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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노동자의 출정가(出征歌)
       [목요칼럼] 김정대 신부(천주교 예수회, 노동사목) 2010년02월18일

어느 노동자의 출정가(出征歌)

김정대 (신부, 천주교 예수회, 노동사목)

1월 초였을 거다. 내 휴대전화에 문자가 왔다. 그것도 두 통에 걸쳐 전달되었다. 내용은 올해도 열심히 투쟁하겠으니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과 더불어 미국으로 원정 투쟁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출정가이다. 전화번호가 내 휴대전화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발신자가 누구인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쉽게 콜트 노동조합의 방종운 지회장임을 알 수가 있었다. 며칠 여유를 두고 문자를 보냈으면 통화라도 해서 원정투쟁 비용으로 조금이라도 후원금을 보낼 수 있었겠지만 이미 늦었다.

콜트악기는 1970년대에 세워진 기타를 제조하는 업체로서 부평 4공단에 공장이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자회사를 설립해서 사업을 확장하였다. 대전에는 콜택이라는 다른 공장을 가지고 있다. 콜트는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생산할 정도로 견실한 악기 제조업체이다. 그런데 지난 2006년 단기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2007년부터 폐업을 하며 20년 가까이 혹은 20년 이상된 숙련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였다.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2008년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냈다.

이뿐만 아니다. 2009년에는 해고무효확인 행정소송에서도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상급법원에 판결을 신청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과의 성실한 대화를 거부한 상태이다. 이 노동자들의 복지투쟁은 이미 1100일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겨레21을 통해서 콜트 노동자들이 미국 원정투쟁에 대한 자세한 기사가 실렸다. 원정투쟁단은 미국 켈리포니아의 에너하임에서 열리는 악기쇼(1월 14-17일)에 간 것이다. 기타 시장의 30% 정도를 생산하는 콜트도 당연히 이곳에서 자신들이 생산한 악기의 우수성을 홍보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 생산할 주문을 받기도 한다. 콜트 노동자들은 작년에도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악기쇼에 가서 피켓팅을 하였다. 이들이 자신들과 무관해 보이는 악기쇼에 가서 원정투쟁을 한 이유는 부당해고와 관련한 콜트의 비윤리적인 기업 활동을 알려 좀 더 윤리적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윤리적인 기업은 당연히 부당해고를 철회하여야 한다.


지난해 7월 23일 새벽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있는
사측 관리자와 용역업체 직원들. <사진제공ㆍ콜트악기지회>

콜트 노동자들은 지난 해 원정투쟁과 달리 올해는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었던 것 같다. 우선은 톰 모렐로와 같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를 비롯한 많은 음악가들이 콜트 노동자를 지지하는 연대를 이끌어 냈다. 이들은 단지 부와 인기만을 좇는 음악가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악기가 정의롭지 못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에 경악했다. 그리고 콜트에서 정의와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연대하였던 것이다. 이 투쟁에 동행한 기자는 이들을 “인간의 본능을 처절하게 대변하는 음악”을 하는 음악가라고 한다. 그들은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도 없다!(No workers no music, no music no life!)"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는 정의롭고 아름다운 연대이다.

또 하나 실질적인 성과는 콜트의 최대 거래처인 펜더로 하여금 콜트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토록 한 것이다. 펜더는 미국 제1의 기타 브랜드로서 콜트에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콜트에 하청을 주는 최대 거래처이다. 미국은 소비자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사회이다. 펜더 역시 소비자들의 힘을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 톰 모렐로와 같은 음악가들은 펜더에 납품을 하는 콜트의 부당노동행위 이슈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펜더에 편지를 보냈다. 그를 비롯한 펜더 악기를 연주하는 다른 음악가들이 펜더를 사지 말자고 한다면 펜더는 적잖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펜더가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은 자신의 기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리고 펜더가 콜트에 부당해고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하청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콜트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펜더의 진상조사는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성과이다.

콜트 노동자들은 이처럼 원정투쟁을 통해서 국제적 연대를 이끌어 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국내적 연대활동에 대해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당해고를 당한지 거의 3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문제가 단지 회사와 노동자만의 문제라고 외면하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부당해고 문제는 단지 노동자와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이다. 기업은 단지 이윤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특히 인간화에 도움을 주는 것도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당해고를 자행하여 비인간적인 노동행위를 한 콜트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므로 콜트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과 사회 시민 단체,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일반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기간의 투쟁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가족들 사이의 갈등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연대와 콜트 악기에 대한 불매운동과 노동자들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것과 같이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도 아름다운 연대를 실천해 보자. 이 연대를 통하여 장기간 투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콜트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올바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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