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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쉼없이 말하고, 서로 쓰다듬고, 거침없는 질주
ㆍ2002주역·신예 깊은 신뢰… 경기 전날 50분간 토론

ㆍ협력수비로 그리스 사냥… “아르헨전도 할만” 자신감

그리스는 유럽 강호들과 치른 예선에서 경기당 1점밖에 내주지 않은 견고한 팀이었다. 190㎝가 넘는 장신 수비수들은 신전에 새겨진 신화 속 주인공처럼 벽으로 다가왔다. 그 벽을 뚫은 것은, 그 틈을 뚫고 두 골을 넣으며 완승을 거둔 비결은 소통이었다. 선수들은 공만 주고받은 게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눴다.

감독의, 주장의 일방통행식 명령 하달이 아닌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성공을 낳았다. 그래서 축구는, 그라운드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형제처럼…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 그리스전을 완승으로 이끈 힘은 선수들 사이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이었다. 지난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전에서 전반 7분 이정수(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골이 터진 뒤 대표팀 선수들이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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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 그리스전을 하루 앞둔 11일 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코칭스태프가 빠진 채 따로 모여 50분간 토론을 벌였다. 그리스의 경기 비디오 5편을 보며 의견을 활발하게 나눴다. 이영표는 “수비수가 미드필더들에게, 미드필더가 공격수들에게 요구하는 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리스 선수들을 꽁꽁 묶은 강한 압박은 토론에서 나왔다.

선수들은 목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패스가 오지 않을 때도 빈자리를 적극적으로 메웠다. 밀어붙이기식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12일 오후 8시30분. 경기 시작 직전 11명의 선수들은 어깨를 겯고 둥글게 모였다. 단순히 파이팅을 외치는 데 끝나지 않았다. 이날은 어깨동무가 오래 걸렸다. 박지성은 “초반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이영표는 “부담 갖지 말고 연습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 조용형은 “(주고받는 얘기 속에) 왠지 모를 힘이 생겼다”고 했다.

킥오프 직전엔 왼쪽 풀백 이영표가 앞선의 박지성을 불러 잠시 말을 나눴다. 박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표는 “지성이가 마주하는 선수(세이타리디스)가 오른발을 주로 사용한다. 오른발을 사용하는 선수는 바깥쪽으로만 패스하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는 조직의 힘을 끌어올린다. 세이타리디스는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꽁꽁 묶였다.

중앙수비수 조용형은 이름처럼 조용한 선수였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며 조용형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조용형은 “평소 말수가 적은데 내 생각에는 꽤 많이 떠들었다”며 웃었다. 수비수 이정수도 평소와 달리 소리를 높였다. 서로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소통이었다. 차두리는 “경기 중 용형이와 계속 대화하면서 위치를 잡았다. 공간을 커버하는 것에 집중했다. 내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미드필더인) 청용이가 내 자리로 내려왔고, 내가 앞으로 나가면 중앙에 있는 성용이나 정우가 와서 뒷공간을 메워주는 식으로 움직였다”고 했다. 그리스가 자랑하는 장신 공격수들은 맥을 못 추었다. 적극적인 소통은 무실점의 결과를 낳았다.

경기 후에도 소통은 계속됐다. 이영표는 라커룸에서 후배 수비수들과 함께 보완점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스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의 증거다.

허정무 감독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하자, 정해성 코치는 “이 기세로 아르헨티나와도 한번 붙어보자”고 외쳤다.

정 코치가 “한국!”을 외쳤고, 선수들은 더 우렁찬 목소리로 “아자! 아자! 아자!”를 외쳤다. 첫 경기 승리후 선수들은 다시 또 하나로 뭉쳤다. 아르헨티나를 꺾을 비책은 ‘협력수비’. 소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유럽의 강호와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운 태극전사의 유쾌한 도전은 첫 발걸음부터 성공적이었다. 소통은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를 넘어 16강에 오를 희망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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