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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은 곧음으로 갚는 것(以直報怨)
[이우재의 공자왈 맹자왈]



원한은 덕으로 갚는 것(以德報怨)이 아니라 곧음으로 갚는 것(以直報怨)이다.

 

호향(互鄕) 사람들은 더불어 말하기 어려운데, 그 마을 동자가 공자를 알현했다. 제자들이 의아해 하자 공자가 말했다. “나아가는 것은 함께하지만, 물러서는 것은 함께하지 않는다. 어찌 그리 심한가! 사람이 자기 몸을 깨끗이 하고 나아가면 그 깨끗함과 함께하고 지난날은 기억하지 않는다.”(互鄕難與言 童子見. 門人惑. 子曰, “與其進也 不與其退也. 唯何甚! 人潔己以進 與其潔也 不保其往也” - 『논어』「술이述而」)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허물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을 고칠 수 있느냐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 『논어』「위령공衛靈公」). 사람이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고 나오면 받아줄 뿐이다. 바로잡고 나왔는데도 지난날만 따진다면 너무 옹졸한 것이다. 백이숙제는 남이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고 나오면 더 이상 지난날을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으로부터 원망 받는 일이 드물었다(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 『논어』「공야장」). 여기서도 공자는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호향의 동자가 지난날의 잘못을 깨끗이 씻고 나오면 그것과 함께할 일이지 지난날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말썽 많던 박정희 시대에 대하여 박근혜가 마침내 정식으로 사과하였다. 처음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느니, 사법부의 평가가 두 개라느니 하며 궤변을 늘어놓다가 결국은 헌법가치를 파괴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만 것이다. 선거가, 민심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몇 십 년을 그렇게 자기 아버지 후광에 묻혀 버텨 온 사람이 마침내 자기 아버지를 부정하다니. 어찌 되었건 이제 박정희 시대, 특히 유신 시대에 대해서는 역사의 평가가 내려졌다. 헌법가치, 즉 민주주의가 유린당한 시대라고. 엎드려 절 받기 식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의 사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딸에게 아버지의 죄를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본인이 정식으로 사과까지 했으니. 공자 말대로 “사람이 자기 몸을 깨끗이 하고 나아가면” 그 깨끗함과 함께해야지 계속 지난날을 붙들고 늘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떤 사람이 말했다.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덕에 대해서는 무엇으로 갚겠소? 곧음으로 원한을 갚고 덕으로 덕을 갚아야 합니다.”(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 『논어』「헌문憲問」)

여기서 덕은 은혜를 말하고, 곧음(直)은 있는 그대로 공평무사하게 하는 것이다.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이덕보원(以德報怨)이란 말은 지금 전해지는 『노자』의 63장 은시(恩始)에는 보원이덕(報怨以德)으로 되어 있다. 자연대로 살 것을 주장하는 노자가 이덕보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자에게 원한이니 은혜니 하는 것은 모두 인간의 인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사자가 토끼를 잡아먹는데 무슨 원한이니, 은혜니 하는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사회적 윤리를 중시하는 공자는 그렇지 않다.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면 은혜는 무엇으로 갚을 것인가? 은혜나 원한이나 모두 덕으로 갚는다면 이 세상에서 은혜와 원한을 구분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은혜는 반드시 은혜로 갚아야 하나, 원한은 곧음으로 갚아야 한다. 곧음으로 갚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공평무사하게 갚는다는 것으로,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마치 재판관이 재판을 하듯이 냉정하게 판단해 갚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복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판단해 갚아야 한다면 갚는 것이고, 털어야 한다면 터는 것이다.

박근혜가 자기 아버지 시대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때 고통 받았던 사람들에게 정중한 사과까지 했는데, 이제 박정희를 용서해야 할까? 박정희 시대에 고생깨나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라는 부담을 딛고 박근혜가 사과한 것에 대해 굳이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곧 박정희에 대한 용서는 아니다. 박정희는 나를 비롯해 그 시대 고통을 받았던 그 누구에게도 사과한 적이 없다. 박근혜의 사과는 그의 딸의 사과이지, 박정희 본인의 사과는 아니다. 따라서 박정희에 대한 용서는 아직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다.

얼마 전 문재인과 안철수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는 박정희 묘에 참배를 했으나, 문재인은 안 한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에 대한 참배를 거절한 문재인을 두고 속이 좁다느니, 소위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느니 하면서 쑥덕거렸다. 그에 반해 안철수는 마치 통이 큰 대인다워 보였고, 진정 좌우 양쪽을 망라할 국민통합의 적임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안철수가 박정희의 묘에 참배한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보수층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쇼일 뿐이다. 그것을 의식한 그는 박정희가 젊은 아가씨를 끼고 술 마시다가 부하인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은 10월 26일 날 박정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고 안중근 이야기만 하였다. 보수층 표를 의식했던 것이리라. 문재인이 박정희 묘에 참배를 거절했다고 그가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국민통합을 생각하지 않으리라 추측하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안철수는 박정희 묘에 참배할 수 있었지만, 문재인은 참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민주화운동에 참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박정희나 전두환으로부터 매 맞아 본 적도 없고, 따라서 아무 원한도 없기 때문에 박정희에게 머리 숙여 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과정에 박정희로부터 무수한 고초를 받았던 문재인은 박정희 본인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또 그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대한민국을 다시 그 시대로 후퇴시키려는 세력들이 아직도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의 묘에 머리를 숙인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었을 것이다.

덕에는 덕으로 갚지만 원한에는 곧음으로 갚을 뿐이다. 박정희가 내게 가한 원한에 대해 마음 같아서는 자기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楚)나라 평왕(平王)에게 오자서(伍子胥)가 했던 것처럼 굴묘편시(掘墓鞭屍)라도 하고 싶지만, 그것은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아무런 사사로운 감정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판단해 갚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맞아 본 사람은 안다. 그것조차 얼마나 힘 든 것인 줄. 박정희 시대 매를 맞아 본 사람들에게 이덕보원을 말하지 마라. 이덕보원이 아니라 이직보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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