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꾸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올 해도 정직한 계절은 어김없이 각 종의 봄꽃을 피어 봄을 알립니다.
동백꽃이 지고나면 본격적으로 봄꽃의 상징인 목련을 시작으로 개나리, 진달래,
이름 모를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납니다,
그중에서도 요즘 절정으로 활짝 핀, 벚꽃 (사꾸라꽃)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합니다.
흔히들 사꾸라꽃은 일본 나라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일본은 나라꽃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일본 황실은 가을 국화(菊花)를 상징적으로 배치하고 일본여권과 동전정도에
문양을 넣는 정도로 쓰일 뿐이고 일반 국민들은 사꾸라꽃이 실질적으로
나라꽃과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일본의 사꾸라가 제주도 왕벗꽃나무의 종자라는 얘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바 있기에
그에 대한 설명은 접습니다.
일본인들의 사꾸라꽃에 대한 사랑은 지나칠 정도입니다.
사꾸라꽃에 관한 일본 가요(앵카)만도 삼백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또한 사꾸라꽃이 절정에 이르는 기간에는 각 기업마다 사꾸라꽃이 가장 활짝 핀
전망 좋은 곳에서 그해 신입사원 환영식 겸 꽃놀이를 하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치열해서
며칠 전부터 말단사원을 보내 자리확보에 전쟁을 치른다고 합니다.
사꾸라꽃이 피는 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불꽃처럼 확 피었다 사라지는 사꾸라꽃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가?
어떤 일본인은 ‘시작과 끝’이기때문 이라고 했답니다.
일본의 졸업과 입학, 기업의 입사는 물론, 전근, 퇴사도 다 이시기에 이루어 진다고합니다.
조금은 이해갈듯 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60년대 말 일본의 학생운동조직 ‘전공투’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무장투쟁을 주장하고 일부는 그 내용을 최후까지 실천하고자 했으며,
나중엔 그 유명한 적군파 비행기를 납치, 북한으로 망명을 하기도 합니다.
‘전공투’ 얘긴 다음기회 하기로 하고(작년에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당시 전공투 세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69’라는 자전적 에세이에도 나옵니다).
69년 전공투가 점거농성 하고 있던 동경대학 강당에서 그 유명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당시 <가면의 고백>, <금각사>등 탐미주의소설로 일본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미시마 유키오란 작가와 일천여명의 학생들과, 극좌와 극우의 격렬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유키오는 ‘천황의 존재인정’등을 주장하고 학생들은 제국주의 해체 등을 주장합니다.
뭐, 여기서 토론내용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구요,
미시마 유키오는 이듬해 추종자4명과 함께 자위대 본부에 들어가 ‘일본의 재무장’을
주장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천황폐하만세’삼창하고 사무라이식으로 칼로
자신의 배를 갈라 죽음을 택합니다. 그의 나이 46세!
미시마 유키오의 비극적인 죽음과 가미가제 특공대의 죽음이, 이러한 정신들이
일본인들이 그토록 사모하는 사꾸라꽃의 ‘핌’과 ‘짐’이 ‘화끈함’이
어느 정도 관통하는 게 아닐까요?
6,70년대 국내 정치에서는 다른 의미로서 ‘사꾸라’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변절, 배신, 권모술수 등에 능한 정치인을 일컬어 ‘사꾸라’라고 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기회주의, 가짜 등의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그 유명한 ‘사꾸라’논쟁의 중심에 당시 신민당총재를 잠깐 했던 이철승이 있었습니다.
그의 중도통합론에 맞서 ‘사꾸라’ 물러가라!고 거세게 항의하던
김영삼 계열 신민당원들의 모습 등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정치철새’란 말이 유행하지만 작금의 정치판을 보면서
여전히 ‘사꾸라’는 유효하고 표현이 적당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뒤로는 자본과 결탁하고 서민경제 어쩌구 하는 ‘사꾸라’
이당 저당 옮겨 다니며 공천 구걸하는 ‘사꾸라’
온갖 악법을 지들이 다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사꾸라’
노동자, 비정규직 어쩌구 하면서 그들만의 가면무도회장으로 떠난 ‘사꾸라’
아! 사꾸라! 사꾸라! 사꾸라!
때 마침, 여의도에 벚꽃 축제가 한창인 모양입니다.
이번 총선에 당선된 예비 국회의원들이 벚꽃이 만발한 여의도 길을 지나면서
자신은 ‘사꾸라’가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당원동지들 판단으로 손가락 꼽아 세어 보시기바랍니다.
(전 열손가락도 남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지금 여의도 윤중로에는, 아니 국회의사당에는
사꾸라꽃이 활짝 폈습니다!!!
시 한 구절 소개하면서 이만 접습니다.
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 나는 아팠다 / 견디기 위해 / 도취했다 //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
그 때 이미 다 알았다 /
황지우 시 <수은등 아래 벚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