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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게시판에 글을 씁니다.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을 자제하는 이유는, 한국의 “좌파”라는 사람들, 논쟁을 지상과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실상은 논쟁에 매우 서툴러서 서로에 대한 의견 개진을 “공격과 방어”로 받아들이는 습관, 서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싸우기만 하는 습관에서 저 역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자칫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을 때, 이것이 혹여나 실제로 진보신당의 중심에서 열심히 노력해가고 있는 동지들의 노고에 피로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장기에서 훈수 두는 것 같은 것입니다. 장기를 둬 보신 분은 실제로 훈수를 둘 때 수가 더 잘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하는 것은 아니지요.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면 사건이 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잦은 훈수는 직접 두고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훈수 자주 두지 않으려고 글을 자주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싫어할 걸 알면서도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지요? 개인적인 의견에서 출발하는 글이니, 조금 자유롭게 서술하겠습니다. 제 논의의 출발점은 이것입니다. 조금 야한 제목으로 시작하겠습니다.

 

1. 주체사상파는 우익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주사파는 흔히 정치 세력을 분류할 때에는 “진보진영”으로, 사회에서는 “극좌”로 분류가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혹은 “좌”라는 언어에 대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좌”라고, “진보진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유시민은 진보진영인가요? 보수진영인가요? 잘 아시는 분은 저에게도 알려 주십시오. 순전히 “제”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예전 사회주의 경제체제로까지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겠군요. 소련이 있던 시절, 좌와 우의 구분에 대한 키워드는 두 가지 정도 되었습니다. “계획경제”와 “노동가치론”.

 

계획경제. 구 소련이 침을 튀겨가면서 자본주의의 공황을 넘어서는 사회주의 체제의 핵심으로 선전하던 계획경제에 대해서 맑스 저작을 아무리 찾아 보아도 언급이 없어서 참으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계획 경제의 최초의 모델은 전혀 사회주의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국가의 경제에 대한 개입이 커지는 것을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은 매우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가진 것 없이 혁명에 덜컥 성공해 버린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은 시장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한 맑스의 저작에서 찾을 수 없었던 “보이는 손”을 찾아헤매다 전시 독일의 체제에서 대안을 찾아 나갔습니다. 그것이 사회주의 체제의 핵심인 계획 경제의 전신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구소련에서 계획 경제는 성공했을까요? 이후 연이은 5개년 계획들 속에 소련 정부는 이를 계속 성공적인 것으로 선언하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경제 상황은 별로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잠깐, 5개년 계획이라니. 이걸 매우 잘 했던 국가와 지도자 한 명이 기억나지는 않으신가요? 바로 한국의 박정희입니다. 국가가 주도해서 인간에게 초과 노동을 달성하게 함으로써 경제를 발전시킨 것이 바로 계획경제의 요체입니다. 왜 소련에서는 실패하고 한국에서는 성공했을까요? 소련에서도 노동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그 강제력이 자본주의 사회의 임금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해고”만큼 강력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쨌거나, “계획”의 신화는 전혀 “좌”와는 “진보”와는 상관없는, 오히려 역사적으로 박정희가 가장 성공한 축에 드는 경제발전 방식이었습니다.

 

노동가치론. 계획경제에 대한 비판이 이후 잘 이루어진 것에 비해서 노동가치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평가가 없습니다. 구닥다리같은 맑스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맑스주의 경제학은 흔히 ‘노동가치론’ 등의 표제를 달고 발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맑스가 주장한 것이 과연 노동가치론의 타당함일까요? 노동가치론의 최초의 주창자는 맑스가 아닙니다. 고전경제학파, 스미스, 리카도 등이 이미 노동가치론을 전개해 왔고, 리카도에 와서는 이미 노동가치론은 맑스가 중간중간에 비판하고 있는 몇 부분(이런 부분을 은폐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를 정당한 것으로 만드는)을 제외하고는 완성된 형태를 띠게 됩니다. 맑스가 주장한 것은 노동가치론의 정당함이 아니고, 그저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가치론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상태를 지양하려고 했습니다. 맑스는 노동가치론을 가장 엄밀하게 “밝혀낸” ― 발명한 것이 아니고, 사회가 이미 굴러가고 있는 원리를 밝혀낸 ― 사람인 동시에, 그에 대한 가장 격렬한 비판자였던 것입니다. 노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따위의 노동의 인간학은 사실은 부르주아들이 만들어낸 말이지, 맑스주의 본연의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계가 있기에, 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보의 요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진보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북조선 “사회주의”와 결부되어 있기에 주사파를 진보진영, 혹은 “좌”로 분류하는 운동 사회의 오래된 관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회주의의 실체를 밝혀보고자 한 것입니다. 북한은 위 두 가지 톱니바퀴, 즉 계획경제와 노동가치론을 여전히 경제 요체로 남아있는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그런데, 그 체제를 가장 잘 실현한 것은 역설적으로 주체사상파의 극악무도한 적 중의 하나인 박정희입니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공으로 유명하고, 새마을운동 등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추켜세우면서 그 노동의 성과를 노동자가 아닌 국가로 차곡차곡 쌓아나갔던 이가 박정희입니다. 개인에 대한 극악한 통제를 실현함으로써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서 그 맥시멈을 착취해냈던 이가 박정희입니다. 즉, 북한의 경제체제는 오래된 “사회주의”라는 껍데기를 벗겨내면 오히려 인간의 해방에 방해가 되는 체제, 구체제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권력 승계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공화국이 아니라 “왕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70년대 대한민국 본따기,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일제 강점기보다 더 이전의 정치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현재의 체제를 지양해 나가는 것을 진보라고 한다면, 북한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현재의 체제를 옹호하는 보수보다 한 수 더 떠서 그 이전의 체제로의 복귀를 꾀하는 과거회귀형에 가깝습니다.

 

다시 돌아갑시다. 사회주의를 구성하던 핵심적인 요체들이 부정된 이후, 남아있는 교훈을 통해서 진보의 가장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은 개인의 노동의 성과가 부당하게 착취당하는(기업으로부터든, 국가로부터든) 것을 막아내고, 노동 해방의 의미를 “노동자 계급의 해방” 뿐 아니라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으로까지 찾아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가의 이익에 개인의 이익을 복속시키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진보”가 아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익”을 내세우면서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기 때문입니다. “국익”을 위해 “한미 FTA"를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즉, 눈에 보이는 진보의 가장 큰 적은 “국가주의”와 “성장주의”입니다. 그리고, 그 국가주의와 성장주의, 그리고 퇴행적인 군사주의까지 모조리 국가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국가가 북한입니다. 한쪽은 박정희를 지지하고, 한쪽은 김일성을 지지해서 서로 싸우는데, 사실 박정희와 김일성은 (적어도 해방 후에는) 다른 이데올로기로 같은 길을 걸으며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체사상파는 어떤 정치적 언어를 구사하건, 진보가 아니라 “우익”입니다. (아마도 논란이 있겠지요)

 

2. 통합진보정당을 바라보며

 

이런 인식 하에서 통합진보정당이란 군소정당들이 이념과 상관없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뭉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기 위한(국회의원 몇 명을 내는게 정치적 이익은 아니겠죠. 잃을 것은 한 정당의 정체성인데, 이것이 국회의원 몇 명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요?) 구체적인 경로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뭉치면 뭔가 더 잘 되지 않을까에 걸기에는 진보신당이라는 조직은 사실 한국 사회를 앞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꽤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협상 과정에서 이만큼 접어주고 들어간 동거가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이정희 대표님이 생각보다 협상력이 뛰어난 분이더군요. 마지막까지 하나도 내어주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다가, 진보신당이 목이 마를 즈음에 국참당과 눈빛을 스쳐가면서 진보신당이 다 내어주고 통합에 목 메도록 만들고 말았습니다. 마치, 시장에서 가격 깎으려고 협상하다가 잘 안 깎아주니까 “그럼 나 가요~” 하는 것처럼요. 진보신당은 팽팽하게 가격 협상하다가 간다는 말에 냉큼 다 깎아준 가게 주인 꼴입니다. 예전에 노무현이 죽었을 때 친구가 썼던 글이 생각이 납니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노무현이라는 리더가 있는 그들은 부러웠다”. 그 글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6ㆍ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

화제의 바로 그 문구입니다. 6ㆍ15 정신에 따라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데, 615 남북공동선언이야말로 통일이 물신화되어있는 한국 사회에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끝까지 밀어준 이데올로기적 원동력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갑자기 615 정신에 따라야 한다는 합의를 보았습니다. 게다가 거기에서 얻은 것은 북의 권력 승계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도 아니고,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제 통합진보정당 게시판에 북한 욕해도 ”해당행위“ 소리는 안 들어도 된다는 뜻인가요?

 

통합진보정당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복지? 진보가 복지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복지에 해당되는 많은 것들은 군사독재 시절에 노동력을 “굶겨 죽이지 않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들을 계승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의 역사는 독일 비스마르크 정권으로부터,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면 복지가 후퇴할까요? 제 생각에는 매우 영리하게 통합진보정당이 하는 것보다는 내줄 것과 가질 것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선전해가며 더 가시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반전? 반공 선전물의 문구들을 그대로 믿지 않더라도, 저런 경제적 궁핍에서 내세울 게 군사력밖에 없는 사람들과 전쟁에 대해 단호하게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환경? 여성? 여기에 대한 주체사상파의 무지와 오만은 지긋지긋하게 겪지 않았습니까? 정주영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또 소떼 몰고 북한이라는 새 시장을 착취하러 가면 얼씨구나 하면서 민족 자본가 특혜를 법제화하겠다고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3. 내가 진보신당에 바란 것

 

진보신당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도 못한 제가 너무 많은 말을 떠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에 진보신당에 입당했을 때의 생각을 해 봅니다. 많은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주기적인 후원이라도 하면서 이 새로운 운동을 한 번 지켜보고 싶었던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 때 진보신당에 바란 것은, 국회의원을 순풍순풍 낳는 것도 아니었고, 권력을 접수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 새로운 의제를 계속 던지면서 한국 사회의 화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매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진보신당에게 바란 것은 단순합니다. 이 사람들이 버텨주기. 국가의 이익에 개인의 이익을 복속시키지 않고 경제의 성장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지 않는 정치, 인간이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받으며 점차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가는(노동시간을 줄여 나가는) 사회를 꿈꾸는 정치가 꾸준히 생존해 있기를 바랬습니다.

 

이런 얘기를 가끔 합니다. 세계가 바뀐 역사 가운데 프랑스 혁명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것은 1789년의 일, 그 다음의 격변의 시기는 1848년, 파리에서 자치 권력이 일어나서 저항했던 것은 1871년의 일입니다. 100년에 가까운 그 긴 시간 중 아무 일도 없이 그저 흘러갔던, 1789년 혁명의 주체들이 힘들게 명맥을 유지해 갔던 시간들이 그렇게 깁니다. 변화는 것은 주체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생각보다 매우 긴 시간을 요구하지만, 적어도 1789년에 일어났던 사람들이 자신의 명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1848년도, 1871년도 없었을 것입니다. 굳이 “혁명”의 역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변화가 가능한 조건이 되는 시기가 되었을 때 그것을 밀고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반드시 그 필요조건이 됩니다. 맞습니다. 제가 진보신당에 기대한 것은 무엇보다 지금의 모습으로 “버티기”입니다.

진보신당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 자리에서 버텨 나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 명성으로도, 그리고 가시적인 정치적 성과의 측면에서도 소외되어 있는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느낌이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저는,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의 진보대통합에 관해서, 적어도 한 번의 교훈을 얻은 역사가 있는 진보신당이 이 대통합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 저는 “정치적 조급함” 이외의 이유를 발견하고 있지 못합니다. 우익과 합작하여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당원이기보다는 애초의 창당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진보신당의 당원임이 더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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