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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폭염이 교차하는 1박2일이었다.

 

희망의 버스가 부산역에 도착하자 비는 퍼붓듯이 내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은 그 비를 함께 맞으며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부산의 명물이라는 영도다리가 흔들거릴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러나 시민들의 행렬은 한진중공업을 얼마 앞두고 경찰병력 앞에 멈추어야 했다. 시민들이 몸으로 경찰을 밀어내려 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벽을 앞세운 경찰은 체루액을 뿌리며 시민들을 연행하였다. 한밤의 공방이 끝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을 때 저멀리 '한진중공업'이라 쓰인 크레인이 보였다. 저기 어디쯤에 김진숙과 해고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다.

 

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정리해고 사건에 이처럼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경우가 또 어디 있을까? 거기모인 사람들 중에는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 주부, 학생, 장애인, 동성애자 등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분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85호 크레인에서 18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하는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안타까움,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 등이 아니었을까? 자본은 흑자를 내면서도 공장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정리해고를 하고,  주주들에게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사장은 국회의 출석요구도 무시하고 해외 출장을 이유로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작업복이 땀에 쩔어 소금꽃이 필 정도로 힘들게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내려앉게 된 기막힌 현실 앞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이다.

 

자본은 노동력마저도 원자재처럼 마음대로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노동의 문제를 시장에 내버려두고 국가는  가능하면 간섭하지 말자는 것이 신자유주의이다.  그러나 그 노동력이란 하나같이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이다. 임금을 받지 못하면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다. 정의로운 국가는 노동자들이 노동의 존엄을 인정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하고 기업이 함부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부당한 해고를 남발하는 기업주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하지 못하니 노동자들의 고통은 그칠 날이 없다.

 

폭염이 내리쬐는 다음날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은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진숙도 만나지 못하였고, 해고된 노동자들도 만날 수 없었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에게 종이 엽서를 나눠주었다. 그 엽서에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직접 접었다는 조그만한 종이배가 붙어 있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만든 그 어떤 배보다  견고하고 아름다운 종이배였다. 그 작은 종이배는 우리들의 희망과 연대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한자 한자 정성스레 김진숙에게 보내는 엽서를 썼다. "연대의 힘이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모두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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