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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수 겸 작곡가 해리 차핀은 기타를 ‘여섯 줄의 오케스트라’라고 노래했다. 그처럼 코드와 멜로디, 리듬 연주가 모두 가능한 기타는 피아노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악기이다. 나는 열여섯의 겨울방학에 동네 교습소에서 통기타를 배웠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곡을 연주한 노래는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는데, 수예점 아가씨와 연애중이었던 선생님은 후렴구를 꼭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사랑’이라고 바꿔 불렀다. 개학을 하면서 흐지부지 끝나버린 강습은 손끝에 박인 굳은살이 풀릴 때쯤 까마득한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품 안에서 공명하던 소박하지만 신비로운 악기의 감각은 여전히 또렷하다.

하지만 나는 그 아름다운 선율 뒤에 천식과 난청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장인 정신으로 기타의 몸통을 사포질하고 자개 문양을 새겨 넣고 유약을 발라 닦은 뒤 줄을 조율해 완성하며 기쁨을 느끼던 노동자들이, 천막농성부터 점거농성, 삭발, 송전탑 고공농성, 그리고 분신에 이르기까지 필사적인 방법으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얼마 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홍익대 앞 라이브카페 ‘빵’에서 열리는 ‘콜트콜텍 수요문화제’에 이야기손님으로 초대되어 다녀왔다. 전자기타를 만드는 콜트와 통기타를 만드는 콜텍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가수와 작가들이 여는 작은 콘서트였다. 기실 나는 노래방에서나 겨우 꿈적꿈적 가무의 본능을 충족하는 촌스러운 세대인지라, 인디음악은 물론 클럽 문화에 익숙지 않다. 잘 모르니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니 턱없는 오해를 할 수밖에 없다. 개성 강한 인디밴드들이 어떻게 노동자들과 ‘연대’하는가? 약간의 긴장과 호기심을 품은 채 지하 카페의 방음문을 열었다.

그곳에 말로만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분신투쟁의 상흔을 치유중인 이동호씨, 1인시위 도중 돌진해온 회사차에 치여 상해를 입었던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 학교급식 보조일과 목욕탕·영화관 청소일을 해서 번 쌈짓돈을 털어 독일과 일본과 미국에서 열리는 악기쇼에 4차례나 원정투쟁을 다녀온 해고노동자들이 바로 거기 있었다. 무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방종운씨는 크고 깊은 눈에 고운 마음결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현장에 돌아가는 걸 상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갑자기 울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공장에 불이 난 거예요. 얼마나 놀라고 다급했는지 사장에게 달려갔어요. 우리 공장에 불이 났다고, 다 타버리기 전에 빨리 꺼야 한다고….”

세계 기타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회사를 경영하며 한국에서 120위 안에 드는 큰 부자가 된 사장에게, 위장폐업을 하고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넘긴 그에게, 고등법원에서 정리해고가 불법하다는 판결까지 내렸는데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신세를 ‘조졌다’며 완벽하게 외면하는 그 인물에게 그는 매달려 호소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며 총장 파면 사태를 경험했던 학생 가수 이랑이, 오전에 수요집회에서 군대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고 돌아온 가수 김철연이 함께 눈물짓는다. 예술과 노동이 얽히고설켜 분노와 희망의 난장을 벌인다. 놀이판에는 세대와 경험의 간극이 없다. 노동을 사랑하는 사람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청춘을 바쳐 부르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뜨거운 사랑 노래가 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노골적으로 광고하겠다. 다음 카페 ‘산들바람’(cafe.daum.net/sntj1)을 검색하면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만들어 파는 유기농 된장과 고추장, 친환경 수세미를 살 수 있다. 그것이 일터를 빼앗긴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는 밑천이다. 시식해보니 매실고추장은 의지만큼 맵싸하고 전통된장은 의리만큼 구수하다. 많이 많이 주문해 드시길 바란다.

김별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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