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총선 평가 및 향후 전망에 관한 토론회, "진보신당, 무엇을 평가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개최했다. 서울시당은 총선 평가뿐만 아니라 진보신당 4년에 대한 평가가 너무 늦는 것 아니냐는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번 토론회를 기획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도당 당원들을 포함하여 당초 예상 인원보다 2배 가량 많은 50여 명의 당원들이 참석하여 자료집을 30부밖에 준비하지 않은 서울시당 조직부장을 당황케 하였다. 현재 진보신당의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당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자 색깔이 다른 다섯 명의 패널이 출동했다. 4월 총선에서 직접 후보로 출마한 강상구, 김종철 부대표와 김일웅 서울시당 위원장, 그리고 당내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나경채 관악당협 위원장과 임세환 은평당협 위원장이 패널로 나왔다.
토론회 자료집에는 각 패널들이 제출한 발제문이 실렸다. 하지만 토론회는 기존의 각각 돌아가며 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자의 질문에 패널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17일 서울시당에서 주최한 선거 평가 및 전망에 대한 토론회.
총선 평가를 넘어 진보신당 4년의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로
첫 질문은 총선 대응과 진보신당 프로젝트의 실패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패널들은 진보신당의 총선 대응 실패를 공히 인정하였다. 하지만 총선 평가보다 방점은 오히려 진보신당 4년에 대한 평가에 찍혔다. 총선에서의 실패가 아니라 진보신당 프로젝트의 실패라는 것이다.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패널마다 조금씩 의견이 갈렸다.
임세환 위원장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해내기 위한 대안이 기존의 한국 진보정치에서 제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덧붙여 우리는 새로운 정치 주체의 형성을 말하지만 정작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의 삶과 정치의식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고, 실천 전략이 부재했음을 이야기했다.
한편 강상구 부대표는 진보신당 창당시 내세웠던 가치들, 이를테면 지역정치활동의 혁신, 당내 민주주의의 혁신, 의정활동의 혁신을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또한 대중적 기반의 취약함을 4년 내내 극복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나경채 위원장은 현재 당내에 "평가의 거부"라는 위험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 당 운영의 '비조직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세화 대표의 당내 협의 없이 발표하는 글들, 당원들을 배제한 비례후보 명부 작성, 밀실적인 홍세화 대표 지역구 출마 논의, 중앙당-당원의 다이렉트 연결 방식의 일당백 운동 등을 비조직적 당 운영의 예로 들었다. 이러한 비조직적 당 운영 방식 때문에 이번 총선은 대다수 당원들을 배제한 채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동-녹색 정당? 노동 중심의 대중정당?
패널들은 새로운 정당에 대한 상에서도 서로 차이를 드러냈다. 김종철 부대표는 진보신당 프로젝트는 종료되었으나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새 진보좌파정당 건설이며, 이는 '노동-녹색 정당'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대표는 토론회 내내 '노동-녹색 정당'의 필요성과 경로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경채 위원장은 "새로운 좌파정당은 무엇보다 '노동중심'의 대중정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좌파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을" 모아 '노동자정당 관악추진위'나 '새로운 좌파정당 관악 추진위' 등을 구성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노동자이자 소비자이고 지역주민이기도 한 이들"의 지역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강상구 부대표의 제안과 비슷하다. 강 부대표는 '지역노동정치혁신위원회'를 건설하자고 제안하였다. 위원회는 "진보좌파정당 건설의 의지가 있는 단위들"과 함께 구성하며, 위원회를 통해 지역노동정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좌파정당의 노동정치의 상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편 임세환 위원장은 2014년을 준비할 새로운 정치 주체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극복할 대안을 갖추고, "이 시대의 청년 불안정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청년 정치인들을 대거 발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건부 재창당? 대선 독자후보 출마?
재창당과 대선 대응에 대한 관점에서는 패널들의 차이점이 부각되었다. 임세환 위원장과 김종철 부대표는 10월 재창당과 12월 대선 대응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세환 위원장은 "제2창당은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이 새로운 과제를 진보신당 안팎으로 선언하는 상징적 과정이 될 것"이라며 "18대 대선은 대안의 토론과 공유 영역을 국민들의 일상으로 확장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패널들은 조건부 재창당을 주장했다. 강상구 부대표는 재창당 시기를 천천히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4년 지방선거를 대응하는 데 적절한 시기 정도까지 미룰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공동사업을 통해 함께할 주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속에서 검증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 또한 "조직의 역량과 대중적 토대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대응"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선거 평가에서 얻는 것 없이 과오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일웅 위원장도 좌파진영 전체의 의지가 모인다면 재창당 과정으로의 대선이 가능할 것이나, 독자적 대선 대응은 대중적 울림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창당 역시 장기적 로드맵 속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패널들도 재창당을 함께 할 주체들이 일정하게 모이지 않으면 재창당을 할 수 없으며 대선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물론 통진당 사태 등 예측하기 힘든 내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 토론을 경청하는 당원들. 당초 예상 인원보다 훨씬 많은 당원들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정리하면 진보신당 프로젝트의 실패를 함께 인정하는 것까지는 동의가 되었으나,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각각의 입장이 달랐다. 그에 따라 진보신당이 만들고자 하는 '진보좌파정당'의 상도 차이가 있었고, 당면 과제인 재창당과 대선 대응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당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각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