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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의 탄생을 알렸던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길
 
[이대근칼럼]제3의 길, 자주파, 그리고 가짜들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당내 대통령 경선에서 패배가 예상되자 탈당해 상대당으로 옮겨 다시 경선할 기회를 얻었지만 거기서 또 패배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런 판단은 정치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상적이지 않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주요 정당의 최고 지도자가 된다. 손학규가 그렇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 선출된 그는 이 당을 살릴 구원자로 부활했다. 남들이 안 가진 무슨 기사회생의 묘약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는 남들이 안 가진 것을 가져서가 아니라, 남들이 가진 것을 안 가져서 대표가 되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넘어왔다는 이유로 대표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병자를 살리겠다며 내놓은 처방이 이미 이 동네에서는 말만 들어도 식상한 ‘진보의 수사학’이었다. 5년전 등장했다 사라진 가짜 진보가 이 엄동설한에 죽지도 않고 또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초기 노무현이 진보 수사를 구사할 때는 사람을 속일 수 있을 만큼 그럴 듯했다. 그에 비하면 손학규의 진보 수사는 그냥 해보는 말이라는 게 바로 드러난다. 사실 그의 성향이 다 알려진 마당이라 그도 차마 진보라고는 말을 못하고 새로운 진보, 제3의 길을 꺼냈을 것이다.

-진보에 수식어는 필요없다-

그러나 진보면 진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진보에 수식어가 필요없다. 새로운 진보니 제3의 길이니 하는 것 자체가 수상한 것이다. 유시민이 탈당하면서 온건, 유연한 진보를 주장하며 또 속임수를 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면 이걸 알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민주화 이후에도 시장주의, 성장지상주의가 지배했을 뿐 그 대안의 길을 밟아본 적이 없고 그 대안세력이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낸 적도 없다. 진보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나서 싫증나 제3의 길을 가겠다면 시비할 일이 못된다. 그러나 있어본 적도 없는 것을 극복하겠다면 그건 망상이다. 이런 혼돈은 열린우리당 몸통에 한나라당 머리를 얹힌 인공조합의 불가피한 결과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역사 구조적 산물이다. 권위주의 시대는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상당기간 진보를 대표할 정치조직의 부재로 인해 진보는 보수정당에 진보의 대표권을 위임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보수와 진보의 미분화는 정당의 정체성 상실 등 정치를 일상적으로 왜곡해왔다.

이제 진보는 진보정치 조직이 대표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온전한 의미의 진보정당이 없다. 민주노동당? 자주파가 의미있는 세력으로 잔존하는 한 민노당을 진보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주파는 한국의 주요 모순을 민족(분단) 문제로 본다. 분단이 해소되면 다른 문제의 해결의 길도 열릴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군사독재하의 상황인식이다. 민주화 이후 민족문제는 북한문제로 바뀌었다. 한반도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분단이 아니라 북한의 기아, 피폐한 삶, 열악한 인권, 핵무기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도 북한 경제 재건, 북한 인민의 삶 개선, 핵폐기, 평화로 변했다. 다행히 포용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얻었고, 남북간 대화와 협력은 국가적 과제로 자리잡았다. 그런 과제는 김대중·노무현정부가 잘해왔고, 통일부를 없앤다지만, 이명박정부도 크게 잘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자주파가 따로 할 일이 없다. 억압적인 김정일 정권을 변명하고, 핵보유 정당성을 설파하며, 부족한 자원을 군비에 쏟는 선군정치를 옹호하는 게 자주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보수나 반동들이 하는 것이다. 진보는 불평등과 맞서고 억압받고 소외된 자, 가난한 자, 소수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러나 민노당 다수파인 자주파가 비밀결사처럼 활동하며 항상 당패권 장악에 골몰한 결과, 민노당 노선을 오도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당은 따분하며 낡고 진부한 집단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자주파의 시효는 소멸했다. 북한문제는 차기 정부와 야당에 맡기는 게 좋다. 모든 번뇌를 잊고 해산하기 바란다.

-서민의 고통을 끌어안아야-

진보당이라면 서민들이 지금 겪는 고통을 자기 가슴으로 느끼고, 그들의 고민을 자기 고민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들과 공명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공상에 빠져 있는 가짜 진보당에 서민이 흥미를 느낄 것 같은가. 심상정 비대위가 민노당을 진보정당으로 바꾸는 작업을 떠맡았다. 진보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청소하고 겉과 속을 다 바꾸는 비타협적인 투쟁을 기대한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반듯한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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