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의 의미를 기억하며
[여성칼럼] 백경미 충북도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2013년 04월 01일 (월) 21:05:09 지면보기 7면 중부매일 jb@jbnews.com
"빵은 중요해, 하지만 난 장미도 원하지…."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 1908년 3월 8일 대규모 시위대가 뉴욕을 가로지른다. 그 도시 한복판에 서서 외치기 시작한 건, 굶주림을 채우기 위한 빵, 그리고 권리를 상징하는 장미.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도 달라!"
그들은 1만5천여명의 여성노동자. 그리고 100년 전 도시에서 불렸던 노래.
"우리가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땐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왜냐하면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기 때문이지.
그런 우리가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그러니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지식e채널 중 발췌).
1908년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다. 굶지 않기 위해 인간이하의 삶을 강요받아야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겐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따뜻한 봄이 되고 꽃이 피어갈 무렵이지만 그녀들은 빵을 얻기 위한 고된 노동을 견디어 내야할뿐 꽃을 즐길만한 귄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열악한 작업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화재로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3월 8일 1만 5천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은 뉴욕 럿커스 광장에서 참정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세계여성의 날은 그 날을 기려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보호를 위해 UN이 정한 날로 전 세계 170개국에서 기념하고 있을 정도로 의미있는 날이다. 굶주림을 의미하는 '빵'과 권리를 의미하는 '장미'를 달라며 투쟁했던 그 사건이 있었기에 오늘날 여성의 자유와 지위가 향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로 29회째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후 1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이 시점에서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 특히 남성들은 '한국사회에서 성차별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구나 일부 소수 여성들의 활약만을 두고, '여성상위시대'니 '고개 숙인 남성'이니 하는 역설적 강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해보면 그런 주장들이 얼마나 몰현실적인 역설이자 강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가 109개국 중 61위,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가 134개국 중 115위로 모두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하위지표를 살펴보면 여성의 지위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남녀의 경제활동 참여 격차 83위, 임금격차는 117위에 머물고 있다. 여성의 대표성 역시 매우 요원하다.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의 15.7%, 기초단체장은 2.6%밖에 안되고 대기업 여성임원 비중은 10%를 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일부부문 여성의 지위 향상과 활약의 이면을 들춰보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비주류이고 진정한 '장미의 권리'는 허상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1908년 미국의 여성들이 빵과 장미의 권리를 외치던 그때 이후 10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참정의 권리를 넘어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해이기에 올해 여성의 날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본다. 사상 최초 여성대통령의 탄생으로 여성들의 사회진출, 고위직 진출이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진정한 '장미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충북도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