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정치라는 걸 한번 해봐야겠다 라고 결심하게 된 것은 우연찮게 일어났어. 저녁을
먹고 가족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다 지나가는 말로 남편이 물었지. “도영아!
아빠가 도의원선거에 나갈까 하는데 니는 우째 생각하노?“
뜬금없는
아빠의 진지한 말에 초딩 6학년 큰아들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아빠,
꿈을 크게 가지는 것도 좋은데요. 현실을 좀 똑바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오잉?? 놀란 남편
“와?”
“선거에 나가면 지금 다니는 곳은 그만 둬야 되지요”
“그래. 그만두고 나가야지”
“그러면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곳에 다시 못 들어가지요?”
“그렇지”
크게
한숨을 내쉬는 큰아들,
“아빠! 아빠는 우리집 가장인데 선거에서 떨어지면 비정규직으로 살아야하는데 아빠가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말했잖아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주변사람들이 나가라고 등 밀지만요 떨어지면 아빠 얼굴 쳐다도 안 볼껄요. 세상은 냉정하다구요.”
뜨악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편 얼굴을 보며 아들한테 한방 먹었네 라며 나는 킥킥거렸다. 그때 옆에 있던 초딩3학년 둘째 놈이 한마디 거든다.
“차라리 엄마가 나가지.. 엄마가 아빠보다 월급이 적잖아. 그리고 떨어지면 집에 있으면 되고 ... 딱 좋네 ... 그치 형아~”
큰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차라리 엄마가 나가라 선거”
남편과 나는 한바탕 웃음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받아 넘겼는데 그게 그만 현실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아빠보다 월급도 적고.. 떨어지면 집에 있으면 되고
엄마가 아빠보다 월급이 적다는 것을 당연시하며 얘기하는 아이들의 무의식속에는 벌써 남녀임금차별이 인식되어 있었던 걸까? 한 번도 엄마 월급이 얼마인지 말해주지 않았는데..... 음.. 그렇게 해서 나는 너무나 쉽게 선거에 나가기로 마음의 결정을 하였고 경남도의원 창원6선거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진보신당의 마지막 여전사가 되었다.
내가 활동하고 있던 마창여성노동자회에서 여성노동후보로 조직적 추대한 것과 함께 경남여성단체연합 지지후보가 되어 여성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움직임들이 본격화되었고 많은분들의 격려와 참여로 선거운동은 시작되었다. 선거기획단과 별개로 여성선거지원팀과 정책지원단을 따로 구성하였고 이 모든 것의 총괄은 남편이 하였다. (남편은 최고의 매니저 역할을 정말 충실히 수행하였다)
선거운동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당내 경선도 치르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기간은 딱 30일. 이 기간 동안 나는 최대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선거에
나왔는지, 나는 어떤 정치를 해서 지역을 바꾸고 싶은지, 내가 몸담고 있는 정당은 어떤 정당인지를 주민들에게 알려내야 하는데, 유권자들에게
“김순희”는 낯선 인물이었고 “진보신당”은 잘 모르거나 약한 당이었다. 호감도는 의외로 높게 나왔으나 인지도가 낮은 상황. 하지만 민주노동당부터
선거운동을 해본 경험이 실력이 되어 거칠 것없이 너무나 후보스럽게 선거운동을 하였다.
내 이름은
김순희, 진보신당입니다
“저는 이름도 촌스러운 순희입니더 . 기호는 6번이고예” 이름을 대면 바로 반응이 온다.
“촌스럽기는 뭐가 촌스럽노 내 동생도 순희다. 정감 가는 이름이라 좋은데”, “우리 언니도 순희라예”, “어 처제 이름도 순흰데”, “저기 떡볶이 가게 사장 이름이 순희고 그 건물 주인 이름도 순희라카던데..”
사돈, 팔촌, 형제, 이웃사람, 고향사람 중에 순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꼭 한명은 존재 하였고 그들로 하여금 나는 나의 존재를 인식시켜나갔다.
진보신당을 모르거나 어떤 당이냐고 묻는 분들에게는
“진보신당이라고 좀 작은 정당이 있어예. 3%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지예. 우리가 그런 정당입니다. 비정규직을 위한 정당,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 우리 미래를 만들어갈 정당임더. 그라고 민주노동당에 있다가 이혼을 했는데 재혼하고 간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재혼안하고 고마 혼자 남아있심니더 그래서 변심안하고 처음 가진 뜻 잘 지킬 수 있어예.”
그렇게 설명을 하고 나는 유권자들에게 요구한다.
“후보는 6번,
정당은 16번 찍어주소. 두 개 다 찍기 힘들몬 한 개라도 찍어주소. 알았지예 꼭 찍어주소~~”
묻지않는
선거 - 묻지마 반MB 묻지마 야권연대 묻지마 단일후보
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나의 유세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선거였다. 새로운
비전을 통해 지역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공약은 중요하지 않은 선거였다. 소수정당의 필요성, 가치의 중요성, 과정의 중요성,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선거였다.
그냥
묻지마 선거였다. “묻지마
반 MB, 묻지마 야권연대, 묻지마 단일후보” “국회의원
단일화 없이 도의원도 없다” 였다. 국회의원
선거운동과정은 살벌하고 피 터지는 감정과 눈길과 표정과 말들만 난무했다. 이건
진보정치가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다. (이
말은 꼭 해야겠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렵고 외로운 싸움을 치러낸 김창근후보님께 박수와 위로를!!)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 그렇다. 하지만 선거운동기간에만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나는 무얼 하고 있었고 어디 있었나? 우리끼리는 좋은 후보, 괜찮은 후보가 될 수 있으나 유권자들에게 나는 괜찮은 후보, 일을 맡겨도 될 만큼 충분한 신뢰와 믿음과 능력을 가진 후보였나? 그들에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표 달라고 한 사람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고 권력욕이 없는 정당의 후보로 기억될 수도 있다. 결과는 그 과정을 말해준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일한만큼 되돌아 온 것이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있나
외부적
환경과 내부적 환경, 둘 다 중요하다. 나는 외부적 환경을 적절히 이용하며 내부적 환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우리는 어떤 정치와 정당
건설을 하고 싶은지 다시 되새김질하고 “나” 자신이 비전을 만들고 채워나가야 한다. 그게
풀뿌리 지역주민조직사업이든 현장을 다시 바로세우는 사업이든 어떤 방법이라도 나 자신이 그 자리에 다시 서야 한다. 특히 아빠보다 엄마도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식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