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다시 3%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고 국내 경제 성장도 기대만큼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에 따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통화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면에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가계 부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변동금리제를 적용받는 주택대출이 많아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대출 총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일종의 역설이다. 그래서 이번 조치를 두고 ‘결국 서민들 빚을 더 쉽게 내도록 해서 빚갚으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구조적으로 보면, 1금융권의 부담을 2, 3금융권으로 전가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소위 하우스푸어라고 불리는, ‘집있는 가난'이 심각하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닥터아파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 소득의 30%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는 사람을 하우스푸어에 포함된다고 보고 전체 응답자의 69.2%가 이에 속한다고 답했다 한다. 그리고 이 중 87.1%가 대출금 때문에 생활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내일신문, 7월 11일자) 

문제는 현재 주택 대출이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는 노동소득이 그만큼 늘어나던지, 아니면 별도의 가처분 재산이 있던지 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침체기다. 그래서 이 양자의 선택이 어려우면 결국 추가 대출로 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7월 10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5월 중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3조 2000억원이 늘어난 642조 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이 9000억원 가량 늘었다는 사실이다. 주택대출의 부담이 여타 생활대출의 증가로 전이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2금융권에 속하는 보험사의 대출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서 확인된다.  2010년 말 11조원 규모였던 보험권 대출 규모는 2011년 말에 13.9조원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분기 말에는 14.3조에 달해 경기침체 시기인 6개월 만에 4천억원이 늘어났다. 


세대별 파급효과 상이, 정부 규제 장치 무력화


이와 같은 가계 대출의 문제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 특히 심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은퇴 연령기의 계층에게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2003년과 2011년을 비교하여 연령대별 가계대출 비중 변화를 보면, 50~60대의 경우 8.5%가 늘어난 반면 30~40대의 경우에는 -7.7%를 보였다. 즉,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집을 사지 않더라도 빚을 내지 않는 방향으로 가계 재정을 구성하는데, 반면 노년층의 경우에는 이미 노동 소득이 없고 대출금이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대출을 통한 생활유지가 불가피한 실정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자 층에서의 파산신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을 보면 40대 이하는 감소했지만, 50대 이상 전년 대비 8.6%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버블이 심화된 타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LTV(Loan to Value :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가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우선 경기의 영향이다. LTV의 경우에는 집값이 하락할 경우에 대출금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그 비율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떨어진 집값을 기준으로 LTV가 7~80%에 달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으며,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 한 달에만 수도권 아파트를 경매를 통해 처분해도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이 624억원에 달하며 이는 작년 6월에 비교해서 2배가 넘는 수치라고 보도되었다(조선일보, 7월 13일자). 다시 말해 규제 장치로서 LTV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전세제도라는 특수함이다. 우리나라는 전세를 집주인의 채무로 계산하지 않는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전국의 아파트 전세/매매 비율이 56.8%가 넘어섰다. 대구나 광주는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집주인이 전세금을 그대로 예치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이를 레버레지 삼아 다른 투자를 했다면 문제가 생긴다. 즉, 전세는 엄연히 채무다. 즉 우리의 독특한 전세 제도 탓에 현재 전세를 끼고 있는 주택들은 기본적으로 LTV는 50%를 넘어선다고 봐야 한다. 거기에 추가적인 금융권 대출이 끼어 있다면, 단순히 정부에서 말하는 LTV는 허수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전체 주택담보대출 305조원의 46%가 만기가 되거나 거치 기간이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액 규모로 140조에 달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자의 76%가 이자만 갚고 있는 상황이고, 올해 4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 주택대출은 0.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연체율이 높았던 2009년 2월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즉 곳곳에서 위기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의 일시적인 하락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의 전조가 발견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이유는 개인대출자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대출의 문제 즉, 건설사를 매개로 하는 대출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 경우에는 개인대출의 규제장치인 DTI(Debt to Income : 총부채상환비율)나 LTV에 벗어나 있기도 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달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주자와 시공사간의 갈등이 불거진 분쟁사업장이 94개에 달하고 연체 잔액은 1조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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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볼 것 없는 금융권, ‘금융 노예’의 등장


이런 구조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별 걱정 없는 구조다. 연체이자는 연체이자대로 받으면 되고, 안되면 담보물인 주택을 대출금 수준에 팔아버리면 된다. 그러면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입장에선 이자수익은 수익대로 걷어들이고 나중에 원금도 상환받을 수 있다. 단, 이 경우 전세세입자들은 아예 전세금을 떼일 수 있는 상황에 처한다. 은행은 이자놀이를 위해 채권을 발행했고, 세입자들은 생활을 위해 채권(전세)을 발행했는데 은행만 손해를 보지 않는 이상한 구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은 연일 이자를 내는라 정신이 없는데, 막상 원금 상황에 들어가면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평균 49.1% 즉 버는 돈의 절반은 빚 갚는데 사용하게 된다고 추정된다(KB금융경영연구소). 그야말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은행에 소득이 메인 노예들로 전락하게 된다.

은행권의 대출은 당연히 상품인 만큼 금융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은 리스크에 비해 이익이 너무나 보장되어 있다. 게다가 국가경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문제가 되면 정부 재정을 통해서 구제해준다. 그런데 서민들은 어떤가. 당장 이자를 열심히 갚다가 밀리면 연체이자를 또 내야 한다. 원금까지 상환하게 되면 먹는 것 노는 것을 줄여서 은행에다가 돈을 가져다 주는데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부동산 대출 구조가 이렇게 열심히 갚기만 하면 정말 별 문제가 없는 걸까.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출의 위험을 함께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대출자의 대출 규모를 더욱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즉 강남권의 각종 규제를 풀어서 억지로 부동산 시장의 참여자를 확대하고, 대출규제를 완화해서 더욱더 빚을 내도록 유도했다. 거기에 부실 건설사의 PF를 보증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분양 아파트을 사주었다가 다시 원가에 건설사에 넘겨주었다. 


문제를 단순하게, 원칙에서 다시 보자


그런데 생각해보자. 주택이란 것이 무엇인가. 주거를 영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경제적 투자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택은 사람이 사는 곳으로서의 원형을 유지해야 의미가 있다(그렇지 않다면 사고파는 욕구가 생길 리가 없다, 불필요한 것을 왜 사고 파나). 전체적으로 주택공급량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한 가구가 하나의 주택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배의 왜곡이 지금과 같은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주원인이다. 

진보신당은 그동안 주택의 국가책임을 강조해왔다. 민간 주택시장이 용인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해야 되는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보이는 각종 부동산 대책은 여전히 이를 국가의 책임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이 점에서 살펴져야 한다. 복잡한 주택대출의 안에서가 아니라, 조금은 밖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실마리가 보인다. 이를 위해 진보신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제안한 것이 ‘주택대출의 국가인수제도’이다. 정부가 은행권의 리스크를 보증함으로서 대출규모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의 주택채권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채무부담을 해결해주자는 방안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계속]


예고> 주택대출, 전면적인 국가인수제도를 제안한다 ②

[ 김상철 (서울시당 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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