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동당 매체 홈페이지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2014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을 집중조명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지방의정에 대한 밑그림, 그리고 이제까지 지역에서 쌓아온 활약상을 소개해주세요. 노동당 출마예정자들의 기고를 기다립니다.
 
'Red City 2014' 일곱 번째 이야기, 서울 관악구 최복준 당원의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을 소개합니다.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이하 오늘연구소)의 상근자로 조금씩 자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이전에 지역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이런저런 값진 경험을 했지만, 오늘연구소의 상근자라는 역할은 제게 조금 특별합니다.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의 상근자로 만난 ‘얼굴’들
 
오늘연구소에서 시행한 ‘재활용품(폐지)수거 어르신들의 실태조사’와 후속사업인 ‘에너지빈곤 실태조사’가 KBS 시사기획 10 공동기획 프로그램으로 잡혀 ‘황혼의 빈곤’으로 방영되기도 했고, 이후 ‘경비노동자 최저임금 실태조사’와 같은 사업에 참여하던 모습은 앞으로 계속 지역 활동을 해나가는 데 있어 거울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들 사업이 공중파와 여러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되어 뿌듯했던 감정을 감출 수 없지만, 거울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조사를 토대로 발간한 보고서에 모두 담기 어려운, 아니, 보고서라는 틀로는 담을 수 없는 아직도 뚜렷한 당시의 ‘얼굴’들 때문에 그러합니다.
 
55.jpg ▲ KBS 시사기획 10 공동기획 프로그램 ‘황혼의 빈곤’ 인터뷰 @최복준

 
춥고 좁은 방에 어르신과 함께 앉아 무거운 담요를 나우어 무릎을 덥힙니다. 그리곤 그 너머로 누구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작정하고 듣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그 일에 평정심을 가지기란 목적을 가진 조사활동을 처음 하는 저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일반적인 ‘빈곤’이라고 불리는 문제에 대해 막연한 정의감을 넘어, 잘못된 제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 머물게 하는지, 또 같은 빈곤층 내에서도 다른 차별을 만들어내는지 알게 되었기에 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무언가 크기를 알 수 없는 세상의 거대한 오류를 접한 기분이랄까요.

‘에너지빈곤 실태조사’를 통해 만난 가난의 비밀
 
‘에너지빈곤 실태조사’는 간단히 얘기하여 생활비중 에너지비용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입니다. 빈곤한 가구일수록 집이 낡아 방한·방열이 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입도 적어 방을 데우고 식히는 에너지에 소요되는 비용의 비율이 여느 가구에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구는 창문 하나, 도배 하나만 제대로 바꾸어도 에너지 비용을 지속적이면서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결론으로 닿습니다. 때문에 각 가구의 조사를 위해서는 직접 모두 방문을 해야 합니다. 이 사회에 의해 감춰진 어떤 가난한 비밀을 접하는 순간입니다. 선행 사업인 ‘재활용품(폐지)수거 어르신들의 실태조사’에서 뵌 분들을 우선한 대상으로 하기에 주로 어려운 노인 분을 뵙는데 할머님들이 많습니다.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존재하고 빈곤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56.jpg ▲ 재활용품(폐지)수거 어르신들의 실태조사에서 만난 여성들 @최복준

 
겨울철 방문조사이다 보니 주로 날씨에 관한 얘기로 운을 떼고, 건강을 여쭙고, 다음으로 식사를 여쭙니다. 이러한 과정이 TV의 캠페인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빈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질문지를 앞에 놓고 수입이나 지출에 대한 문답을 시작하면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특히 가족관계에 대한 문답부터는 참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아무래도 혼자 지내시면서 폐지수거로 연명하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또 외롭지만 처지에 대한 얘기를 누가 들어주는 사람도 없으니 한 번 풀린 사연은 방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백인백색, 같은 시대를 보내 왔어도 어르신들의 인생사가 모두 다르고 담긴 아픔의 정도와 모양 또한 모두 달리합니다. 장의사를 했던 남편의 죽음 뒤에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두고 벌어진 자녀들의 다툼에 대한 얘기부터,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녀를 대신해 종일 손주들을 돌보다 결국 구박이 힘들어 따로 나와 사신다는 어르신의 얘기, 세 아들을 두었지만 가출했거나 행방불명이거나 군대에서 돌연사한 바람에 결국 홀로 살게 되셨다는 어르신까지. 그럼에도 글자를 몰라 죽은지도 모르고 사셨다는 얘기는 짧게 쓰지만 한참의 깊은 소용돌이를 남겼습니다.
 
57.jpg ▲ 재활용품(폐지)수거 어르신들의 실태조사에서 @최복준
 
 
이 얘기들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녀가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어도 서류를 떼어보면 분명히 자녀가 있다고 나옵니다. 간단한 서류 한 장이 누군가에겐 곧 이 사회의 제도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기초생활수급에서 제외됩니다. 수급자만 되어도 여생에 바라는 게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보통의 복지 연구자들은 최하위 빈곤층으로 잡아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때문에 복지정책의 직접적 집행단위인 기초자치단체의 과학적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세운다는 복지계획에는 이분들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초단체는 계획대로 집행한다고 합니다. 그럼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예의 이 어르신들은 어떤 빈곤층일까요? 최하의 빈곤층 아래는 또 어떤 빈곤층이라 불러야 할까요? 2013년의 대한민국 주민등록서류엔 이분들을 자녀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부양의무제’ 라는 반만년의 전통을 이어온 효심 가득한 제도가 이분들을 거짓된 자로 살아가게 합니다.
 
버스준공영제를 완전공영제로!
 
오늘연구소의 상근자로 맞는 세 번째 여름입니다. 올해 여름은 또 여러 가지 지역사안이 생겼습니다. 새로이 청소년 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알게 되어 무척 반갑기도 하고, 당의 이름도 다시 정해 재정비를 했습니다. 올 여름이 시작될 무렵 연대의 요청이 하나 왔습니다. 제가 사는 집근처 버스차고지에서 부당해고가 있으니 연대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박복규라는 사람이 경영주로 있고 한남여객운수라는 시내버스회사입니다. 참고로 박복규 대표이사는 한남여객운수 말고도 택시회사 세 개와 가스충전소를 가지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과는 친인척 관계이며, 전 육영재단이사였고, 전국교통단체총연합회 회장,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6선 회장, 경총 감사,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등이라는 여러 가지 수식어를 필요할 때 마다 휘두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58.jpg ▲ 한남여객운수 집회 @최복준
 

오늘연구소의 상근자로서 저는 한남여객운수와 버스준공영제의 문제와 관련해서 시민이 늘 자유롭게 다니는 길에 버스를 몇 대 놓아 사유화하는 문제를 핵심으로 하여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사유화를 기반으로 업주들은 서울시에서 비용을 받아내고 있고 제도의 구멍을 이리저리 찾아내 빼낼 수 있는 이윤은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처음 한남여객운수 차고지에 결합할 때만 해도 지역 내에 한 명의 부당한 해고가 발생한 사안으로, 노무사의 조언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조금은 제 3자적인, 일상적인 사업의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버스 정비노동자 해고사건에 연대 요청을 받았을 때 부끄럽게도 솔직히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한남여객운수의 정비노동자를 해고 과정은 이러합니다.
 
서울시는 버스 몇 대 당 필요인원 몇 명을 책정하여 정비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합니다. 버스 1대당 필요정비인원은 0.1428명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버스 일곱 대당 한 명의 정비인원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그에 맞게 인건비를 지급하게 되는데 왜 일곱 대당 한 명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명박 시장 재임 시 만든 버스준공영제에서 업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만들어졌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운전인원에 대한 경비는 한 명당 정산하는 방식인 데 비해 정비인원과 관리직 인원 등에 대해서는 소위 통지급 방식입니다. 실제 몇 명을 고용하는지 상관없이 서울시는 지급만 하고 고용과 고용관리는 회사가 알아서 합니다. 운전사가 없으면 버스 운행이 안 되니 그것만 시가 직접 챙기고, 일곱 대당 한 명이라는 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도 그저 계약해줬으니 응당 고용 등에 대한 관리는 업주가 알아서 하는 제도입니다. 사업주는 정비사들에게 운전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요합니다. 싫으면 1년 단위 연봉계약하자고 합니다. 1년 단위 비정규직으로 일하라는 얘기입니다. 이들에 대해선 다음 해에 계약을 해지하고요. 전환된 운전직에 대한 급여는 지자체에서 그만큼 내어 줄 것이고 정비사가 줄었어도 인건비 등은 그대로 내어 주니 부족한 정비인원 만큼의 인건비는 그대로 이윤이 됩니다. 어디 한남여객운수만 그렇겠습니까. 서울시 버스는 모두 준공영제도 하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정비사는 반발하였고 회사는 대형운전면허를 소지한 정비사에게 운전직 강제전환 명령을 내립니다. 정비사는 항의하여 국가에 자신의 운전면허를 반납해 버립니다. 회사는 면허가 없으니 일할 수 없다며 해고합니다. 이에 정비사는 3년째 싸워가고 있습니다. 버스회사들이 시민 세금을 제 주머니에 채우기 위해 한 짓이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파면 파는 대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썩지 않는 부동액 같습니다.
 
59.jpg ▲ 한남여객운수 집회 @최복준

 
업체의 사유물로 전락한 대중교통
 
이 얘기는 다음의 기회에서 더 하기로 하고, 앞서 ‘길’을 사유화 한다 했습니다. 사회와 산업이 발전하니 멀리 다니는 교통수단이 필요하고 이 수단을 사들여 장사하는 게 운송업입니다. 대중교통이란 말 그대로 노동자, 대중이 동시다발 적으로 움직여 사회를 활성화하고 산업을 형성케 하여 국부를 창출케 하는 수단인데, 이 수단을 민간업체의 사유로 하니 노동자, 대중의 발은 업체의 사유물이 됩니다. 업체들이 운송수단을 매개로 압박을 해오면 발이 묶이고 산업은 멈춥니다. 기계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하던 노동자들의 외침에 정확히 반대방향입니다. 자본파업이 이와 같은 것이겠죠. 이러니 정부의 개입이 필요해 요금인상과 노선에 대한 관리, 운행횟수 등을 관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 소속 연구원 보고서에서 조차 사업주의 힘이 강하여 관리가 안 된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어떻게요? 예를 들어 어용노조를 움직여 파업의 압박을 가하면 됩니다. 운행 한 번 안 해버리면 비난의 화살은 노조에게 돌아가고 시민불편을 초래한 최종책임은 서울시에게 있고요. 물론 서울시는 이에 대한 일정한 방조를 해오기도 했습니다.
 
이것만일까요? 교통관련 부서의 공무원을 퇴직 후 기용하기도 합니다. 버스 업자와 어용노조와 행정청의 일정한 담합구조가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명박 전 시장이 나서서 서울시 재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구 퍼다가 선진교통시스템이라고 하는 준공영제를 만들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준공영제가 아닌 준민영제가 오히려 맞는 셈이죠. 도산위기에 처한 버스회사 여럿 살아남아 아들, 딸 임원으로 들여앉혀 놓고 회사 이름 바꿔 순환 출자하고는 주식배당으로 떵떵거리고 있습니다. 어용노조 출신 노조위원장이 은행대출 받아 버스 몇 대 사들여 직접 사장님 소리도 들어가며 또 다른 노동자 탄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민주버스노조의 조직률은 어용노조에 비해 4~5%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힘들게 싸우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운송수단은 곧 ‘길’이기 때문에 공공의 관리가 되지 않는 운송수단은 곧 길의 사유화입니다.
 
60.jpg ▲ 버스완전공영제 전환을 위한 거리행진 @최복준

 
7월 30일 화요일엔 한남여객운수 부당해고 철회와 원직복직, 버스완정공영제 쟁취를 위한 2차 집중집회를 가졌고, 지금도 매주 화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진보정치 분열로 거리감 생긴 지역 시민단체들도 연대하고 타 지역 노동단위, 인근 대학의 학생들과 주민, 여전히 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분열된 타 정당들도 연대해서 공동대책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아직 해고 정비노동자에 복직에 관련한 것도 완전공영제의 실현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제가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한 6년여 동안 지역 집회에 1차, 2차 집중집회를 거치며 가장 많은 분들이 모이는 자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대중 속으로! 대중 속으로!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만 저의 꽤 많은 버릇은 사라졌습니다. 양팔을 곧게 뻗어 만세를 부르며 잠자리에 드는 것이라든지, 술을 좀 마시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엉덩이부터 식힌다든지 하는 버릇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곱씹는 버릇이 많이 없어진 건 참으로 다행스럽다 여겨집니다. 곱씹는 기억 치고 즐거운 기억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굳이 옛 이야기부터 써 내려가게 된 것은 그것이 옛날의 얘기들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진보신당 처음 입당한 뒤 얼마 안 되어 지역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고, 2010년 지방선거도 치르고 오늘연구소에서 상근 시작하며 얼마 후 동지들과 헤어지고 이곳저곳에서 또 다시 스치고. 이런 일들이 모두 과거의 일들이 아니라는 것이며, 예의 폐지를 줍는 어르신은 아직도 같은 자리에 계시고, 우리 정비노동자의 복직투쟁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소외와, 가난과, 인간 불평등을 일관된 자신의 주제로 사진을 남겨 오시다 얼마 전에 작고하신 최민식 선생님의 책 『종이거울 속 슬픈 얼굴』에 좋은 구절이 있어 여기 옮기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제부터 보게 될 사진이나 영상은 인간적 체험이라는 은하수의 별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바라건대 그 사진이나 영상들이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체험한 일들을 더 깊게 성찰하게 하고 더 진지하게 반성하게 하고 더 민감한 감응을 보이게 하며 우리 소질에 맞는 어떤 표현 형식으로든지 더 똑똑히 나타나게 하기를.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을 때 ‘우리는 우리의 체험 그 자체’라는 것을 기억하라.”
 
대중 속으로 함께 걸어갑시다.
 
 
 
[ 최복준 (서울 관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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