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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계획은 정세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정세적이라는 것은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진보좌파정당 건설과 활동 계획 속에서 대선의 의미가 결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보좌파정당 추진위원회 활동이 본격화되면 대통령 선거에 대한 내용 있는 논의의 지형이 마련될 것이라 봅니다.

전국위원회를 마치고 전국위원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우선 전국위원과 당원 여러분께 두 가지 이유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하나는 이번 전국위원회가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음에도 안건이 제시간에 준비되지 못해 전국위원들이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동대표로서 사과드립니다. 다른 하나는 전국위원회를 주재한 의장으로서 경우에 따라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특히 전국위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다만 전국위원회의 위상을 고려하여 충분한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 그렇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


이번 전국위원회를 통해 우리는 하반기 사업 계획과 진보좌파정당 추진위원회 설치 및 구성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였습니다. 먼저 하반기 사업 계획은 의례적인 제목이 붙어있긴 하지만 현재 당의 처지와 진보 진영의 상태를 볼 때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진보가 위기에 봉착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것은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진보가 노동에서 멀어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노동자 운동 자체가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에 뒤처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는 노동 자체가 아니라 어떤 노동인가이며, 새로운 주체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입니다. 진보좌파정당 자체를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의 발언자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내세운 비례 전략의 담론인 ‘배제된 자들의 서사’는 이런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었으며, 김순자 후보는 이런 전략과 방향의 상징이었습니다.


물론 뜻이 좋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는 적절한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고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총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외적 요인을 제외하고) 실패의 원인을 주체적으로 찾자면 당연히 우리의 ‘부족’에서 찾아야 합니다. 먼저 부족이라고 하면 총체적인 양적 부족을 말할 수 있습니다. 조직적 기반의 부족, 재정의 부족, 선거라는 일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인물의 부족 등등.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곧바로 우리의 과제가 됩니다. 이번 사업 계획에서 지역 기반의 강화, 2014년 지방선거 준비 등은 이런 맥락에서 설정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은 양적인 것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기존 진보 운동의 혁신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먼저 낡은 습관과 사고방식을 버리고, 아직은 잠재적이지만 새로운 어떤 것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런 일을 소수파의 위치에서 해야 합니다. 혁신파는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소수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이런 자세를 충분히 견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듯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혼재되어 있는, 그래서 조직적으로 보자면 조금씩 어긋나 있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입니다.


이번 사업 계획에 무수히 나오는 ‘쇄신’, ‘선택과 집중’ 등은 이런 양상을 넘어서자는 의지와 목표를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정치 사업을 노동권의 확대, 비정규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투쟁 현장과의 연대, 스스로를 배제된 자들의 연대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 등으로 설정한 것은 혁신파이자 소수파로서 우리의 출발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선 대응은 ‘정세적’이어야 한다


사업 계획과 별도로 우리는 ‘진보좌파정당 추진위원회’를 전국위원회 산하에 설치하였습니다. 이는 총선 전에 추진된 1차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넘어서고, 총선 이후 변화된 지형과 조건을 반영하여 빠른 시일 내에 진보좌파정당의 기본 틀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 내적으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재구성하여 스스로를 재형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총선 이후 내부적으로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용 있게 진행하라는 것입니다. 둘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총선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양상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내용 있으면서도 빠르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태에 대한 분명한 파악, 명료한 견해의 구성이 필요합니다. 진보좌파정당 추진위원회는 이런 일을 공식적이고 분명하게 하고자 설치하는 것이며, 제대로 된다면 일부 우려하시는 것처럼 창당 작업이 늘어져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대선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독자적인 정당의 하반기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데 대통령 선거 계획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계획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한편으로는 이를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말자는 견해와 다른 한편에는 독자 정당으로서 당연히 후보를 내는 것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사실 두 견해는 서로 층위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현실에서는 대표적으로 대립되는 견해처럼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계획은 정세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정세적이라는 것은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진보좌파정당 건설과 활동 계획 속에서 대선의 의미가 결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계획 속에는 현 체제 하에서 대통령 선거가 지니는 일반적 의미가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사업 계획 속에 대통령 선거에 대한 태도나 계획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진보좌파정당 건설에 대한 계획이 충분히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진보좌파정당 추진위원회 활동이 본격화되면 대통령 선거에 대한 내용 있는 논의의 지형이 마련될 것이라 봅니다.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것이 '잠재력'

이번 전국위원회를 시작하면서 전국위원들께 드리는 인사말 속에서 “가난은 사랑의 하인”이라는 라틴아메리카 젊은이들의 미신을 인용했습니다. 지금 진보신당은 꽤 오랜 시간 진행된 ‘진로 논쟁’의 여파와 총선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자괴감 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보좌파정당 건설이라는 과제와 관련해서도 옆으로는 다른 세력과 개인을 바라보거나 ‘아래로부터’라는 구호를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자 원칙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도 우리 스스로가 재구성하고 정돈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가진 잠재력은 정말로 어려울 때 나타난다는 믿음으로 이 일을 했으면 합니다.

[ 안효상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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