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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가르친 뒤에 제자들이 행여 오해할까봐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 생각하지 말라.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덧붙였다. 우주적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그 평화를 짓밟는 불의에 대한 깊은 분노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이어져 있는 것이어서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평화를 핑계로 어떤 불의와도 싸우지 않겠다는 사람은 틀림없이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이다. 도롱뇽 한 마리 때문에 자기의 온 육신을 걸고 세상과 싸웠던 지율 스님에서부터 최근 이 정부의 4대강 죽이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한국 가톨릭교회 주교단까지 이 땅의 깨어있는 종교인들은 싸워야 할 때 싸움으로써 그들이 진정한 평화의 수호자들임을 증명했다.

종교가 그러하다면, 하물며 정치는 어떻겠는가? 근본에서 보자면 정치야말로 싸우는 일이다. 모든 싸움은 상대가 있는 까닭에, 대개 정치집단의 정체성은 그들이 싸우는 상대가 누구냐를 통해 드러난다. 한나라당은 북한과 싸우고, 민주당은 독재와 싸우며, 민주노동당은 외세와 싸운다고 한다. 이처럼 기존 정당들은 싸움의 대상을 선명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해 나간다. 그래서 정당들이 설정하는 싸움의 전선에 따라 지지자들 역시 달라지는데, 6·25 세대가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을 더 지지하고 민주화운동 세대가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평화와 칼은 동전의 앞뒷면

하지만 아무와도 싸우지 않는 정당이 있다면,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정당이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싸우거나, 겉으로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뒤로는 딴짓을 한다면, 이 역시 모였던 지지자들을 쫓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정치인이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는 대상과 자기의 전 존재를 걸고 먼저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처음엔 구경꾼이 모여들고 마침내 그들이 같이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면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다른 말 할 필요 없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성장했던 정치인들이 다 그랬다. 김영삼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독재권력과 싸우면서 남들도 같이 싸우도록 만든 승부사들이었다. 수준 낮은 정치인들은 무대에서 사라지면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을까 두려워해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떨어지지 않고 제도권에 남아 있을까만 염려한다. 그러나 김대중이 박정희와 전두환에 의해 그렇게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추방되었다고 사람들이 그를 잊었으며, 노무현이 연거푸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그의 정치인생이 끝났던가? 도리어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들을 더욱 애틋하게 가슴에 품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들의 시대는 갔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싸움에 의해 시작된다. 그러므로 누구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사람이라면, 오늘날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온갖 사회적 질병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그것과의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새로운 진보의 과제인 것이다. 여당과 달리 야당이나 진보정당의 정치인들은 기존의 질서를 지키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현실과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권력독점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니만큼, 싸움은 그들의 운명이요, 존재이유일 수밖에 없다.

사회 질병과의 싸움 진보과제

하지만 지금 진보신당처럼 새로운 진보를 말하는 정당의 정치인들은 과연 어디서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한나라당이 북한과 싸우고 있고, 민주당이 이명박과 싸우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이 외세와 싸운다면서 싸움의 대상을 모두 선점해 버렸으니, 누구와 싸워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투쟁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싸움은 그만두고 참신한 정책만 개발하면 유권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건희씨가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것은 닥쳐올 새로운 싸움을 위해 전열을 정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는 적어도 이 싸움이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 만큼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역사적 싸움터에서 그와 맞서 싸울 장수는 누구인가? 다시 역사가 용기있는 자를 부른다.


김상봉 | 전남대 교수·철학

입력 : 2010-04-20 18:02:27수정 : 2010-04-21 11:19:2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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