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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거부선언

 

 

우리는 대학입시를 거부한다. 오늘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 수십 만 명이 대학수학능력평가, 수능시험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그 시험은 대학에서 배울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시험이 아니라 수십만명을 점수로 등급으로 줄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걸. 대학입시경쟁은 남의 꿈을 밟고 올라가는 전쟁이라는 걸. 우리의 삶에 가격을 매기는 상품화의 과정이라는 걸. 이 경쟁에 미친 입시위주 교육과 불안정한 모두의 삶을 무시한 채 폭주하는 사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우리는 대학입시라는 단단한 제도에 시비를 건다. 조용히 경쟁에서 지쳐 떨어지는 대신, 경쟁에 뛰어들어 남을 짓밟고 뜀박질 하는 대신, 사회가 붙여준 루저라는 딱지를 버리고 스스로 거부자의 길을 택한다.

 

우리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부추기는 사회에게 묻는다. 어째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배움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해야 하고 주어지는 정답만을 외워야 하는지. 서로를 도우며 즐겁게 공부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을 견뎌내야만 하는지. 대학은 왜 선택이 아닌 의무처럼 강요되고, 다양한 삶의 길이 아닌 "명문대"에 가는 것만이 성공이라 하는지. 왜 대학만이 독점적으로 ‘학력’, ‘자격’, ‘지식’을 판매하고, 대학 밖에서는 다른 배움의 길을 찾기 어려운지. 정부와 사회는 왜 교육을 책임지지 않고 우리 개개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떠넘기는지. 점점 가혹하게 자신을 채찍질해도 우리의 삶의 조건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늘의 불행을 저축해도 내일의 행복이 오진 않을 것 같고, 불안과 경쟁만이 이어진다. 도대체 누가 우리에게 이런 불안하고 불행한 삶을 강요하는가.

 

우리는 대학입시를 거부한다. 우리의 거부는 그저 대학을 안 가겠다는 선택이 아니다. 지금의 입시가, 대학이, 교육이, 그리고 사회가 잘못되었음을, 온몸으로 외치는 것이다. 일단 그래도 대학은 가고 보라는 유예의 주문에 맞서, 지금 여기서 바꾸자고 말하는 것이다. 더 이상 교육에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혀만 차지 말고, 지금부터 같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손을 내미는 몸짓이다. 우리는 낙오자라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거부가 낙오가 아니라 온전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기에, 우리는 거부라는 길을 택한다. 잘못된 쪽은 우리가 아니다. 획일적인 경쟁에서 밀려난 누군가는 불행해져야만 하고, 그래서 모두가 불안과 불행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이 사회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배우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제는 이 교육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이 우리의 보편적 권리로서 존재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기를 원한다. 대학 밖에서도 다양한 배움의 길, 삶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원한다. 무한경쟁교육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교육을 원한다. 학력이 학벌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으며 학교가 서열화되지 않은 사회, 우리를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 우리의 모습 그대로 보는 사회를 원한다. 불안과 두려움에 쫓겨 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 사회가 모든 이들의 최소한의 생존, 사람다운 삶,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를 요구한다.

 

우리에게 수능만을, 순응만을 요구하는 교육, 남을 밟는 것 외에 살 길은 없다고 말하는 이 사회. 이것들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우리의 오늘이 너무 아깝기에. 학력과 학벌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에 갇혀있기에는 우리들의 배움이 너무 소중하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선언한다. 여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노라고. 자유로운 배움을 위해, 존엄하고 안정된 인간적인 삶을 위해, 유예되지 않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행동하겠다. 살아가겠다.

 


2011년 11월 10일
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


고예솔 김민성 김재홍 김해솔 문동혁 민다영 박제헌
양현아 이찬우 이현지 임준혁 장주성 전경현 정열음
조만성 최경수 최난희 한소영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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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거부선언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입니다”

 

여기, 대학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대학중심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인생이 무너질 거라고들 하고,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재촉을 받습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고 있는지 없는지 헷갈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을 그만둔 사람들입니다. 입시에 찌들어 살던 10대를 보내던 시절에 듣곤 했던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행복해질 거야”라는 이야기는 그저 말 뿐.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끝없는 레이스에 진입했다는 느낌만 강해졌습니다.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수백만원의 등록금 고지서에 숨이 막혔습니다. 대학 안에도 선후배 사이의, 교수 학생 사이의 권위주의와 수직적 문화가 우리를 괴롭게 했습니다. 학생들은 입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성적에 따라 대학에 왔고, 수강신청을 하지만 나의 진정한 자유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학문의 다양성과 자유는 줄어들어갔습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졸업장을 얻기 위해 학점을 관리하고 경쟁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명문대’라는 한 길만을 강요하는 교육, 수능과 입시라는 거대한 서열화의 장, 대학으로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대학중심사회, 학벌사회의 폭력을 거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입니다. 돈 때문에 성적 때문에 대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대학에 가는 이유를 찾지 못해 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남들 다 간다는 대학에 가지 않고 스무 살이 되는 순간, 그래도 괜찮다는 우리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이 사회는 우리를 ‘괜찮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해 버렸습니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우리는 많은 것을 겪을 것입니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훌쩍 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차별은 너무나 많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나를 구하려고 해도 학력을 묻고, 주변의 사람들은 출신 대학을 학번을 따져 묻습니다. 남자라면 대학을 이유로 군대를 좀 미뤄보거나 고민해볼 새도 없이 열아홉, 스무 살에 바로 군대에 끌려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합니다. 한편, 사람들은 자꾸 재촉하기만 합니다. 너희가 대학을 가지 않았으니, 그만큼 뭔가 남다른 성과를 내놓아보라고.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거나 해보려 할 때 사회는 그것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도와주기는커녕 따져 묻고 재촉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대학을 그만두거나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은 더 좋은 삶, 나중이 아닌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의 길을 찾아보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 것이지 배움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 거부가 우리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대학 밖에서의 배움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대학만이 유일한 배움의 길로 주어져 있습니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애써 찾아서 배우는 그 과정 뿐 아니라,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견디기 힘듭니다. 앞으로 우리가 감수해야 할 차별과 불이익은 우리를 더욱 막막하게 합니다. 대학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사회는 차별과 배제의 이빨을 들이댑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따라오는 '대학중심주의'에 치를 떨면서도,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대학을 거부하고자 합니다. 이 사회에서는 이렇게들 말합니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고. 그러니 너희 모두 지금의 삶은 잠시 유예해야 한다고. 결국 우리는 대학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이 되도록 떠밀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줄 알고, 대학을 못 가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줄 알고 반강제적으로 의무적으로 대학에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결국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현재를 유예해야 하고, 불안과 좌절감에 자신을 더욱 '스펙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결국 우리 중 다수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취업을 위한 또 다른 유예나 '88만원세대'의 삶이라는 것을. 또 우리는 압니다. 그 레이스에 서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오자, 패배자, 루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부당한지를. 그런 현실은 자살율 세계 1위의 대한민국, 20대 사망원인 중 절반 정도가 자살이라는, 끔찍한 통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랍니다. 대학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 우리가 대학을 진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하루하루 피 마르는 경쟁교육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꽃 피울 수 있는 교육을. 학력과 학벌이 행복의 척도가 되는 지금의 잘못된 기준이 사라진 사회를. 스펙을 위한 곳이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학문의 전당이 된 대학을.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더 많은 교양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을. 학벌․학력이 어떻든 차별 받지 않고 정당하고 충분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회를.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모든 사람들이 행복이 유예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 오늘이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리하여 대학에 가는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는 열아홉 청소년들의 <대학입시거부선언>과 함께 "20대의 대학거부"를 선언합니다. 우리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의 요구와 목소리를 함께할 것입니다. 지금의 사회와 대학,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이 거부와 선언과 행동이 지금의 대학과 사회를,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1년 11월 1일

강현, 경성수, 고다현, 공현, 그링, 김서린, 김슷캇, 김지훈, 김희영, 난다, 박고형준, 박유리, 박주희, 시원한 형, 아즈, 어쓰, 엠건, 윤티, 은총, 이나래, 이승환, 이정은, 이해인, 임준혁, 정도(김자니), 정한얼. 지혜, 채유리, 형우, 호야 (가나다 순, 총 3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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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거부선언 지지 공동 논평]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꾸려는 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의 몸짓을 적극 지지한다

 

11월 10일,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치러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가슴을 졸이며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부디 시험 결과 때문에 목숨을 잃고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기를 기원해보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교육체제에서는 ‘입시 패배자’, ‘입시 낙오자’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말이다. 수능은 예년처럼 치러졌지만, 올 11월은 조금 특별했다. "대학입시거부", "대학거부"를 선언하며 지금과 같은 교육체제, 사회체제를 바꾸라고 나선 청소년들과 20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능 날에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발표하면서 경쟁교육, 주입식교육, 입시와 취업이 목표가 된 교육, 대학서열화, 학력․학벌 차별, 불안정노동 등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대학입시에 매몰된 초중등교육의 현실은 많은 청소년들을 불행으로, 때로는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학교 붕괴는 지금의 학교 교육에 청소년들이 의미도 재미도 찾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한국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뜻이 아니라 대학이 선택이 아닌 반강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일 뿐이다. 대학교육 역시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기업 논리, 시장 논리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높은 교육비, 높은 청년 실업률, 불안정하고 열악한 여건의 비정규직 일자리 확산 등 우리의 교육과 노동은 공공성을 잃고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30대, 20대, 10대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소득격차,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한미 FTA 추진, 국립대 법인화와 같은 시장주의적 정책에만 골몰하고 있으며 사회안전망 구축, 인간 중심의 복지 확대에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지금의 사회 현실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 당사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 속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입시에, 대학에, 더 나은 스펙에 매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생존조차 쉽사리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함께 용기 낼 수 있는 동료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책에 빠지거나, 동료를 탓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입시 위주의 교육과 서열화 된 대학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대학거부/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의 등장은 필연적인 동시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대학을 가지 않거나, 그만둠으로써 온몸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몸짓은 2010년 3월 김예슬씨의 선언에서도 드러났고, 결국 올해에는 집단적인 대학입시거부선언, 대학거부선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몸짓을 외면해서도, 소홀히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입시거부선언/대학거부선언에 나선 이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이들의 몸짓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또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이들의 저항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과 같은 교육과 노동 등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정책 이상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시장주의적 정책들에 브레이크를 걸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경쟁교육 중단, 대학서열과 학력․학벌 차별을 혁파하기 위한 대학평준화 정책과 차별금지법 등의 제정,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 기본소득이나 공공주거 등 전면적인 복지 확대 추진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만이 성공할 수 있고 그 1%가 되기 위한 초인적 노력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99%, 100%의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 그것이 거부선언에 나선 이들의 요구이자 우리의 요구이며 시대의 요구이다.

 

 

2011년 11월 10일

 

원주어린이청소년인권센터 물방울,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인천미래노동센터,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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