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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생태 평화 공화국 만드는 '사회주의 정당' 분명히
진보신당이 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6월 재창당을 위한 본격적 행보를 딛습니다. 강령제정, 당헌당규 제정, 장기성장전략 등 각 부문마다 소위원회를 두고 각각 초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6월 당 대의원대회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각 소위원회의 재창당 준비 현황을 공유하고 당원들과 함께 토론하고자 합니다. 그 첫 시작은 강령위원회 장석준 위원장의 강령 이야기입니다.


재창당하면서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을 들라면, 늘 ‘당명’ 다음으로 빈번히 나오는 게 ‘강령’입니다. 강령은 당의 이념과 노선, 기본 정책 방향을 정리한 문서입니다. 한 당의 강령을 보면, 그 당의 색깔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정당은 저마다 강령을 갖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도, 민주통합당에도 강령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령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역시 진보정당입니다. 진보정당은 세상을 바꾸자는 정당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담은 게 강령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보신당 재창당 과정에서도 새 강령의 제정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현재 당대회준비위원회는 산하에 강령위원회를 만들어서 강령(안)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강령위원회는 장석준 부대표와 박은지 부대표, 김현우 녹색위원장, 이 세 명의 당대회준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안 작성은 이들 위원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하되, 이후 폭넓은 당원 토론과 자문을 거칠 예정입니다.
 
진보신당이 겪었던 혼란, 강령 탓이 아닙니다
 
093341504a9e5d614a8bea1009275a89_nQdLCueIVvf7elvHWcpWVysxmIjA.jpg ▲ 장석준 (진보신당 부대표, 당대회준비위원회 산하 강령위원회 위원장) 사진: 진보신당
그런데 ‘새’ 강령을 준비하면서 고민해야 할 게 있습니다. 새 강령 제정은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통합하면서 약속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신당의 현 강령이나 통합 전 사회당 강령이 무슨 큰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진보신당 현 강령만 해도 내용 자체로만 보면 개정의 필요성이 별로 없는, 여전히 훌륭한 강령입니다. 그간 진보신당이 겪은 혼란은 결코 강령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강령에 어긋나는 정치 행태 탓이었습니다. 강령이 문제가 아니라 반강령적 행위들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과거 민주노동당 강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에 민주노동당이 분당하게 된 것은 당시 민주노동당 강령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 내 패권 세력이 당 강령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이를 힘으로 관철하려는 정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 강령에 불만을 지닌 이들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 강령을 가장 사랑한 이들이 당을 떠나야 했고, 이들은 현재 진보신당을 이루는 여러 흐름들 중 하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새 강령은 진보신당 강령, 사회당 강령, 더 거슬러 올라가 민주노동당 창당 강령과 단절해야 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를 철저히 계승해야 합니다. 다만 여러 변화된 상황, 즉 2008년 금융 공황으로 시작된 지구 자본주의의 위기, 생태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의 확산, 1기 진보정당운동의 굴절과 변질 등을 반영해 새로운 강조점을 찾고 일부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분량이나 표현 방식을 좀 더 간단명료하게 다듬을 필요도 있습니다.
 
과거 진보정당들의 강령을 철저히 계승할 것입니다
 
그래서 강령위원회는 작년에 진보좌파정당추진원회 강령당헌연구팀이 제출한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했습니다. 이번에 채택하는 강령에는 당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기본 정책 방향의 대략적인 정리만을 담기로 했습니다(보통 강령의 ‘전문[前文]’이 담고 있던 내용). 진보신당 강령 ‘본문’에 담긴 것과 같은, 좀 더 상세한 기본 정책 내용들은 이후 당 발전 과정에서 당원 토론을 통해 채워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번에 채택할 강령은 현 진보신당 강령이나 예전 민주노동당 강령보다 훨씬 간명한 문서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보완으로, 민주노동당 창당 강령, 사회당 강령, 현 진보신당 강령을 새 강령의 ‘부속 문서’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역시 강령당헌연구팀 권고 사항). 이것은 재창당한 당이 진보정당운동 전통의 계승자임을 확인하는 의미도 갖습니다. 
 
그래서 현재 작성되고 있는 강령(안)은 현 진보신당 강령과 당헌 전문 등이 제시하는 개념과 표현, 문장과 정식화를 많이 계승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과거 강령들의 요약 종합판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변화된 상황에 맞게 새롭게 강조하거나 보다 선명히 부각해야 할 내용들이 있습니다. 강령(안)은 아직 미완성 상태이고, 초안이 완성되더라도 차기 당대회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 검토한 뒤에야 당원들께 공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강령위원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들 중 몇 가지만 미리 보고하겠습니다.
 
우리는 ‘평등 생태 평화 공화국’을 만드는 ‘사회주의’ 정당
 
첫째, 진보정당운동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시대에 우리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자 합니다. 강령위원회는 그 성격을 일단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생태 파괴 문명에 맞서 싸우며”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정식화해보았습니다. 즉, 우리가 건설할 당을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 정당>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것은 이념적 차원의 정리이고, 이것을 계급적 성격을 중심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강령위원회는 “자본과 노동이 대립하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항상 노동의 편에 선다” 그리고 “억압과 차별, 배제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에 맞서는 이들과 더불어 싸운다”는 문장을 강령(안)의 주요 내용으로 삽입했습니다. 사실 이런 표현은 스웨덴 사회민주당 강령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좌파정당 강령의 전통적 문구입니다.
 
둘째로, 진보정당운동의 혼란상에 대한 분명한 자기 입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선 “1987년부터 시작된 1기 진보정당운동은 일단락”되었음을 명시하고자 합니다. 1기 진보정당운동의 실패는 “진보정당 주역들의 오류와 한계 때문”입니다. 강령(안)은 그 ‘오류와 한계’를 크게 두 축에서 정리합니다. 그 하나는 “자유주의 정당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중의 삶의 현장과 괴리된 채 기성 정치의 협소한 틀에 갇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거의 관성과 단절하는 게 새 정당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의 당면 목표를 표어 수준에서 정식화하고자 합니다. 생태주의, 여성주의 등과 결합된 사회주의라는 궁극 지향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것을 지금 우리 세대 안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갈지 잠정적 중간 목표를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과거에 이러한 목표를 ‘사회국가’, ‘사회연대국가’ 등으로 표현한 바 있고, 요즘 대중적으로 널리 회자되는 말은 ‘복지국가’입니다. 
 
강령, 문서 넘어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강령(안)은 기존 진보신당의 표어를 이어받아 이를 “평등 생태 평화의 새 공화국”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자본 국가를 넘어서 노동 해방, 보편 복지를 실현하는 <평등 공화국>이고, 압축적인 자본주의 근대화가 낳은 상처들을 치유하는 <생태 공화국>이며, 한반도의 항시적 준전시 상태를 넘어서는 <평화 공화국>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새 당은 “평등 생태 평화 공화국을 만드는 사회주의 정당”이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령(안)의 여러 내용들 중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물론 강령 초안은 어디까지나 초안일 뿐입니다. 강령(안)은 당원 토론을 통해 정정되고 그 내용이 더욱 풍요로워져야 합니다.
 
우리의 새 강령은 진보 세력을 혁신하고 재편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관철해야 할 핵심 이상이자 원칙이 될 것입니다. 단지 형식적인 문서 몇 장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것입니다. 강령(안)과 그 토론에 대해 당원 여러분의 좀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장석준 (진보신당 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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