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삼성에버랜드 노조…직원들도 “몰라”
한겨레 | 입력 2011.07.19 11:00 | 수정 2011.07.19 11:10 |
삼성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조장희 부위원장(삼성에버랜드 근무)이 노조 출범 당일인 18일 전격 해고됐다. 그렇다면 지난 6월23일 설립된 삼성에버랜드노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은 복수노조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6월29일 단체협약을 체결해 신고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노동계는 삼성에버랜드가 '알박기'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데 이어 단체협약까지 복수노조법 시행 직전에 체결해 이른바 '민주노조'의 활동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시청은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이 지난 15일 단체협약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6월29일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며 7월15일 오후 단협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은 지난 6월23일 용인시청으로부터 설립필증을 받고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획득했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까지 체결함에 따라 '민주노조'로 분류되는 삼성노동조합(위원장 박원우)은 앞으로 2년간 단체교섭 등으로부터 배제될 상황에 처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은 복수노조 허용 이후 교섭창구를 단일화 할 것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의 시기다. 이미 단체협약이 존재할 경우, 존재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설립신고를 한 삼성노동조합이 단체교섭권 등을 행사하려면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이 신고한 단협 만료기간 3개월 전인 2013년 3월29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2년간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셈이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체결 신고'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논란이 된 '창구단일화 조항'이 실제로 신생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부작용을 입증했다는 평가.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권두섭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이 낳은 단체협약 알박기가 노동조합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을 박탈한 부작용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은 민주노총·한국노총과 합의를 거쳐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을 개정한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또한 한국노총은 "노조법의 창구단일화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삼성에버랜드 임직원 전체에 적용될 단체협약을 체결한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은 철저히 '대내용'이다. 위원장 이름·연락처·사무실 위치 등이 모두 비밀이다.
< 한겨레 > 는 지난 12일 용인시청에 에버랜드노동조합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비공개 결정을 받았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에버랜드 노조 위원장이 '정보공개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홍보실도 묵묵부답이다. 삼성에버랜드 홍보실은 "노조위원장 본인이 전화번호 공개 등을 꺼린다"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누구인지는 삼성 에버랜드 직원들에게도 '알아내야 할' 사항이다.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직원들 대부분이 노동조합이 있는지 여부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고, 내부 인트라넷이나 사내 공고를 통해서 노동조합 존재 여부에 대해 공지된 바가 전혀 없다"며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직원들이 노조위원장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면 그 노동조합은 누구를 위한 노동조합인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교섭'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이 회사가 설립한 노동조합이라는 실체를 좀 더 사실에 근거해 비판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