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공의료 살리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한국 의료 공공성(pressbyple)

by 이근선 posted Jul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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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공의료 살리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한국 의료 공공성(pressbyple)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 edu@saesayon.org

 

[목 차]

 

1. 위기의 공공의료

2. 외국에는 없는 의료공공성의 개념

3. 시장화된 현실이 만들어낸 개념, 공공성

4. 의료체계의 본질적 목표는?

5. 공공‘기관’ 대신 공공‘역할’론으로 전환, 타당한가?

6. 왜 공공기관이 중요한가?

 

 

[요약문]

 

공공의료가 위기다. 한국 사회 공공의료는 매우 취약해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병상수 12%, 병원수 6%로 전체의료에서 1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최하위이며 민간의료기관의 상업화된 의료행위는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의심케 할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바뀌는 정부마다 공공의료 활성화를 약속해왔지만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공공의료는 더욱 위축되었다. 민간병원의 공급과잉 상태에서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고 이로 인해 경영적자가 심화되는 식으로 악순환을 끊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민간병원 활성화론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개혁집단내에서도 기관으로서의 공공보다는 기능으로서의 공공에 방점을 찍어왔다.

 

공공의료기관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없어도 의료 공공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의료의 공공성이 대체 무엇인가?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의 경우, 철저하게 민간영역(시장)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발전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들이 뒷전이 되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개념으로 ‘공공성’이 부각되었다. 지나친 시장화가 진전된 한국사회에서는 의료공공성 확보라는 시장질서 반대의 측면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한국 의료체계의 지배적 질서는 시장인가? 한국 의료공급의 시장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조금정책-물적 인센티브 방식이 타당한가?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 공공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는 표준진료를 선도해야 한다. 올바른 진단 및 치료기준과 적절한 진료비를 받아야 하고 상업적 진료를 지양해야한다. 의료연구와 교육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병원이 되어야 한다.

 

민간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공익적 사업이란 재정지원을 받아 일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 경우 한국사회 시장적 의료질서 극복은 불가능하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한국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큰 틀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가 가능한 수준의 개혁조치들은 공공영역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적극적 예산 배정과 거버넌스 구조 개편, 운영과 진료 형식의 변화를 통한 멋진 공공병원 만들기와 이러한 공공병원의 의료체계 지배력을 높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 의료 개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 위기의 공공의료

 

공공의료가 위기다. 한국 사회 공공의료는 매우 취약하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병상수 12%, 병원수 6%로 전체 의료에서 1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최하위이며 민간의료기관의 상업화된 의료행위는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의심케 할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바뀌는 정부마다 공공의료 활성화를 약속해왔지만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공공의료는 더욱 위축되었다. 이번 진주의료원문제에서 홍준표경남도지사의 입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낡은 공공병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저소득층 진료 등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민간병원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면 되지 않는가? 공공의료기관은 돈먹는 하마에 불과하다...등 공공의료기관 무용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진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 지역거점 공익의료기관 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문제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시설이 낡고 서비스가 취약해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수익면에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의료 질을 저하시키고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공공병원 재정이 부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사회 의료가 지나치게 시장중심이며 보다 공익적 성격을 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공공병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민간의료기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낡은 이미지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공공성을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많다. 민간병원의 공급과잉 상태에서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고 이로 인해 경영적자가 심화되는 식으로 악순환을 끊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민간병원 활성화론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개혁 세력내에서도 기관으로서의 공공보다는 기능으로서의 공공에 방점을 찍어왔다.

 

2. 외국에는 없는 의료공공성의 개념

 

공공의료란 좁은 의미에서는 공공부문에 의한 보건의료로 이해되나 넓은 의미에서는 공공성을 위한 보건의료를 의미한다.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보건의료란 서비스 공급주체를 기준으로 한 분류로 현행 공공보건의료법에 의거 “국가, 지자체, 공공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을 의미한다. 광의의 공공(public interest)을 위한 보건의료란 사적이익(private interest)에 대비,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서비스를 의미하며 공공보건의료법에 따르면 "국가, 지자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 계층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공공의료기관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없어도 의료 공공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의료의 공공성이 대체 무엇인가?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외국에는 의료공공성이란 개념자체가 없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시장영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통계에서 재원에서 공적자금과 소유구조에서 공공병원을 따로 규정하는 것 외에 의료공공성을 따로 다루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의료공공성의 개념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 한다면 보건의료체계의 목표, 성과지표, 의료 질 정도가 될 것이다. 보건의료체계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고 의료체계의 목표가 지나치게 공익과는 떨어져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했을까? 한국 의료체계가 지나치게 사적이익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병의원은 치료를 위한 공간이고,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서비스이며, 의료인은 소명의식에 기초한 전문가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병의원은 이윤을 내는 사기업(자영업)이며, 의료는 산업이고, 의료인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표자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하지 않다. 의료체계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목표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리고, 최소한의 의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다. 지나치게 시장화된 의료체계를 개혁하려는 노력에서 의료공공성의 개념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3. 시장화된 현실이 만들어낸 개념, 의료공공성

 

공공성이란 개념 역시 애매하다. 굳이 번역하자면 publicness나 publicity가 되겠지만 잘 쓰이지 않는 용어이며, 의미를 잘 표현해주지도 못한다. 한국사회에서 공공성개념이 유행하는 이유는 지나친 시장화의 폐혜를 막기 위한 대응논리 측면이 강하다. 글로벌 스텐다드, 선진화,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의 이름으로 포장된 전방위적인 신자유주의가 민영화, 노동시장 이중화,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응하는 측에서 시장실패와 공공역할 강화를 위해 공공성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시장실패, 정부(공공)역할 강화를 주장하기 위해 공공재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즉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공공재이고 시장실패는 주로 시장외 효과, 외부성에 의해 나타난다. 시장실패는 주로 개별 합리성과 집단 합리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회적 딜렘마와 그 상황이 구조화되어 집단행동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성, 공급측의 비배제성과 수요측의 비경합성을 가지는 상품으로 시장에서 공급될 수 없는 공공재 등이 이야기된다. 이런 시장실패 문제점들은 경제학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며 주류경제학은 시장이 이런 딜렘마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점점 더 명확히 드러나면서 엄격한 경제교과서적 의미의 공공재(공급측의 비배제성과 수요측의 비경합성을 가지는 상품으로 시장에서 공급될 수 없는 재화)만을 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협의의 시장실패 개념은 확장되고 있다. 시장실패는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영역이 오히려 협소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노동시장, 기업활동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시장보다는 다른 질서가 필요하는 주장이 그것으로 시장만능주의는 경제영역에서 먼저 부정되고 있다. 시장과는 다른 질서로 제안되는 것은 공공경제(정부주도), 사회경제(제 3의 영역) 등이 있고 북유럽, 대륙유럽, 미주지역 등 선진국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경제질서를 제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 보편복지, 공공성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결국 “현명한 정부(제도)의 합리적 개입과 질서”로 표현되는 시장외 질서(제도)를 뜻한다.

 

우리나라 의료의 시장적 성격은 매우 독특하다.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고착화된 미국, 영국보다 더 시장화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의료영역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공공재/공공성 개념이 의료개혁의 목표가 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사익추구에 대비할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공공성이라는 개념으로 의료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의료의 공익적 성격은 당연하며 건강수명연장, 형평성, 효율성의 달성, 의료질개선 등의 Health care Reform은 신자유주의 정부이건, 사민주의 정부이건 동일하게 추진한다. 미국은 심각한 예외이긴 하지만 소유와 기능 측면에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사적 이익확대/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 시장주의 의료의 대표라 불리는 미국마저도 공공병원이 35%, 비영리기관이 35%로 영리적 성격의 병원은 20%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철저하게 민간영역(시장)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발전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들이 뒷전이 되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개념으로 ‘공공성’이 부각되었다. 지나친 시장화가 진전된 한국사회에서는 의료공공성 확보라는 시장질서 반대의 측면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4. 의료체계의 본질적 목표, 의료공공성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한국사회에서 논의되는 의료공공성이란 “의료체계가 갖춰야할 본질적인 목표”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공공성/의료체계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건강수준의 달성, 형평성, 효율성의 추구이나 세부적 내용은 시대적, 상황적으로 달라진다. 근대 초기 의료공공성이 기본적인 위생문제의 해결이었다면 점차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늘리고 질을 담보하며, 표준적 진료모형을 구축하는 것으로 확장되어 지금은 건강수준의 형평성까지를 포함한다.

 

지역적으로도 달라진다. 미국 같이 의료 접근성이 취약하고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는 의료비를 절감하면서도 보편적 의료보장서비스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사회가 진전된 나라에서는 일차의료를 강화해 건강수준을 높이고 적정 의료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아프리카와 같이 전염병이 많고 의료기관이 태부족한 지역에서는 기본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사회 의료체계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가장 시급한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 예방과 건강증진 등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것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난다. 건강보험 영역에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사람들은 주로 저수가/저급여를 이야기한다. 구조적으로 저수가에서 출발한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료를 낮게 내는 대신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를 강제하게 되어 건강보험료+본인부담금+민간보험료의 3중 부담을 지게된다는 것이다. 이 논의는 건강보험료를 획기적으로 올려 보장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의료기관의 비급여 관행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위의 과제를 달성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매우 의미있는 분석이며 건강보험을 강화하여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통제기전을 확보하는 방식은 보장성 확대와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위의 주장은 한국 의료의 강력한 시장적 구조를 간과하고 있다. 한국 의료시스템은 지극히 시장화되어 있으며 민간영역의 수익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건강보험 수가구조를 통해 공급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한계는 결국 물적인센티브라는 경제적 수단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 물적 인센티브를 사용해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은 공공영역에 시장과 비슷한 질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해로운 외부성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피구세, 외부성을 거래비용을 없애면 개인끼리의 합리적 거래를 통해 사회적 합리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코즈 정리 등이 경제학에서 시장실패에 대응하는 해법이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물적 인센티브가 사회적 선호(사회규범, 협력의 동기)를 저하시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으로 반박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시간을 미룰 경우 벌금제를 도입했던 이스라엘 하이파 유치원에서 벌금제 도입 이후 시간은 더욱 늦어졌고 벌금제를 폐지한 이후에도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 규율이 사라졌기 때문에 질서회복이 되지 않았던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정의, 옳음, 도덕, 생명 등 시장에서 화폐로 전화되지 않는 가치(재화)들은 시장기제로 거래될 경우 왜곡되게 된다는 것이다.

 

질문하나..한국 의료체계의 지배적 질서는 시장인가? 한국 의료공급의 시장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조금정책-물적 인센티브 방식이 타당한가?

 

5. 공공‘기관’ 대신 공공‘역할’론으로 전환, 타당한가?

 

공공의료 강화가 정부 계획에서 빠져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시키는 데 필요한 공공 보건의료의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추락한 원인은 기존 정부의 정책이 철저히 민간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시장논리가 지배적인 미국에서 지적 훈련을 받았던 정부관계자들과 보건학자들은 한국 의료발전 계획의 중심에 민간을 두었고 모든 경제적 지원은 민간병원을 양적으로 늘리는 데 집중되었다. 외국 차관이나 의료관련 예산은 민간병상을 짓는데 투자되었고 공공병원과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는 뒷전이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야심차게 공공의료 30% 확충계획을 수립했으나 정책 아젠다에도 올라오지 못했다. 정권교체가 되었어도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 활성화라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공공성 확보는 정부 전체의 정국운영 기조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정책방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변화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공의료 강화는 수사적 언어에 불과할 뿐, 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부처의 입장은 지금까지의 기조와 전혀 차이가 없다. 특히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재정절감, 수익중심의 태토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더라도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에서 공공병원에 투자하는 것은 제일 하순위로 밀리고 있다. 여기에 민간부분의 반대는 더욱 완강하다. 의료계가 도시형 보건지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공의료의 확충이 민간 의료기관의 운영을 위협한다는 민간/공공의 경쟁구도 인식에 기인한다.

 

그 사이 공공의료확충을 목표로 했던 정부를 지나면서 오히려 목표가 선회된다. 공공의료활성화는 공공기관 확충에서 민간의 공익적 역할 강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대표적 사례가 보건소의 진료기능 폐지와 민간병원을 활용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 등 민간과 공공 경쟁구조를 없애고 민간을 중심으로 한국 의료체계를 개혁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소극적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에 국한하고 미충족의료와 저소득층 의료 등 소극적 공익사업 정도는 민간이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하지만 전체 진료건 수 중 보건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0.7% 수준, 진료비는 0.1% 수준에 불과하며 전체적으로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보건소를 이용하는 대상의 65%는 노인이며, 장애인, 기초수급권자 등 취약계층인 상황에서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기 때문에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폐지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없애게 된다. 또한 최근 시행에 들어간 개정 공공보건의료법을 통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병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을 하면서 기존 공공병원 지원에는 소극적인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이 발표한 '전국 지방의료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34개 지방의료원의 건강보험 입원환자와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연간 진료비 차액은 1,62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의료급여 입원환자 진료비 차액을 건강보험 환자 수준으로 보전해 줄 경우 지방의료원의 적자 규모는 기관당 평균 13억원 적자에서 6억원 정도 줄어들어 수가차액 보전만으로도 흑자 의료원은 5곳에서 11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렇듯 민간을 활용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자는 주장은 실질적으로는 공공기관을 축소시키는 역할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6. 왜 공공‘기관’이 중요한가?

 

공공기관을 늘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병상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2000년 전후로 단위 인구당 급성기 병상이 OECD 평균을 넘어섰으며,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지만 병상 증가세는 지속되어 09년에 이미 4만 병상 공급과잉 상태이다.(보건산업진흥원, 2011) 하지만 민간부분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병상은 한국 의료의 무한경쟁을 야기한 원인이다. 민간부분 병상 초과가 공공기관 확대를 반대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민간중심 병상확대가 갖는 문제점을 공공기관이 해결해야 한다.

 

일반 의원과 대형병원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구조는 수도권 대형병원 집중을 야기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병원에서 외래환자를 보고 의원에서 입원하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감기 등 경증질환을 대형병원에서 다루고, 의원에서 고가의 진단기기와 병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환자를 두고 무한경쟁이 벌어진다. 경쟁력있는 대형병원은 선진의료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전국의 환자를 끌어모으고 있으며 집중된 자본은 당연하게 대형병원 의료의 질을 올린다. 환자들은 몇 배에 달하는 진료비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에 가는 것이 질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이미 의료기관의 질서가 수익위주/시장기재로 재편된 것이다. 하지만 그 비용을 담당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전체 의료가 비싼 기기와 과도한 진료로 재편되어 불필요한 진료를 강제받게 되면?

 

여기에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시장의 합리적 조율자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취약계층 진료와 미충족의료 등 민간이 수행하지 못하는 영역에 국한해왔다. 이는 소극적 시장실패 보완의 수준으로 현 한국 사회 의료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의료전체가 시장화되고 있는 적극적 시장실패를 개혁해야 하며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체계의 적극적 역할자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표준진료를 선도해야 한다. 올바른 진단 및 치료기준과 적절한 진료비를 받아야 하고 상업적 진료를 지양해야한다. 의료연구와 교육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병원이 되어야 한다. 현재 대형병원을 비롯한 상업화된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비용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의료비는 폭증하고 있으며 의료비 부담으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수준높은 공공병원을 유지하는 비용과 상업적 의료기관 관리비용 + 상업적 의료관행으로 낭비되는 의료비 + 민간에서 제대로 치료되지 못해 악화되거나 미충족된 의료비를 비교할 때 수준높은 공공병원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재정이 훨씬 크다.

 

민간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공익적 사업이란 재정지원을 받아 일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 경우 한국사회 시장적 의료질서 극복은 불가능하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한국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큰 틀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가 가능한 수준의 개혁조치들은 공공영역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적극적 예산 배정과 거버넌스 구조 개편, 운영과 진료 형식의 변화를 통한 멋진 공공병원 만들기와 이러한 공공병원의 의료체계 지배력을 높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 의료 개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은경 / 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에서 사회정책 및 보건의료 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원문보기 : www.saesayon.org/agenda/bogoser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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