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고민중인 분이라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저는 통합파와 독자파가 가지고 있는 믿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써, 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지금, 제가 내린 결론은 두 노선이 서로에게 망할꺼라고 논리 정연하게 얘기한 것들이 모두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또 제가 내린 결론은 두 노선이 각자 자기가 잘 될꺼라고 말한 얘기들은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방법론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고로 제가 진단한 진보신당의 상황은 '불확실성'입니다. 독자파가 10년 고생하면 잘 될 수 있다는 것도 불확실하고, 통합파가 통합하면 민중운동이 잘 될거라고 하는 것도 불확실합니다. 독자파가 제2사회당이 될 수도 있을꺼 같고, 통합파가 통합당에서 연립정부노선에 산산분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믿음이 부족한거 같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고 비교를 해보는데도 도저히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장점이 보이면 또 단점이 보이고, 확신이 들면 이어서 불신이 따라옵니다. 도저히 양자 비교, 택일하는 방식으로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 결론입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방식을 생각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데, 그 선택지에 대한 판단이 불확실할 때, 또한 그 선택에 뒤따른 영향을 전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일 때, 어떤 선택 전략을 가져야 하는가. 저는 역으로 위험을 제거하는 방식의 선택을 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것을 '최대위험회피'전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통합파와 독자파의 이상적인 얘기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누가누가 더 멋진 그림을 그리느냐고 선택을 하지 않고, 어떤 선택이 위험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해보고 최대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해보자는 겁니다.
그 결과, 통합안을 부결 시켰을 경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부결 시 당 이탈 규모와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고, 민노총 등 대중조직으로부터의 고립, 언론으로부터의 비난은 우리가 통제해 낼 수 없는 큰 위험이고 그 후폭풍도 예상할 수 없다는 점. 이탈 세력과 민노당의 통합당이 진보정당 주도권을 획득하면서 진보양당의 붕괴 및 진보정치의 변방화(즉 제2사회당), 그리고 이후 고립에 의한 고사.
통합안 가결 역시도 위험이 존재하지만, 저는 그것이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참여당 합당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고, 차후의 시도 역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됨(합당 반대세력 조직화 및 탈당 등). 연립정부노선은 위험이라고 생각하진 않고, 이를 전선으로 정치세력 재편이 다시 일어나게되는 계기. 그리고 저는 통합안 가결으로 인한 이탈 세력은 적을 것이라고 봅니다.
퉁합안 부결 시에 우리가 가지게 될 위험은 주로 외부로 인한 것으로서 통제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인 조건으로서 주어지게 되는 것인데, 우리의 역량과 의지로 극복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반면에 통합안 가결 시에 야기될 위험은 실패할 수 있을지언정 대처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통합안 가결이 통합안 부결보다 당 이탈을 막는다는 점도 위험을 줄이는 한 요인이구요. 또한 통합안 가결 이후에 통합당 내 정치세력 재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주도권을 쥘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안전하다고 판단됩니다.
저는 통합안 가결하는 것이 그것이 옳은 것이냐와 별개로 일단 우리에게 '가장 덜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옳은 방법이 아닌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거 같습니다. 비전과 이상을 제시하고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 정치 운동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독자파와 통합파 스스로도 자기 주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를 뿐더라, 책임도 지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의 재구성은 바라지도 않구요, 최대한 덜 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