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청년배당 시행, 새로운 사회로 가는 첫 걸음?

by 장시정 posted Jan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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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은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을 처음으로 시행한 날입니다. 성남시는 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의 모든 시민들에게 '청년배당'을 지급했습니다. 성남시는 청년배당으로 연 100만원을 4분기(분기당 25만원)에 걸쳐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권한쟁의 심판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권한쟁의 심판 판결 전까지는 50%인 연 50만원(분기별 12만5천원)을 지급하고 권한쟁의 심판에서 승소하면 애초 계획했던 것처럼 연 100만원으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성남시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의 모든 시민들은 자격심사, 재산유무, 노동의사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1/4분기 배당금인 12만 5천원을 받게 됩니다. 자격조건에 해당하는 성남시의 시민들은 기존의 선별적 복지 및 현물복지와는 다른 형식의 배당금을 처음으로 받게 된 것입니다. 성남시 역시 기존의 복지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시도한 첫 번째 지방정부가 되었습니다. 

배당? '배당'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을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있습니다. '국민, 시민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정당한 삶을 누리고 살아갈 권리가 국가나 정치공동체는 이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자연, 자원, 그리고 사회적 자원은 국민 또는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모두의 것이며, 그것을 통해 쌓아온 부 역시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또는 정치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두가 기여해서 이루어진 것이다'는 것입니다. 국가나 정치공동체가 만들어 낸 부에 대해 구성원 모두는 그 만큼의 몫이 있으며, 배당은 이런 정신과 가치를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즉, 한 사회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의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개념으로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이와 같은 기본소득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쉽게 투표권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만 19세가 되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처럼 국가나 정치공동체의 구성원 '모두는 개별적으로 자산의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인 기본소득을 지급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투표권이 정치적인 기본권이라면 기본소득은 경제적인 기본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매우 간단한 논리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자산의 심사나 노동의 요구 없이 주는 소득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재기합니다. "왜 부자들에게도 돈을 주어야 하는가?" 또는 "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돈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이건희의 '무상급식'에 있습니다. 우리가 무상급식을 찬성한 가장 큰 이유는 낙인효과에 있습니다. 기본소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선별해서 낙인효과를 심자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이면  부자든, 가난하든 관계없이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두번째 질문은 노동윤리,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노동은 인간의 활동 가운데 일부인 임금노동을 뜻합니다. 그림자노동이라 불리는 가사노동의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는 임금노동 체계로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노동이나 활동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 이외에도 많은 비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비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몇 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듯이 이는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의 연대성을 과소하게 평가하는 것이고 현재의 사회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개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다양한 활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더 열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의 시작은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한 빈곤의 퇴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생태적인 전환, 자동화 시대의 사회적 안정망이라는 측면에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빈곤의 문제는 신자유주의를 거치며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경제적 사회적인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기본소득, 그리고 화석에너지의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관점에서의 기본소득, 자동화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로서의 기본소득 등 다양한 방향에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 자체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새로운 사회로 가는 하나의 대안이고,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기본소득을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본소득의 정신과 가치, 그리고 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두 가지 점에서 불충분합니다. 하나는 '청년'배당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성남 시민 모두가 아니라 특정한 연령대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1년에 100만원이라는 액수 입니다. 100만원이라는 금액은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그것마저 중앙정부의 반대로 절반 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적은 금액입니다. 그럼에도 성남시에서 시작한 청년배당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회패러다임, 충분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새로운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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