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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말레이곰 보다 못한 현실 안타깝다”

지엠대우 광고판서 고공농성 두 비정규직 노동자

저체온·폐렴·동상 걸려 건강악화…“복직·정규직화”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 황성인씨가 17일 인천 부평에 있는 지엠대우 공장 정문 위 광고판에 올라가 ‘해고노동자의 복직과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다. 조소영 피디


인천시 부평구 지엠(GM)대우 공장의 정문 위 광고판에 오른 두 노동자의 발밑으로 거대한 컨테이너 차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컨테이너 옆면에는 신형 라세티의 사진이 ‘앱솔루트 스타일(absolute style)’ 따위의 문구와 함께 박혀 있었다. 삭풍은 매서웠고 상공의 노동자들은 피곤함에 찌든 얼굴이었다. 17일 지엠 대우 공장 응달에는 전날 밤 내린 눈이 아직 녹지않고 그대로 쌓여 있었다. 황호인(40)씨와 이준삼(33)씨가 “비정규노동자의 복직과 정규직화”를 외치며 광고판에 올라 농성을 시작한 지 이날로 17일째를 맞았다.







사람건강상태는 위험 수준이었다. “황씨는 저체온증에 폐렴 위험이 있고 이씨는 두 발이 중기 동상입니다. 말기가면 발가락 등이 괴사할 수 있습니다.” 신현창 지엠대우 비정규직지회장이 전날 의사가 검진한 결과를 알려줬다. 황씨는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2007년 9월 노조 결성을 이유로 정리해고된 뒤 3년 동안 끌어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올랐다”며 “회사가 ‘하청업체 노동자는 우리와 관계 없다’며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며 괴로워 했다. 그는 또 “이씨의 동상이 심각한데 경찰이 필요한 (의료)물품을 막고 있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날 오전 인권·법률단체들은 ‘지엠대우 비정규직사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정문 앞에서 열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은 “비정규직이 철탑에 오르지 않으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경비용역과 경찰의 탄압이 뒤따르는 것이 한국의 노동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또 “이들이 오른 광고판은 인도를 침범한 불법구조물임에도 자본의 불법은 두고, 노동자만 불법점거로 강경 대처한다”며 경찰 공권력의 이중잣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회견 뒤 참가자들은 방한화, 핫팩 등을 농성자가 내린 줄에 매달아 전달을 시도했다. 주변에는 각각 30여 명의 경찰과 경비용역들이 대기중이었다. 줄에 달린 물품이 오르기 시작하자 ‘물품검사관(부평경찰서)’이라는 완장을 찬 이를 비롯한 10여 명의 사복 경찰들이 제지에 나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공중의 방한화 한 켤레를 낚아채 빼앗았다가 시민단체 쪽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되돌려줬다. 신 지회장은 “지난 4일에는 물품을 올려주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 쪽에서 장대 끝에 낫을 달아 줄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 두 농성자의 머리 위로 눈발이 다시 날렸다. 황씨는 “탈출한 곰보다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농성”이라며 “현대차나 지엠대우 같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관심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농성자가 눈을 맞으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엠대우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농성자들의 대화 요구를 외면한 채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려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 권오성 기자 영상 조소영 피디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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