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에서 자체 뉴스레터인 '호각'을 발간한다.

'호각'은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가 자체적인 필진과 편집을 통해  만드는 뉴스레터로서, 부정기적이지만 꾸준히 발간될 예정이다.

창간호인 이번 호는 발간사와 활동보고 및 정세분석, 이슈및입장, 서평, 국제, 청년학생당원 인터뷰, 청년학생에게, 참여마당 등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논점과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호각' 뉴스레터는 이메일로 배포되며, 정치신문 R의 레드칼럼 란의 호각뉴스레터 섹션에서도 전체 글을 볼 수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글은 '호각' 뉴스레터의 발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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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뉴스레터 '호각' 로고

당신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아름다운 시로 이 세상을 노래해줄까
어떤 그럴듯한 비유와 분석으로
이 세상의 구체적인 불의를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구조적으로 덮어줄까
(중략)
그러나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이 엿 같은 세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저들이 당신들의 생존권과 터전을
가진 자들을 위한 법으로 들어엎듯
당신들 또한 이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없는 자의 새 법으로 엎어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무슨 시를 쓸까


- 송경동, 「비시非詩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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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잘못을 청년에게 돌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자기계발을 안해서 문제, 영어를 못해서 문제, 학력이 떨어져서 문제라며 나라 걱정으로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는 분들은 청년들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냅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저 게으른 청년들에게 맡길 수 없다면서요.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들이 짱돌을 안들어서 문제, 투표를 안해서 문제라며 역시 나라걱정으로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세상 모든 문제가 청년들 탓인냥 몰아붙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몰아붙이시던 분들이 이제 ‘아픈’ 청년들을 위해 나선다고 합니다. 각 정당이 경쟁하듯이 청년비례후보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청년과 진정으로 공감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정당이다’ 같은 온갖 낯간지러운 수식어를 사용하면서 말이죠. 뽑는 방법도 휘황찬란해서, 청년슈스케니 위대한 진출이니 하며 요란하기 그지없습니다. ‘청년’, ‘20대’는 요즘 한국의 정치판을 달구는 단연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는 이 ‘청년’의 잔치에 작은 소리를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음악에 어우러지는 하나의 악기 소리가 아니라, 또 소음에 섞여 사라지는 미약한 소리가 아니라, 모두가 듣는 순간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호각’소리를 내고자 다짐했습니다. 청년들을 비난하는 자도, 위로하는 자도,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자도 말하지 않는, 아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 이야기중 하나라 함은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자본주의는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굴러가는 체제라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그러한 사실 말이죠. <이슬람 정육점> 하산 아저씨의 말처럼 이 세상은 “가시덤불이라서 지상에 단 일 초를 머물더라도 상처입지 않을 수 없는” 그러한 곳입니다. 이 고약한 세상이 주는 상처는 ‘게으른 자는 가난해도 된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여성의 의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비정규직은 꼭 필요하다’ 따위의 말들로 정당화됩니다. 청년의 희생도 ‘통과의례’처럼 누구나 겪는 사소하고 당연한 것으로, 혹은 ‘사춘기의 방황’처럼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되지만, 그 아픔의 원인이 사회구조적인 모순에 있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청년의 아픔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것입니다. 청년의 아픔은 여성의, 노동자의, 장애인의, 성소수자의 아픔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보편성이란 것에서부터 청년들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청년들을 유혹하는 청년 정책이라는 것은 대개 ‘저 나이든 노동자의 몫을 뺏어서 너희에게 주겠다’라는 기만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종업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올린 수치스러운 이윤을 어느 사회에 어떻게 환원합니까?”라고 사용자를 일갈한 <신에게도 잘못은 있다>의 노동자처럼, 우리는 청년을 향한 그러한 유혹을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다른 노동자를 착취해 얻은 수치스러운 이윤을 어느 청년에게 어떻게 준다는 것입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은 보편적이기에 그 해결책이란 것도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실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국가 권력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정권교체만 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말합니다. 청년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청년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여성의 투표권도, 흑인 차별법의 폐지도, 노동3권도, 그 어느 것 하나 ‘착한’ 정권이, 지배계급이 해준 것은 없습니다. 오직 세상에 향한 치열한 투쟁만이, 그 투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우리들은 누군가의 아픔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도록 만드는 잔혹한 현실을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 현실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이기에 피할 수도, 너무도 가혹하기에 즐길 수도 없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는 연대하며 싸워야 할 따름입니다. 그것만이 잔혹한 현실을 바꿀 수 있습니다. <호각>은 이 싸움의 전선에서 울리는 “깊은 잠을 깨우는 투쟁의 호각소리”가 되고자 합니다.

희망버스의 기획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한 송경동 시인은 그 어떤 “아름다운 시”라도 “없는 자”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 이 잔혹한 세상을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구조적으로 덮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언어는 “이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없는 자의 새 법으로 엎어버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읽히는 <호각>이 모든 “아름다운 시”가 무의미해지는 이 세상에서, ‘진보를 깨우는 소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온일상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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