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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한미 FTA'를 반대하는가?
[문화칼럼] 김정화 / 가천대 겸임교수 · 문학평론가


22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 140명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가운데 경찰이 국회 본청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그녀들의 외침

11월 12일, 미국 거주 한인여성 사이트, 미씨USA와 미즈빌 회원들이 '한미 FTA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서명자는 총 493명에 달했다. 이들은 "몸은 타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늘 조국을 향해 있는 그들의 절절한 외침에 부디 귀를 기울여 달라"고 외쳤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채택하려는 우리에게 호소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사태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 실험은 많은 부작용과 문제가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하여 공공서비스는 갈수록 후퇴하고 소득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서민을 위한 오바마 정부의 개혁정책은 공화당 쪽 태클에 직면하여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미 행정부의 다급함이 일종의 돌파구로 한미 FTA 조기타결을 그토록 요구한 건 아닌지 똑똑히 살펴야 한다고 말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 교포들의 외침을 접하고, 막상 우리들은 얼마나 한미 FTA에 대해 알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한미 FTA의 중차대함에 비추어볼 때 식자층들조차 이 법안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주변에서도 한미 FTA가 이런 방식으로 기습 처리될 줄 모르고 있다가, 허겁지겁 우리에게 돌아올 이해득실과 독소조항들에 대해 다시 확인해보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한미 FTA 협상과 처리를 오랫동안 끌어오면서 막상 대다수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언론들도 거의 정치적 정쟁의 대상물인 것처럼 다룬 느낌이 없지 않다.

보수신문들마저 우려하는 용어도 참 어렵고 생소한 조항들

보수신문들마저 우려하는, 용어 표현도 참으로 어렵고 생소한 서너 개 독소조항들을 확인해 본다.

1.래칫(ratchet)조항 - '톱니바퀴의 역진방지장치'로 불리는 레칫이란 낚시할 때 쓰는 미늘 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즉,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다.

2.네거티브 리스트 (Negative List) - 보통 국가 간 조약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포지티브방식-Positive)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 적시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아직 생겨나지 않은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시장도 무조건 모두 군말 없이 개방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3.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 (Future MFN Treatment) - 향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FTA협정에서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 FTA에 소급 적용하는 조항이다. 이를테면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우위인 콩이나 보리를 개방했을 때, 본디 한미 FTA에는 없었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 개방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4.투자자 - 국가 제소권 (ISD) -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조항이다. 한국에 투자한 미국 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과 초국적 기업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의 다른 별칭 가운데 하나가 '소송의 나라'이지 않은가.

에구구. 역시 어떤 분 말마따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보다 15배나 큰 미국 사람들의 참으로 미국스러운 발상들이다.

문화·복지 분야 변화는?

자동차, 전자 분야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개인적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역시 문화 분야이다. 미국 채널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미국 프로그램 TV시청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다. 국산 의무방송비율이 영화는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제약업계이다. 복제약품 생산이 금지되어 의약품 가격이 오를 것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계층은 저소득층과 노년층이다.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의 묘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안 그래도 소득 양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양극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공복지 서비스 분야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고 의료민영화마저 고개를 들 것이다.

중상 이상 경제력을 가진 주부들은 자녀들에게 입힐 7만 원이 넘는 토미힐피거 티셔츠와 캘빈클라인 스키니진을 1만 원 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4천만 원 안팎의 포드 토러스 승용차도 300만 원 정도 내린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 주부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맛난 미국산 체리도 좀더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비행태는 평범한 수입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 촉발되어 전세계 수백 개 도시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1% 대 99%' 데모 사태를 보면 한미 FTA가 더욱 찜찜한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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