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 8월 소식지(특집: 진보대통합)에 기고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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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파 비판 - 진정한 '진보집권'에 이르는 길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빵, 터졌다.
6.26 당 대회에서 연석회의 합의문을 '승인'했다는 당 수임기구 회의록을 읽고 나서다. 당 대회가 변칙 '인정'한 것이지 언제 승인했는가. 국민참여당은 또 어떤가. 그 당 당규와 달리 중앙위원회에서 변칙 처리를 하고서는 '승인'했으니 진보통합 논의에 끼어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동당은? 여기도 사정이 복잡하다.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경기동부연합과 이정희 대표는 유시민 대표가 '성찰 발언'을 했고 합의문을 '승인'했으니 응당 진보통합 테이블에 합류할 자격이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그룹은, 국민참여당은 애초에 진보세력이 아니며 따라서 초대받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진보신당의 '인정'을 '승인'처럼 간주하고 있다.
여기서 누가 가장 사실에 부합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재미있게도 진보신당 독자파다. 당 내 통합파와 민주노동당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두 정당한 절차를 무시, 외면하고 꼼수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이런 행태를 백주에 자행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어떻게 하면 다가올 선거에서 몸집을 불려 국회의원 자리 몇 석 더 차지해 볼까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러한 변칙을 쓸 이유가 하나도 없으려니와 조급할 필요도 전혀 없다. 현재 연석회의의 연장선상인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 활동이 지지부진한 것은 바로, 이처럼 논의가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당 내 통합파 내부 구성도 복잡해 보인다. 도로민노당파와 국민참여당 합류찬성파, 대세추종자. 통합 협상진행이 이렇게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데에는 국민참여당이라는 돌발변수와 제 세력 간의 패권 싸움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자와 민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현 국민참여당 주요인사들. 그들이 진보통합 논의에 가담해 논란을 불러일으킬수록 진보통합은 그와 비례해 그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민주노동당 다수 당원들은 지금, 주류의 섣부른 시도에 맞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진보교연이나 전여농, 민주노총도 참여당의 가담을 비판한 적이 있다. 신자유주의와의 결별을 거부하는 국민참여당의 참여는 '반신자유주의 진보대통합'을 '진보-자유주의 연합'으로 변질시킬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한편 우리 당이 제시한 '부속합의서2'를 둘러싸고도 민주노동당과 관계가 불편하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우리 당이 8월 11일을 협상 만료시한으로 잡았지만 각 당 수임기구를 중심으로 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정한 시간 안에 통합협상을 끝낼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진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런 가운데 당 대표단회의는 각종 토론회와 전국위원회, 당 대회를 애초 계획보다 1주일 씩 미루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루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선거는 다가오고, 각 당도 내부 혼란과 사업 방기를 마냥 두고 볼 수만도 없다.
일부 통합파들은 독자파가 선거 전술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거짓 선전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독자파 역시 선거전술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선거에 매몰되지 말자는 것이고 정치공학만 강조되면 반드시 그 속에 정치 기회주의자들이 끼어든다는 걸 경계하자는 것이다. 기회주의자들의 선거 들러리가 되고 싶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
통합파들은 어느 틈엔가 당 강령에 나와 있는 '사회운동적 대중정당' 노선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대중운동은 당이 아니라 조합이나 '시민단체가 하는 일'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은 대중들의 요구를 듣고 그걸 의회를 통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중 속에 뿌리내리지 않고 어떻게 의회에 진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는 또, 의회가 본성 상 지배자들의 계급 지배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필연으로 따르는 제 계급, 계층 간의 협상과정에서 애초의 개혁적 요구가 반드시 퇴색한다는 걸 망각하거나 고의로 은폐하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의회주의는 대중들의 혁명과 개혁 에너지를 쇠잔시키는 주요 역할을 한다.
진보통합 논의를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촉발한 것에서부터 사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우경화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주장은 조합주의에 기초한 것이고 조직된 대기업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움직임은 지난 선거들에서 확인한 것처럼 우파와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변형된 비판적 지지로 또다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를 앞두고 전선체를 만드는 게 무슨 진보 통합이란 말인가.
허울 좋은 연립정부 구성론은 진보가 내비쳐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허물게 되어 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비정규직 확산, 한미FTA 추진, 해외파병, 공기업 민영화, 토건경제에 책임이 있는 정치집단들과 연대하다 보면 이 가운데 진보는 상당수 의제를 양보, 포기해야 한다. 그것 없는 연대나 연합은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양보하고 포기할 것인가. 이미 생의 벼랑 끝에 몰린 민중들에게 한 발 뒤로 물러서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참여정부에 대한 대응 실패가 곧 진보정당의 실패였으며 이는 한나라당에 정부를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또 가자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진보의 대의보다 개인의 사리를 취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진보 집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민주노동당이나 우리 당이나 없는 실력을 가지고 당장 집권할 듯한 환상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 마치 로또 복권 구매를 권하듯이 그런 말을 하는 자는 거짓 진보주의자다. 민주당과의 '공동정부 인천'을 해서 민중의 살림이 얼마나 나아졌는가? 기만이요, 자가당착이다. 진정한 진보 집권은 정치공학적 합종연횡이 아니라 뼈아픈 반성과 자기 혁신과정을 통한 실력 기르기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초가 없는 건물은 언젠가는 반드시 큰 희생을 내고 무너지게 되어 있다. 눈앞 이익에 현혹, 진보의 영혼을 팔아선 안 된다.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하는 수십 년 간의 관행은 이제 마무리할 때도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진보신당 사수' 슬로건을 내거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는 지난 3년 동안의 실패를 답습하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반성에 철저해야 한다. 당 강령을 왜곡한 일부 정파의 '비정규직당' 노선, '무지개정당' 노선은 전략적으로 실패했다. 아울러 비민주적인 당 운영, 내부 패권주의, 패거리주의, 당원과 소통하지 않는 당직자의 오만과 무사안일, 무원칙한 선거 매몰과 그에 따른 당 재정의 황폐화, 지역 거점사업 방기는 지난 3년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 수수방관한 당원들의 책임도 작은 것이 아니다. 대안은 실패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서 나온다.
어차피 한 번쯤 겪어야 할 일이었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지만 진보 정당을 바로세우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이 땅의 진보 운동은 상당 기간 동안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통합 명분 아래 진보를 분열시키는 자들의 책동을 막아내고 새로운 진보의 상을 정립해야 한다. 그런 시도들이 지금 당 안팎에서 일고 있다. 노동운동과 지역운동의 혁신을 위한 당 활동가들의 노력과 인내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통합은 거의 물 건너갔다. 도로민노당이든,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든, 통합을 주장했던 당원들에게 권한다. 이게 여러분의 실력이다. 엉터리 진보통합 논의와 환상을 버리고 당장 돌아오시라. 우린 여러분과 더불어 당 발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
- 김해중(당협 노동부장, 인천시당 노동위원회 운영위원)
(지난 6월, 캠페인 뒤 한자리에 모였던 시당 '통합-독자-복지-관망파' 거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