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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패권 반대' 말고 뭐 다른 건 없나요?

 

김민수 님의 글, 잘 읽었고 관심에 감사드린다. 여러 말씀을 하셨지만 그 알맹이인 '종북/패권 반대'를 제외하면 다른 내용은 사족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이런 경향은 민주노동당 시절에 상처를 받은 당 활동가들 사이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의회주의자들을 제외한 당의 한 흐름에는, '종북/패권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종북/패권'과 '종북/패권 반대'를 프레임으로 하는 지난 3년 동안의 진보정치가 노동자인민들에게 대안 마련을 통한 희망은커녕 큰 실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당의 큰 기반인 민주노총과 정규직노동자들의 우경화와 대중투쟁 방기를 흔히 지적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그들에게 제대로 지지받기 위한 정책과 실천을 보여주지 못한 우리 모습도 또한 조직적 성찰대상이라고 본다. 민주노동과의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했으면서 타성에 물들어가고 있다.

 

김민수 님이 인용한 내 글은, 이런 프레임 밑에서 답답해하는 노동자, 시민 당원들의 의사를 대변한 부분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주의자가 개량주의 정당을 보는 시각도 들어 있다. 시쳇말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도찐개찐'이라는 것이다. "'종북/패권 반대' 말고 뭐 다른 건 없나요?" 대중의 이런 인식을 저열하다고 무시하는 당원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금 시당의 '종북/패권 반대파'들은 당원 다수를 점하고 있는 노동자 당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거나, 또한 지역거점을 만들고 조직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존 기득권을 지킬 것인가에 끼리끼리모여 안달하고 있는 듯하다(물론 이런 경향그룹에서 김민수 님은 흔쾌히 빼드리겠다). 나는 이런 모습을 또하나의 패권주의, 패거리주의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세세한 부분에서 내가 경험한 세칭 '독자파'들의 파렴치한 행태는 여기에 적는 게 부적절한 것같아 생략한다. 그러나,

 

이 점은 짚고 넘어가자.

 

예컨대 조승수 대표나 한석호 사무총장 등장 때 나는, 당이 위험해질 거라며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칭 '진보정당파'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데에 휩쓸려 들어갔다. '친분' 때문이고 조금은 기대도 했던 모양이다. 내 견해로 공개비공개 자리에서 친구들과 많이 부딪혔다. 나는 그들의 한마디한마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보시라. 당을 팔아넘긴다고 조승수, 한석호를 두고 '죽일놈, 살릴놈', 하지 않는가. 그런 이들이 현재 '독자파 주류'를 자처하고 있는 한심한 현실이다. 그런 판단력으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잘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독자파들의 상황인식과 처신에 일관성이 없으며 '그들끼리의 친목질'에 당이 물들어 있다는 걸 지적하는 것이다.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또, '독자파' 행세를 하는 이들은 지금, 당 대회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사실상 당을 압박하는 무슨무슨 '새노추'니 '진보의 합창'이니에 이름을 올리는 일부 시당 운영위원들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왜? 자기 자신이고 친구니까. 남이 하면 불륜, 자기나 친구가 하면 로맨스. 이게 바로, 이율배반이고 당신들의 리그, 패거리주의라는 거다.

 

그나마 나는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아직까진 내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나는 지난 글에서 '지역과 부문 강화'를 이야기했다. '당원칼럼&에세이' 난의 당원들께 보내는 글에서도 당 역량 강화를 중점으로 이야기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노래지만, 그 근저에 깔린 이념은 "당 대회 결정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지역 좌파 블록을 만들 준비를 하자"이다.

그 블록의 구성원들이 반드시 하나의 정당원일 필요는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구 전진처럼 '새 진보정당' 안의 좌파와 거기에 합류하지 않은 좌파가 블록 안에서 동거하는 상황이다. 당 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된 뒤 내부혁신 프로그램으로 당이 거듭난다면 더 좋고.

 

당원들은 앞으로 자기가 놓인 처지와 이념, 경험, 친분 등 다양한 요소를 토대로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요동침에 따라 자기 포지션을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정치니까.

 

그러므로 내 글 한구석에서 어떤 견해를 표명했다고 해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시길 바란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아직까진 무슨무슨 당내외 조직에 가입해 한줌 세력화에 나설 의지도 없고, 오늘 일을 모르는데 어찌 내일을 안다고 하겠는가. 언제든지 내 입장은 바뀔 수 있다. 다만 '종북/패권 반대' 주장만으론 필패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디 내 이전 글들의 행간을 읽으시고 위에서 언급한 "블록에의 강한 의지"가 들어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내가 여러분 곁에 있지, 가면 어디로 가겠나. *

 


p.s. 특별히 이근선 님과 김민수 님께.

 

현재 노회찬 새진추위장과 일부 광역시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인천시당 운영위원들과 당원들 가운데서도 당 대회 결정이 나오기 전에 당을 외부에서 압박하는 특정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시당 운영위원, 또는 '도로민도당 반대파'로서 이들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친분을 떠나, 저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시당 운영위원들의 솔직한 견해도 들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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