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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농성장에서 하룻밤 농성을 했습니다. 

 

19일 인천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해 밤 10시를 조금 넘겨 단장면 바드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바드리 농성장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한 무더기 경찰들이 나와서 인천에서 내려간 차량을 막아서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길을 왜 막아서냐'는 항의에 바리케이트를 치며 '용무가 뭔가요?' '마을에는 왜 들어가시는가요?'라는 물음만 던졌습니다. 한참을 실갱이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공사방해의 위험성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뒤 20여분의 실갱이를 한 뒤  차량은 마을 입구에 놔두고 걸어서 농성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농성장은 마을 입구에서 50여미터 떨어진 대추나무 밭에 마련된 작은 곳이었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을 지키며 공사재재를 실어나르는 차량을 막고 있다고 했습니다. 19일 서울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가 있어서 농성장을 지키던 어르신들은 서울에 올라갔고 학생 한 명과 울산에서 온 분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학생에게 바드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 깊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침낭을 덮고 누워 하늘을 보니 인천에서보다 밝은 달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소리에 일어나보니 경찰들은 아침부터 송전탑 공사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막아 놨습니다. 한전 직원차량, 공사자재 운반차량, 번호가 확인된 주민차량만 통과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농성장 앞에도 열명이 넘는 경찰들이 애워쌌습니다. 

 

어제 서울로 상경했던 주민들도 동이 트기도 전부터 지팡이를 끌며 농성장으로 나왔습니다. 농성장 앞에 돗자리를 깔고 모포를 덮고 앉아 어제 서울로 상경했던 이야기, 뉴스에 보도된 이야기 등 누구 하나 전문가 아닌 사람들이 없어 보였습니다. 가장 많이 화를 내며 하던 이야기는 시험가동에서 불량으로 판정난 신고리 3,4호기의 제어케이블이었습니다. 정부와 한전에게 남았던 마지막 명분이었던 신고리 3,4호기의 가동이 최소한 2년 뒤로 미뤄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지중화든, 기존의 송전선로를 이용하든, 밀양을 지나는 송전탑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할 수 있다며, 정부와 한전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자 농성장이 꽉 들어찹니다. 주민들이 경찰들에게 앞으로 조금만 나가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아무말도 없는 답만 돌아옵니다. 수차례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참다 못한 몇 분의 주민들이 경찰 앞으로 나섰습니다.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니 돌아서 경찰들 앞으로 나가 작은 돗자리를 깔고 도로에 앉았습니다. 도로로 나온 주민들에게 경찰 지휘관이 여러 차례 경고방송을 합니다. 지휘관은 스피커를 사용할 상황도 아닌데 스피커를 사용하며 도로교통법 위반이니 나가라고 경고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앉아 있어도 도로로는 충분히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도로에 앉아있는 주민들에게 경찰버스를 들이댑니다. 버스 뒷꽁무니가 주민들 바로 코 앞에 와서 멈춰있습니다. 경찰 지휘관이 다시 스피커로 지휘를 합니다. '이 사람들 모두 도로교통법 위반이니 들어서 옮겨'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너댓명의 경찰들이 도로에 앉아 있던 주민들의 팔과 다리를 들어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옮겨놓습니다. 경찰에 들려 옮겨졌던 주민들은 농성장 앞 도로로 와 다시 않습니다. 경찰은 다시 지휘관의 지휘에 따라 주민들을 들어 옮깁니다. 두 시간 동안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던 차량을 경찰들이 도로 가운데로 유도합니다. 차량의 앞쪽이 다시 도로에 앉아 있는 주민들의 코 앞에 와서 멈춰있습니다. 차량이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길인데도 일부러 가운데로 가도록 경찰이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시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팔과 다리를 들어 옮깁니다. 옮기던 주민이 몸을 비틀자 이번에는 집시법 위반이라며 연행하라고 소리칩니다.

 


 


 

 

하루에도 수 차례, 십여일 넘는 기간 동안 매일 반복되어 온 일입니다. 한 시간 뒤 연행되었던 주민들이 나왔습니다. 잠시 후 경찰들의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잠깐의 평온한 시간이 돌아온 것입니다. 농성장에도 점심식사가 도착했습니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이 보내 온 것입니다. 따끈한 밥과 씨레기국, 갓 담은 김치, 호박볶음 등이  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있으니 진주의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이 찾아왔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대학생들과 교대를 한 뒤 인천으로 올라왔습니다. 송전탑 공사도 말이 안 되지만, 밀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80이 넘는 노인들을 무시하며 아무렇게나 대하는고 있는 경찰들의 태도였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단장면 바드리 마을 입구 주민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일 주민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차량을 붙이고는 통행 방해를 이유로 연행했고, 16일 주민에게 폭행당한 피해자로 지목된 의경은 의사의 퇴원 권유에도 퇴원하지 않았다”면서 경찰의 기획 체포 및 과잉대응 의혹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한전이 오늘부터 단장면 고례리 82번 송전탑 공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밀양의 송전탑 공사장은 모두 10곳으로 늘어났고 진척이 가장 빠른 단장면 84번 현장은 곡 기초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콘크리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고리 3,4호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도 기존의 선로로도 충분히 보낼 수 있다는 것을 한전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12년 내에 고리 1호기부터 4호기의 설계 수명이종료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고리 1호기부터 4호기까지 남게 되어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도 없고 특히 밀양의 송전선로 자체도 필요없어지게 됩니다. 

 

정부가 매년 반복하고 있는 전력난 역시도 산업전력에 대한 제재와 산업시설에 설치된 자가발전기 등을 가동시킨다면 여름의 전력 수요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고리 3,4호기의 납품비리, 위조부품 케이블 사용에 대해 정부와 한전은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에 앞서 사과해야 할 일이며, 우선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공개토론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민들과 짧은 시간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밀양의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서 지난 8년 동안 이런 갈등을 만들어 온 것은 정부와 한전인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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