행위별 수가제도 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포괄수가제도는 의료서비스의 질 측면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관리 측면에서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제도이다. 모니터링을 통해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효율적인 개선 방식을 도입하면서, 더 많은 질병군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논쟁 피하려면? 의사협회의 요구 분명히 밝히라

덧붙여, 건강보험이나 의료제도에 대한 논란은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학술 논쟁과 엮여서 언제나 환자나 국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어떤 경우에나 정부도 의사들도 똑같이 환자를 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쪽은 건강보험 재정절감이라는 목표를, 다른 한 쪽은 이익 확대라는 목표를 ‘환자를 위한다.’는 주장 뒤에 감추어 놓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포괄수가제 논란도 결국은 의사협회가 더 많은 보상(수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의사협회는 불필요한 논쟁으로 환자들을 불안하게 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 즉 수가 인상(더 많은 이익)을 보다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의사협회가 요구하는 것이 분명해져야 우리 사회가 불필요하고 주변적인 논쟁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의사들이 얼마만큼의 사회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보다 분명한 합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필자는 정부 및 의사협회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다. 이 글은 정부 자료와 언론 기사들을 참조하였으며, 용어 설명과 데이터는 정부 발표 자료를 주로 참조하였다.

[ 홍춘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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